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협상을 통해 드러난 한국 정부의 사기와 거짓말
지난 6월 5일부터 10일까지 미국 워싱턴DC에서 한미FTA 1차 본협상이 진행되었다. 올해 초 예비협상 시기부터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 학계와 농민진영은 한미FTA가 전사회적으로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드높였다. 또한 여러 언론사 등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국민 대다수가 한미FTA 체결에 반대하거나 유보입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듯 전사회가 한미FTA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협상을 강행한 것이다.
미국 정부는 고사하고 한국 정부에 대한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긴 했지만, 이번 1차 협상에서 한미FTA의 반민중적 본질뿐 아니라 정부의 거짓과 사기가 한층 더 드러났다. 진보진영 뿐 아니라 여당과 정부 내부에서 한국 정부의 ‘협상력’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오기 시작하자 정부는 1차 협상이 끝난 후 개성공단, 농업, 공공서비스 등 ‘민감 사항’에 대해서 미국 압력에 버틴 것처럼 내지는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키려 노력한 것 마냥 선전하고 나섰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민중’, ‘국민’은 없다. 관철당하든 버티든, 적극 관철을 시키든 정부의 협상 전략과 계산 속에는 한국 자본의 생존과 확대만 있었던 것이다. 내줄 것을 다 내줬으면서도 아닌 척 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서비스 협상을 보자. 협상이라고 할 것도 없다. 정부는 공공서비스 사유화, 시장화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교육과 의료 등 공공서비스를 미국으로부터 지켜낸 것처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을 은폐하고 국민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술책에 다름 아니다. 한국 정부는 이미 국내법을 통해 국립대, 물, 의료, 에너지, 철도 등을 사유화, 시장화하고 있다. 그런데 협정의 특성 상, 국내법으로 사유화되는 순간 공공서비스는 자동적으로 국제 무역협정에 귀속된다. 또한 FTA는 네거티브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협정문 부속서에 명시되지 않는 모든 서비스는 자동적으로 자유화된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서비스를 부속서 제외목록에 명시하지 않는 이상, 공공서비스를 지켜냈다는 ‘자랑’은 명백한 거짓이요, 이미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는 공공서비스 사유화, 시장화를 은폐하기 위한 작전인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이번 협상에서 양국 정부가 공공서비스를 의제로 삼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공공서비스를 포함해 모든 서비스를 자유화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하고 이에 도장 찍었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한국 정부가 협상을 통해 무엇을 따내고 무엇을 따내지 못하느냐가 아니다. 우리는 바로 이 순간에도 반노동자․반서민 정책으로 일관하며, 노조탄압을 서슴치 않는 노무현 정부가 노동자민중의 입장에서 한미FTA 협상에 임할 것이라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나아가 한미FTA를 통해 한국 자본 입장에서 따낼 것이 있을 수는 있지만, 노동자․민중에게는 FTA란 죽음을 의미할 뿐이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대중적인 투쟁을 통해 한미FTA를 저지하는 것이다.
공공서비스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지켜낸다
WTO와 FTA 등 신자유주의 ‘자유무역’ 체계는 초국적 자본의 이윤을 보장하기 위해 자본이 갈 수 없었던 곳을 갈 수 있도록 열어주는 협정이며, 이런 측면에서 공공서비스는 신자유주의적 무역협정의 ‘꽃’이다. 그렇기에, 한미FTA를 저지하는 투쟁에 있어 공공서비스를 지켜내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또한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한미FTA 저지 공공서비스공대위와 공공부문 5개 노조의 연대체인 공공부문노동조합연대회의(공공연대)는 6월 26일부터 ‘국토종단 대행진’에 돌입한다. 최근 노조말살정책과 연금 개악, 공직사회 구조조정과 상수도 등 주요 공공기관 민간위탁을 직면하고 있는 공무원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국토종단 대행진’ 2개 팀은 각각 경남과 전남에서 시작해 현장을 순회하고 지역 거점별로 공공연대 결의대회를 가지면서 서울로 향한다. 교수노조는 ‘1000+1000km 대장정’이란 이름으로 등록금 후불제와 교수노조 합법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전교조는 역시 외국인학교 확대와 성과급 도입 등 교육시장화 및 노동조건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공공연맹은 KTX 승무원들의 투쟁을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듯이 공공부문 비정규직화와 공기업 사유화에 대응하기 위한 투쟁을 지속하면서 동시에 공공부문 전체 투쟁에 함께 하고 있다. 각자의 요구를 걸고 각자의 현장과 지역으로부터 힘을 끌어올려 2차 협상을 목전에 앞둔 7월 8일에는 공공부문 전체 총궐기대회를 진행할 것이며, 이렇게 단결된 힘을 기반으로 10일부터 시작되는 2차 협상 저지투쟁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렇듯 공공부문의 요구는 가지각색이지만 그럼에도 모여서 함께 투쟁할 수 있는 것은 이 모든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에 대한 투쟁이요, 보편적 인권으로 보장되어야 할 공공성을 지키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그리고 한미FTA는 이런 신자유주의를 강제하는 데 있어 최선봉에 있는 핵심적 기제이기 때문에 공통 요구로서는 ‘한미FTA 저지, 사회공공성 쟁취!’를 함께 외치는 것이다.
물론 국토대행진과 7월 8일 투쟁이 행정․공공서비스 시장화, 사유화를 막아내고 사회공공성을 쟁취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2차 본협상 저지 투쟁이 한미FTA를 저지하는 데 있어 그 끝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시작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공공부문의 투쟁은 그 동안 각개 격파하였던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공동의 요구를 걸고 함께 싸울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며, 나아가 7월 12일 범국민대회를 전후로 한 본협상 저지 투쟁은 전민중이 단결하는 데 중대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
이 글은 한미FTA 저지 공공서비스 공대위 소속 전소희 전국공무원노조 대협부장님의 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