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FTA 협상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해석을 수용함’을 분명히 했다. 발언의 전후 맥락과 상관없이 ‘국가’라는 집합체의 정점에 위치한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어떠한 문제의 본질에 대해 이토록 적나라한 표현을 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평소 노무현 대통령이 기묘한 언어조합을 통한 도발을 즐겨왔으며 그것만이 그의 유일한 미덕이었음을 감안하더라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이쯤되면 막 가자는 거죠’, ‘좌파 신자유주의’, ‘친미 자주’ 류의 도저히 웃지 않고는 못 버티는 허무한 말장난 개그를 즐기던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들어 한계를 느꼈는지 악랄한 자학 개그에 집착하고 있다. 그는 지금 폐지 직전까지 몰린 개그 프로그램의 주인공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그의 지지도는 9.9%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의 지지도가 취임 이후 꾸준히 추락했지만 어느 순간에도 반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눈을 부벼보니 벼랑끝이지만 돌아보니 노무현 대통령에겐 처음부터 길이 없었다. 길을 내겠다는 악다구니와 복받침만이 있을 뿐이었다. 그의 길이 외로웠던 건 그와 청와대가 ‘골수’와 ‘꼴통’들에 의해 겹으로 포위되어서가 아니며, ‘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