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가 했더니 이미 저만치 가버렸습니다. 새침한 모습으로 찾아와 요염한 자태를 드러낼 거라 기대했건만 오는 둥 마는 둥 느닷없이 찾아와 가는 둥 마는 둥 분별없이 가고 맙니다.
아롱아롱 아지랑이 솟고, 뾰족뾰족 새싹 틔우는 봄인가 했더니 느끼기도 전에 맨살을 드러내야 할 만큼 성큼 다가온 초여름입니다. 떡잎 하나 겨우 지탱할 만큼 가냘프기만 했던 새싹도 이젠 어엿한 나뭇잎이 되었고, 화사하기만 했던 봄꽃들도 이러쿵저러쿵 뒷말을 남기며 자취를 감춰갑니다. 아직은 봄날이 분명한데 땅위를 뒹구는 낙화처럼 가는 세월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