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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 비공개 합의, 통상절차법 조속한 입법화 절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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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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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원 보좌관(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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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4월 24일 09시 16분 36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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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는 지난 4월 17일-18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FTA 제2차 사전준비협의의 내용을 다음 날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하였다. 예상했던 대로 상품무역, 농업, 섬유, 투자, 금융서비스, 서비스 등 전 영역을 포괄하는 17개 협상분과를 양국이 합의하였고, 협상문 초안을 5월 19일이전 내로 교환하자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협상내용과 일정 모두가 예상대로 진행된다는 것 자체가 한미FTA에 대한 두려움을 더한다.
그런데 이번 협의에서 눈의 띠는 합의내용은 ‘문서 비공개’에 대한 합의이다. 외교통상부의 보도를 보면 ‘국제적 외교관행에 따라 협상 중 교환된 중요문서’는 ‘공개 시 협상입장의 경직화’, ‘공개 시 향후 제3국과의 협상불리’를 이유로 3년간 ‘대외비(confidential)’로 한다는 것이다. 이후 외교통상부로 연락해 확인한 몇가지 사실은 다음과 같다.
1. 기존의 FTA 체결국과 미국이 관행으로 시행해온 10년간 문서 비공개를 미 측이 먼저 제의함
2. 대외 비공개라 함은 완전한 비공개가 아니라, 일반인의 공개열람에 대한 제한을 의미함
3. 보도자료에도 명시되어있는 바, 협상 중 및 비공개 기간 중에도 정부관계자, 국회, 국내 이해관계인 등은 의견수렴 및 정부 입장 수립을 위한 협의과정에 보안준수를 전제로 관련문서를 열람할 수 있음
자세히 살펴보면 어쩌면 이같은 합의내용은 그다지 놀랄만한 것이 아니다. 아니, 3번 항의 내용처럼 철저한 비밀주의를 일관되게 유지해온 외교통상부가 국회와 국내 이해관계인들에게 관련문서열람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오히려 예상치 못한(?) 상당한 진전이라 할 수 있고, 이 약속이 유지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럼에도, 왜 우리는 외교통상부의 문서비공개 보도내용에 참지 못할 놀라움과 우려를 가질 수 밖에 없었는가? 그리고 그 우려는 오히려 커져만 가고 있는 것일까?
미국은 이번 문서비공개 합의여부 자체에 큰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양국 간 합의에 앞서 이미 국내법으로 협상절차에서의 보고심의 의무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2002년 무역법(Trade Act of 2002)」 제2장 무역증진권한(TPA : Trade Promotion Authority)은 초당적인 감시기구로서 상원 재무위원회와 하원 세입위원회 위원장을 중심으로 미상하원의 관련위원회를 통해 구성된 상설 의회감독기구(Congressional Oversight Group)를 설치하여 이를 USTR(미무역대표부)의 공식 자문기구화하고, 대통령으로 하여금 통상협상 전, 중, 후에 상·하원 관련 위원회에 지속적으로 보고․협의하도록 하고 있다.
즉, 한미FTA를 포함 모든 통상협정의 모든 내용은 협상의 전 과정에 미 의회에 예외없이 보고되며, 이를 통해 미 의회의 조정이 가능한 것이다. 일반인에게 3년이든 10년이든 문서 비공개가 큰 의미가 없는 것이다 왜냐, 국민의 대표기관인 미 의회가 이를 조정할 수 있고, 의회는 민간자문단체, 이해단체들과 공개적인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과 한참 다르다. 우리는 국내법상 모든 내용에 대한 국회보고조차 법으로 보장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한미FTA의 책임자가 국회보고시 단지 외교상의 관행과 협상전략노출우려 등으로 이유로 핵심내용을 생략하여도 어떠한 제재가 불가능하다. 현행법상 정부는 국회와 이해단체를 배제한 채 어떠한 협정을 체결하여도 이에 국회와 국민이 법적 제도 하에서 제동될 걸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 여기에서 ‘거의’란 헌법 60조제1항에 명시된 조약에 대한 국회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에 의함이다.
그러나, 현재 정부는 조약에 대한 대통령의 비준에 대한 국회의 동의권을 그다지 중요치 않게 생각한다. ‘국제적 신뢰우선’이란 주장하나로 정부는 국회의 동의거부에 대한 움직임을 거수기 수준으로 일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훈령 제121호 ‘자유무역협정체결의 절차규정’이 그나마 있는 제도적 장치이나, 이는 행정부 내 절차일 뿐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규정위반 시 협정자체에 대한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 2월 2일 한미FTA 공청회가 무산되었음에도 절차상 흠결이 없다는 정부의 주장도 규정위반여부가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통상협정체결과정에 대한 절차를 규정하고, 정부와 국회, 이해단체의 상호역할을 명시한 ‘통상협정의 체결절차에 관한 법’의 조속한 입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나아가, 한미FTA협상이 법적 제도없이 정부에 의해 독단적으로 추진되는 것에 대한 우려로 인해 투명성과 국민적 합의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문서 비공개’는 정부의 설명내용과 달리 우려를 분노로 만들기에 충분하다.
그것은 제도여부를 떠나 정부수립 후 국가가 우리에게 보여 온 지금까지의 통상협정 체결의 결과에 대한 분노가 크기 때문이다. 과거 한일협정은 물론 이면합의 의혹파장으로 결국 농민 두분의 고귀한 생명까지 잃게 한 WTO쌀협상, 이면합의로 인해 농가피해는 물론 수백억의 손실을 안겨준 한중마늘협상,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 명분을 제공한 한일신어업협정 등 정부협상의 밀실주의와 그 결과는 과거와 다를 바 없는 현행 통상협정 협상과정에 대한 우려를 지울 수 없게 만든다. 그 우려는 한미FTA가 시작부터 문제와 의혹으로 채워져서 더욱 크다. 갑작스런 추진과 납득되지 않는 외교적 논리도 그렇지만 핵심분야에 대한 미측의 요구를 FTA추진 선결조건으로 들어준 의혹, 공청회 무산, 선대책 부재 그리고 경제적 효과의 통계수치 조작의혹 등이 그렇다.
한미FTA를 추진하는 정부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국민적 합의이고 이를 위해서는 국민적 신뢰가 필요하다. 그리고 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이 ‘법’으로서 존재하고 그 법이 ‘효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 ‘문서 비공개’라는 발표만으로 분노와 우려가 먼저 생기는 것이 지금의 민심이다. ‘한미간 필요시 국내 주요 집단에 정보공개 가능. 국민적 합의에 따른 협상위해 합의’. 이런 제목으로 나갔어도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까 말까 하는 상황인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공개 여부는 책임의 문제이자 모든 가능한 협상결과의 보장을 의미하는 것이다.
만일 중요내용이 3년간 제대로 국민(혹은 그 대표기관인 국회)에게 보고되지 않는다면 이는 현직 대통령과 정부가 한미FTA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협상 중 내용 공개는 국민적 합의가 불가능할 경우 협상중단의 가능성을 내포해야 한다. 지금 정부는 한미FTA의 추진을 위한 권위가 아닌,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 겸손한 태도가 필요하다. 국민들이 왜 반대를 외치는지 알아야 이 사회의 공멸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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