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시 꼬리를 내린 정부
4대 현안은 한미FTA 협상의 전제조건이 아니라고 하더니
2005년 10월 새로운 약가상환제도 도입중단, 11월 6일 배출가스 강화기준 수입차 적용 유예 발표, 2006년 1월 13일 광우병 파동으로 수입이 금지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발표...그리고 1월 26일 스크린 쿼터 축소가 일사천리로 처리되었다. 불과 4개월만에 소위 그 동안 풀지못했던 한미 양국간의 오랜 현안이 해결되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한미FTA 공청회가 열렸고, 그 다음날 10분만에 공청회가 무산되었다는 사실도 무시한 채 한미FTA 협상개시가 선언되었다. 정황을 살펴본다면, 누가 보더라도 한미FTA의 개시가 4대 현안의 해결과 연결되어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그런데도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런 번개불에 콩 볶아 먹는 과정이 한미FTA의 전제조건이 아니라, 그저 한미 양국간 오랜 현안일 뿐이라는 말만 되뇌었다. 심지어 3월 초 미 의회에 보고된 자료에서조차 4대 현안이 한미FTA 협상 추진의 사실상 전제조건이라는 사실이 드러나 있는데도 외통부는 잘못 보고된 자료였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최근 이런 한국정부의 옹색한 변명을 적나라하게 반박하는 한 문서가 폭로되었다. 미 의회 27인이 부시 미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을 보면 “한국이 미국과 FTA를 체결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쟁점(4대 현안)들을 미리 처리할 필요가 있다. 최근 방미기간 동안 한국의 (김현종)통상교섭본부장은 이런 쟁점들이 적절한 시점에 처리될 것이라고 우리에게 확신을 줬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자 외통부는 스크린 쿼터의 경우는 한미FTA 논의를 촉진시키기 위해 축소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슬며시 꼬리를 내렸다.
수치조작에 해명요구에도 손바닥 뒤집기
국책연구원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지고...
켕기는 부분은 또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수치조작의혹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국책연구원이다. 말하자면,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국가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근거를 제공해 주는 곳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작성한 보고서가 수치조작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 발간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한미FTA의 필요성과 경제적 효과(1월)’ 보고서에서 제시되었던 한미FTA로 인한 실질국내총생산(GDP) 증가효과 1.99%가 3월 ‘한미FTA의 의의와 기대효과’ 보고서에서는 7.75%로 뛰어올랐고, 대미무역흑자 감소 전망치는 73억 달러에서 47억 달러로 축소되었다.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쌀을 포함했느냐의 여부에 따른 수치변동일 뿐”이라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이런 수치의 널뛰기를 일반균형모델이니 마구 어려운 용어들을 늘어놓으며 애써 이런 의혹을 일축하려 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아직까지도 검증에 나서겠다, 못하겠다를 번복하며 조작의혹이 가라앉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또, 정부는 지난 3월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연구용역 입찰을 하면서 첫 입찰공고에 응한 기관이 한 곳 밖에 없으면 재입찰 공고를 실시하겠다고 밝힌바 있는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외에 민간연구기관에서의 응찰이 없어 2차 입찰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급기야는 외부에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제3의 국제적인 기관에 맡겨 한미FTA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제기를 받기에 이르렀다.
국책연구원의 위상은 떨어지고 국민의 거센 반대를 설득할만한 객관적 자료도 확보하지 못한 정부는 자기논리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심중일 게다.
밀실협상 합의
-개선장군의 위용은 간데 없고, 국회에는 문서를 제공하겠다?
4월 18일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된 한미FTA 2차 사전 준비협의를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김종훈 한국 수석대표는 마치 개선장군인 양, 한국의 요구가 받아들여졌다며 기뻐했다. 그 내용을 들여다보니 협상의 이름을 한국의 요구대로 KorUS(코러스-합창)FTA로 받아들여진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결과물에 이르기까지 협상과정에서 주고받은 문서에 대해서는 3년 동안 비공개를 하는데 합의했다는 것이다. 문서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외교상의 전략 노출을 피하기 위한 것이며, 국제적인 관례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외통부는 밀실협상이라는 언론과 여론의 포화를 맞아야 했다. 계속되는 비난 속에 한덕수 부총리는 27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이 요구해서 3년으로 합의한 것이며, 국회에는 문서를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관계부처합창(KorUS?)으로 자가당착적 변명, 변명, 그리고 또 변명...
‘막가파식’으로 밀어붙인 한미FTA에 대한 전 국민적 분노와 반대, 정태인 전 청와대 수석의 폭로에 이어, 자칫 협상이 잘못 되기라도 했을 때 정권의 기반이 흔들릴 지도 모른다는 개혁세력 내부의 산발적인 문제제기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정부는 진흙탕에 빠진 한미FTA구하기에 나섰다.
4월 21일자로 ‘한미FTA Q&A-최근 비판론을 중심으로’라는 보도자료를 관계부처 합동으로 낸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지금까지 정부가 제시한 한미FTA에 대한 비난과 비판에 대한 답이 담겨져 있었다.
여기서 정부는 2월 2일 실시된 공청회가 ‘반대측의 회의진행방해로’ ‘회의중단을 불가피하게 선언하고 종료한바 있음’이라고 설명하며, ‘공청회가 정상적으로 완결되지 못했다’며 스스로도 공청회가 정상적이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또, 교육 부문에 대해서는 초중등 교육이 논의의 대상이 아니라 ‘대학 및 성인교육을 중심‘으로 논의될 것’이라며 ‘실질적인 교육개방’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학벌 중심의 사회에서 고등교육을 정점에 놓는 개방이 아래로 미칠 여파에 대해서는 아는지 모르는지 정부는 그저 이것이 교육개방이 아니라고 둘러대고 있는 것이다. 공공 서비스 부문에서도 정부의 자가당착적 논리는 계속된다.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서비스를 외국 자본에 팔아먹는다?’라는 제목 하에서 한국 정부는 우려가 지나치다며, ‘해당 공공서비스의 특성, 국민 경제적 중요성, 국제적인 관례, 자유화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되, 최대한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한다’고 설명하했다. 알맹이를 쏙 뺀 총 6줄 짜리 공문구가 말하는 것이 도데체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논리에 대해서도, 양질의 일자리는 창출 될 것인데 ‘경쟁력 우위부문과 열위부문간 임금격차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적고 있다.
의문을 해결해 주기는커녕, 무엇을 반박하고 있는 건지 정부의 자가당착적 논리만 되풀이했다.
한국정부 어디까지 국민을 기만할 것인가?
-FTA 홍보비에만 45억 예비비 긴급편성
민중의 이름으로 분노로, 폭로로 발기발기 찢겨진 한미FTA를 부여잡고 ‘일어나라'고 외치고 있는 한국 정부의 논리와 몰골은 옹색하고 초라하기 그지없다. 한국정부는 자기가 무엇을 잘 못한지는 모른 채 그저 무지몽매한 민중들에게 설명이 부족한 것으로 알고 국민적 공감대 확산을 위한 대국민 광고 캠페인에 42억원에 달하는 예비비를 신청했다는 것이 또 폭로되었다.
광고캠페인은 2006년 5월부터 6월까지 2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실시하는 것을 기본 계획으로 TV광고 26억 7천만 원, 신문광고 8억 7천만 원, 인터넷 5억원, 라디오광고 1억3천만원, 케이블 광고 9천만원을 배정했다. 그리고 4월 25일 국무회의에서 38억 1600만원이 의결 통과되었다.
이제는 아예 돈을 쏟아 부어가며 국민을 기만하겠다는 것이다.
차라리 이 돈을 ‘왜 전 국민이 한미FTA 저지’를 외치며 들고 일어섰는가를 알아보는 프로젝트에 투자한다면, 반민중적 노무현 정권이 전 민중으로부터 철퇴를 맞고 물러서는 일 만은 피할 수 있을 것인데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