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 거짓말
제목 [경제칼럼] 한미 FTA와 위헌논란
번호 62 분류   조회/추천 5855  /  646
글쓴이 이해영(범국본)    
작성일 2006년 08월 16일 10시 49분 06초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은 현재 국회에 발의된 통상절차법과 관련, “조약체결권을 국회가 갖고 가는 건 적절치 않음”을 밝혔다. 그렇다. 헌법 73조에 명시되어 있는 것처럼 조약의 ‘체결권’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에 속하므로, 이에 시비를 거는 것은 정당치 않고 또 위헌적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심각한 오해가 있다. 처음 이 법안을 제안한 시민사회의 입장에서 볼 때 그 취지는 대통령의 체결권을 침해하자는 것이 아니라 헌법 60조에 규정된 국회의 체결동의권을 존중하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해방 61년, 우리의 헌정사를 통틀어 조약의 ‘체결동의’ 자체가 정치, 사회적 쟁점이 된 적은 내가 알기에 한 번도 없다. 한심함을 넘어 그저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무슨 말인가. 우리 헌법 60조는 국회가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 사항에 대한 조약의 체결 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되어 있다. 예컨대 한·미 FTA가 이러한 조약에 해당됨에는 이론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체결과 비준 사이에 찍힌 ‘가운뎃점’이다. 우리말에 관한 한 최고의 권위기관인 국립국어원 한글맞춤법 규정을 참고하면 이 가운뎃점이란 “열거된 여러 단위가 대등하거나 밀접한 관계임”을 나타날 때 사용한다. 그래서 국회의 동의권이란 체결과 비준이라는 서로 ‘대등하고 밀접한’ 그 각각에 대한 동의권을 의미한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서 체결이란 무엇인가. 체결은 협의의 체결과 광의의 체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협의의 체결에 대한 가장 유력한 정의는 우리도 이미 비준한 바 있고 국내법과 동등한 효력을 가진 빈조약법을 참고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체결이란 비준직전 단계까지, 즉 협상대표를 임명하고 본협상을 진행해 조약문을 확정하기까지를 가리킨다고 보면 된다.

처음 헌법 60조의 국회동의권이란 체결과 비준 각각에 대한 동의권이라는 말을 꺼냈을 때 몇 분이 좀 ‘과도’한 해석이라는 지적을 하였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이 해석이 과도하다면 헌법 73조 “대통령은 조약을 체결 비준하고”라는 규정에 따라 대통령이 현재 체결과 비준 각각에 대해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로 과도하다는 딜레마가 발생한다. 또한 체결만 하고 비준되지 않은 조약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체결과 비준을 별개의 법률적 행위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사안이 결코 가볍지 않음은 지난 60년간 관련 조항의 개정 연혁을 살필 때 더욱 분명해진다. 1공화국 이승만 독재시절 대통령은 조약의 체결권과 비준권을, 반면 국회는 비준동의권만을 가졌다(제헌헌법 59조, 42조). 4·19 이후 2공화국 내각책임제 하에서 체결권은 내각에 귀속된다. 이 때 명목상 국가원수인 대통령은 비준권을, 반면 국회는 비준동의권을 가졌다(3차 개정헌법 59조). 5·16 이후 수립된 3공화국에 와서 대통령은 조약의 ‘체결 비준’권을, 반면 국회는 조약의 ‘체결 비준에 대한 동의권’(5차 개정헌법 71조, 56조)을 가진다. 이후 4, 5공화국을 거쳐 현재의 9차 개정헌법에 이르기까지 이 규정에 변화는 없다. 이로부터 3공화국 이래 국회는 헌법개정을 통해 체결 동의권이 확보되었음에도, 이승만 독재시절의 관행을 묵수해왔다는 ‘가설’이 성립된다. 현재 외통부는 헌법 60조를 행정부에 의한 조약의 체결에 대해 대통령이 비준할 것인지를 국회가 가부동의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즉 헌법 60조에 명시된 국회의 체결동의권을 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는 말이다.

통상절차법은 이러한 ‘입법불비’ 사태를 타개하며, 잘못된 헌법해석을 바로잡고 나아가 3권의 균형을 복원해 조약에 관한 한 한낱 거수기로 전락한 국회의 동의기능을 실질화하자는 것이다. 헌법 60조 문제는 적어도 3공화국 이래 국회 체결동의가 없는 모든 조약이 위헌논란에 휩싸이는 전대미문의 스캔들이 될 수도 있다. 국회 체결동의가 없는 한·미 FTA 역시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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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이해영 범국본 정책위원장의 글로 '경향신문' 8월 15일자에 실린 글이다.

  
  괴물님 남김   2006.08.23 11:14   덧말수정 덧말삭제
이 교수님 글 잘읽었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드는 의문은 과연 이 교수님이 국회에 발의된 법안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런 글을 쓰신 건지 의문이 드네요.
-헌법상 보장된 체결.비준 동의권은 국회의 권리로 존중되야하겠지만, 국회가 조약 추진 전 사전동의, 협상의 조건부과, 협상단 추천 등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역으로 헌번이 보장한 행정부의 조약체결권 또한 침해되어, 말씀하신대로 통상절차법에 따라 추진되는 모든 조약 또한 위헌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은 왜 간과하시나요.
- 말씀하신 대로 제3공화국 이래 국회체결동의가 없는 모든 조약이 위헌 논란에 휩싸이는 법적 혼돈 상태를 기대하시는 건가요.
- 법이란 성문 규정뿐만 아니라 법적 관행, 즉 헌법 운영 관행과도 조화되도록 해석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지요. 그간에 왜 국회의 체결동의권을 강조하시는 말씀을 하시지 않다가 이렇게 뜬금없이 제기하시는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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