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미국의 무역촉진권한법 일정에 따라 5월부터 본협상을 시작하고 내년 3월에 협상을 타결해야 한다. 실질적 협상기간은 채 1년도 안된다.
한·칠레 FTA는 3년이 소요되었고, 한·싱가포르 FTA는 협상에 앞서 약 1년 동안 산·관·학 공동연구회에서 연구절차를 거쳤다. 세계 최강의 나라와 경제동맹을 맺는 약소국의 준비가 너무도 소홀하고, 이해득실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국민적 공감을 이루어 내기에는 너무도 짧은 시간이다.
-무역수지 역조 비관적 전망-
한·미 FTA 전망은 정말 장밋빛인가? 구체적 수치를 제시한 연구자료들은 이와 반대의 전망을 내놓는다. 주한 미 상공회의소 2005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FTA로 미국의 대한 수출은 43~54% 증가하는 반면 한국의 대미 수출은 21~23% 증가한다. 이에 따라 FTA 발효 4~5년 후 현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 규모는 1백억달러에서 적자로 돌아선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더라도 불길한 전망을 피할 길이 없다. 미국 제조업의 수입액을 고려한 평균 관세율이 1.5%, 우리나라는 7.2%여서 관세 철폐에 따른 제조업의 대미 수출증대 효과는 미미하다. 한국이 높은 관세율을 유지하고 있는 농수축산업은 2조원가량의 손해가 예상된다. 쌀을 포함하면 8조원에 이른다. 경쟁력이 취약한 서비스업 개방의 피해는 불 보듯 뻔한 사실이다. 외환위기에 준하는 구조조정으로 우리 사회는 몸살을 앓을 것이다.
정부도 50억달러 정도의 흑자 규모가 감소할 것임을 인정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하는 장밋빛 전망의 근거는 군색하기 그지없다. ‘외국인 직접 투자가 증가하고, 서비스업에서 경쟁력 강화 효과가 생기며, 한국을 동북아 허브로 성장시키고, 중국·일본 등 거대경제권과의 FTA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그래서 전세계 무역에서는 이득을 본다’는 것이다.
미국과 경제권이 통합된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재정·통화·무역 등 경제정책 전반의 통합도 수반한다. 말이 좋아 정책공조이지 경제가 미국의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완전히 넘어간다는 의미이다. 아무리 우리에게 한·중·일 FTA, 한·인도 FTA가 필요하더라도 미국의 정치·군사·경제적 판단과 다르면 체결할 수 없다.
투자 증가면에서도 긍정적인 기대가 어렵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연구에 의하면 캐나다와 미국 간의 외국인 직접 투자는 증가하지 않았다. 투자형태도 대부분 M&A형 직접투자였다. 멕시코는 무역량과 외국인 직접투자가 증가했으나 산업구조는 왜곡되고 특별한 고용증대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한국의 IMF 이후 외국인 직접투자는 거의 대부분이 M&A형이었다. 대부분이 3~4년 후에 다시 매각하여 시세차익을 챙겼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매입 과정에서처럼 이른바 조세피난처(tax haven)에 설립된 법인을 내세워 기업활동 이익을 한국 내로 순환시키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美 요구사항등 정보 공개해야-
고용 증가도 긍정적 기대가 어렵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이미 IMF를 거치면서 몇몇 대기업의 수출이익 증대가 노동자의 소득증대와 중소기업의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는 선순환구조는 파괴되었다. 실업과 비정규직은 증가하고,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다.
미국의 한·미 FTA에 즈음한 요구들은 IMF 제2판을 보는 듯하다. 우리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법안을 문제 삼고 한국가스공사 등을 민영화하여 외국자본에 넘기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자국산업 보호 조치는 철저하다. 엑손-플로리오법이 외국자본의 핵심기간산업 인수를 제한하고 있으며, 은행업 소유에는 거주지 제한을 두고 있다.
그런데 정부와 언론 누구도 한·미 FTA를 전후한 미국의 요구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 스위스처럼 국익에 손해가 크면 협상을 결렬시킬 수도 있다는 배포로 협상에 임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미국 대사의 말을 그대로 되뇌며 국민들을 설득하는 데 급급하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한·미 FTA의 전과정과 미국의 요구사항 등 모든 정보를 낱낱이 공개해 국민이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