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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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웹진기획글]우리는 왜 일해도 가난한가?
번호 635 분류   조회/추천 1347  
글쓴이 김혜진    
작성일 2006년 05월 17일 10시 37분 17초

우리는 왜 일해도 가난한가?

 

김혜진(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집행위원장)

 

일해도 가난한 노동자들 [2003년 자활사업의 평가와 개선방안]이라는 자료에 따르면 절대빈곤층 중에서 노동빈곤층 규모는 무려 38.4%가 되며, 이 중 42.6%가 비정규가구라고 한다. 그리고 중위소득의 50%를 버는 상대빈곤층의 경우에도 40% 정도는 노동빈곤층이며, 그 중에서도 45.6%가 비정규가구로 나타났다. 이와 같이 어마어마하게 많은 노동자들이 일을 해도 가난하다.

 

2004년 조사한 김유선의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에 의하면 OECD는 ‘상용직 풀타임 중위 임금의 2/3 이하’를 저임금으로 정의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상용직 풀타임 중위임금(180만원)의 2/3인 월평균 임금 120만원 이하’를 저임금 계층으로 분류하면 전체 노동자 1,458만 명 가운데 절반에 근접하는 699만 명(47.9%)이 저임금 계층으로, 정규직이 131만 명(20.4%), 비정규직이 568만명(67.9%)이다. 정규직은 5명 중 1명, 비정규직은 10명 중 7명꼴로 저임금 계층인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일해도 가난한가?

 

그렇다면 비정규직은 왜 가난한가? 우선은 임금이 너무 낮고 각종 사회보장 제도에서 제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 때문에 노동자들이 자신의 권리에 대해 말을 하지 못하고 주어진 현실을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의 낮은 임금을 부추기는 제도들을 살펴보자.

 

○비정규직이라는 존재조건 자체가 낮은 임금의 원인 우선 비정규직이라는 존재조건 자체가 낮은 임금의 원인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이 낮아야 할 객관적인 이유는 없지만, 노동자들이 고용이 불안정한 상태에 있기 때문에 정규직에 비해서 더 약자의 지위에 놓여 있고, 이런 지위를 이용하여 자본가들은 더 낮은 임금을 주려고 한다. 노동자들은 낮은 임금이라고 할지라도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또는 정규직으로 갈 수 없는 이상 이런 임금은 필연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낮은 임금을 수용한다.

 

○불연속적인 노동과 임금체계의 왜곡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난한 이유는 고용이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물론 고용계약을 반복하는 장기계약직 노동자들도 있지만,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지는 건설노동자 등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들은 당연히 가난할 수밖에 없다. 건설노동자들은 장마철과 같은 비수기인 경우, 또는 고용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시기에는 임금을 받지 못하므로 생활의 안정성이 떨어지게 된다. 영화노동자들의 경우에도 저임금 현상이 심각하다. 2004년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영화 스탭들이 참여하는 연간 평균 작품수는 1.24편이고, 작품 당 평균수입은 540만원으로 결국 평균 환산연봉은 640만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품 당 평균 촬영기간이 3-5개월인 점을 고려하면 평균 월급 수준은 108만원에서 180만원 정도로 일반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수준과 유사하지만, 영화스탭들의 연간 고용기간이 4-6개월에 불과하기 때문에 일반 비정규직근로자보다 더욱 열악한 조건에 처해 있는 것이다. 게다가 비정규직의 경우 포괄임금체계 등 왜곡된 임금체계로 인해 최저임금으로 고착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중간착취를 용인하는 간접고용 중간착취를 용인하는 간접고용도 문제다. 근로기준법에서는 중간착취를 금지하고 있지만 파견법으로 인해 이 원칙은 무너졌고, 용역이라는 이름의 불법파견도 횡횡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파견노동자들은 정규직의 63.0%, 용역노동자들은 정규직의 46.8%에 지나지 않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것은 중간착취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간접고용이 저임금을 발생하게 하는 문제는 단지 중간착취만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더 핵심적인 문제는 자본가들이 더 낮은 인건비를 위한 수단으로 이러한 용역-파견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2년 8월에 실시된 김승택의 연구를 보더라도 기업들이 파견노동자를 활용하는 첫 번째 이유로 기업의 32.7%가 비용절감을 꼽고 있다. 기업들이 파견노동을 사용하면서 비용을 절감하고 있는 부문을 살펴보면 임금이 57.3%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복지비용이 28.2%로 다음을 차지하고 있다. 그 밖에 교육비용 6.0%, 사회보험 분담비율 5.1%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 파견노동자들을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낮은 임금을 받게 되었으며 기업복지에서도 당연히 소외될 수밖에 없다. 또한 대부분의 회사에서 용역을 줄 때 경쟁입찰을 선택하다보니 낮은 입찰가격을 써낸 곳이 용역업체로 선정된다. 그렇게 되면 용역업체는 자신들의 이익을 뽑아내기 위해서 노동자들을 해고하거나 노동강도를 강화시키거나 임금을 대폭 낮춘다. 그래서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즉 간접고용 자체가 노동자들의 임금을 최저임금선으로 낮추는 조건인 셈이다.

 

○기본급 없는 100% 성과급제와 경쟁 시스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문제도 심각하다.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경우 ‘노동자’인데도 마치 노동자가 아닌 것처럼 위장 도급을 맺는 형태를 갖고 있다. 기본급이 책정되어 있지 않고 100% 성과급제로 임금체계가 구성되어 있고, 형편없이 단가가 낮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살기 위해서 엄청난 장기노동을 해야 한다. 게다가 일을 하는데 들어가는 많은 비용을 노동자가 감내해야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덤프연대 노동자들이나 학습지 노동자들이다. 덤프연대 노동자들의 경우 10-15시간의 살인적인 노동을 한다. 10년 동안 운반단가는 제자리걸음이거나 오히려 낮아지는데, 노동자가 감당해야 하는 경유가는 치솟아 평균부채가 3,800만원이나 되고, 월평균 100만원에 가까운 적자를 보고 있어서 이미1/4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상태이다. 원청에서 몇 단계를 거치면서 운반단가는 50%이상 깎이고 있으며, 운송단가가 맞지 않다고 해서 배차지시를 거부하기도 어렵다. 운송료를 떼어먹히는 경우도 있다. 학습지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3만원 하는 교재의 원가는 회사 측이 밝혔듯이 200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교재가 3만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은 학습지 교사들의 노동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사들이 받는 금액은 교재가격의 37%에 불과하다. 그러니 학습지 교사들은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과도하게 노동을 한다. 그런데 회사측에서 계속 실적경쟁을 시키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유령회원을 만들어서라도 실적을 부풀리지 않으면 안된다. 이로인해 노동자들을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2년 전 사망한 이정연 교사의 경우도 과중한 실적강요를 견디다 못해 스트레스성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사흘만에 숨진 것이다. 이정연 교사가 관리하던 회원은 204과목이었는데, 인수인계과정에서 134명이 유령회원으로 밝혀졌고, 그 회비를 이정연 교사가 빚을 내어 입금시킨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런 기본급 없는 100% 성과급제, 노동자들에게 경쟁과 실적을 강요하는 시스템, 수요변동의 책임을 온전하게 노동자들에게 돌리고, 치솟는 기름값 등을 온전하게 노동자들이 감내하게 만들고, 4대보험 조차도 들지 못하게 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현실 속에서 노동자들은 신용 불량자가 되고, 과도하게 빚을 지고, 그리고 죽어간다. 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용과 실업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사회보장이 더 절실한데, 이마저도 제외된다. 민주노동당의 조사에 의하면 사회보험 가입률은 정규직은 79~95%인 반면, 비정규직은 22~25%로 파악되고 있다. 비정규직 철폐와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으로 나가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빈곤화는 자본에게는 필연적이다.

 

한미FTA가 양극화, 빈곤의 문제를 해소할 것이라는 것은 한미FTA를 선전하기 위한 정부의 논리일 뿐이다. 한미FTA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는 미한재계회의 주한미국상공회의소 2005년 정책보고서를 보에서도 한국의 고용불안정성, 즉 노동유연화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는 만큼 한미FTA는 오히려 한국 정부의 불안정 노동을 양산하는 기조를 더욱 부추기고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또 설령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고용이 창출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이 비정규직인 서비스업의 고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점에서 한국정부의 주장은 거의 믿기가 어렵다. 오히려, 현재의 양극화, 즉 빈곤이 심화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듯하다.

 

삶의 벼랑 끝에 내몰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투쟁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쟁취해야 한다. 그런데 비정규직노동자들조차도 경쟁을 하면서 연대의 정신을 발휘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바로 생존의 위협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고용되어 있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고용 자체를 파괴하는 신자유주의에서는 ‘고용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 그 자체가 무기가 되어 노동자들이 경쟁으로 위협한다. 이런 생존의 위협과 고통 때문에 노동자들은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신자유주의에서 빈곤화는 자본의 주요한 전략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이 열악해지고 계속 바닥을 향한 경쟁으로 치달아가는 것도 바로 빈곤화가 노동유연화시대에서 노동자 통제를 가능하게 만드는 자본의 무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빈곤화의 전략의 연장에 한미FTA 또한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양극화 즉 빈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빈곤에 저항하고 실질적인 삶을 쟁취하기 위해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 자체에 대한 반대를 하는 길 뿐이다. 그것은 비정규직 철폐투쟁으로 나아가는 것이며 노동자들에게 불안정한 노동과 빈곤을 강요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지로 나아가는 것이다. 노동하는 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쟁취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철폐하고 신자유주의를 파탄내기 위한 투쟁으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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