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에 있었던 한미 FTA 2차 협상이 한국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 덕분에(?) 결국 파행을 맞았습니다. 미국이 그토록 펄펄뛰며 가로막고자 하는 이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말 그대로입니다. 약값을 적정하게 하겠다는 거지요. 약값을 적정하게 해서, 보험 재정도 탄탄하게 하고, 의료 서비스 질도 높이겠다는 겁니다. 이렇게 약값을 적정하게 만드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현재 보건 복지부가 입법 예고한 안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특허가 끝나면 약값을 내린다
-당연히 특허 기간동안 비싼 가격을 받았으면, 그 유효기간이 끝났을 때 가격을 내려야 하는 게 상식적입니다. 예를 들어, 비아그라 출시하고 20년 동안(특허 기간) 비싼 약값 받았으면, 그 이후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고개숙인 남성분들 도와드려야 하는 거 아닙니까
2. 현재 보험에 올라가있는 약품들이 과연 비용대비 해서 효과가 있는지 살펴보고, 그렇지 못한 약품들은 더 이상 보험에 등재시켜 주지 않는다
-사실 이것은 거의 그 약품에 대한 사형선고와 같습니다. 보험에 오르지 못한 약품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쓰이지 않을 테니까요. 벌레 물린데 바르는 ‘버물리’라는 약을 예를 들어봅시다. 버물리와 같은 성분을 가진 약품들(제네릭이라고 부릅니다)이 많습니다. 모물리, 왜물리, 꽉물리등등. 그런데 꽉물리 가격이 다른 것들보다 1,000원 비싸다고 합시다. 효과는 똑같은데. 그러면 당연히 꽉물리 퇴출되야지요. 이렇게 퇴출당하지 않기 위해서 제약회사들이 좋은 효과를 가진 의약품을 싼 가격에 내놓으려고 기쓰고 노력하게 되는 건 당연하겠지요.
3. 국민 건강에 꼭 필요한 의약품인데 제약회사가 보험 등재 신청을 않거나 가격 협상이 결렬된 경우에는 보건복지부내에 설치될 ‘급여 조정 위원회’의 조정을 거쳐 등재한다.
- 온 국민 피로회복에 박카스가 꼭 필요하다고 합시다. 보험공단에서는 100원만 주겠다, 그러는데 제약회사에서 200원은 줘야된다. 200원 안주면 수지 안 맞아서 더 이상 못 만들겠다.. 이러면 전 국민 건강을 위해 ‘급여 조정 위원회’에서 제약회사와 가격 조정에 들어가서 150원이든, 160원이든 협상하는 겁니다.
간만에 이렇게 좋은 제도를 만들어 보겠다고 보건 복지부가 열심히 뛰고 있는데, 미국은 이 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협상장에서 뛰어 나가 버렸습니다. 그러던 미국이 이 약제비 적정화 방안 중 포지티브 리스트를 받아들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고맙고 감사해서 문득 절이라도 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 봅시다. 좋은 약을 좋은 가격에 자국민들에게 공급하겠다는 한 국가의 정책을 된다, 안된다 왈가왈부하고, 결국 큰 선심이라도 쓰는 듯이 받아들여 주겠답니다. 미국이 이렇듯 큰 ‘선심’을 써주고 그 댓가로 얻어가려는 것들이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특허권 연장, 강제 실시 제한, 유사의약품 자료독점권 인정, 독립적 이의신청 기구 설치등이 바로 그것들 일텐데,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주부터 차근히 살펴보기로 합시다.
6월에 미국 워싱턴에 원정 투쟁갔을때 만났던 미국 동포가 이야기 하나 들려주셨습니다. 미국에서 여기 저기 돌아다닐때 40대 이상 되어 보이는 사람들 이를 잘 쳐다보라구요. 특히 가난해 보이는 사람들이나 유색인종들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앞니가 없이 훵하니 사신답니다. 비용이 너무 비싸 치과에 가질 못한답니다. 미국에 유학 간 친구가 한명 있었습니다. 이빨이 흔들거리고 아파서 빼야하는데, 그 이빨 빼러 한국에 왔다갔습니다. 비행기 값, 치료비 다 합해도 더 싸게 먹힌다고 하더군요.
미국 인구 14% 4,800만명이 의료 보험이 없다고 합니다. 개인 파산을 신청하는 미국인들 중 절반이 의료비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금 당장 FTA가 민간 보험을 들여오고, 의료기관을 영리화 시키지는 않을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미국이 그토록 너른 마음으로 받아들여 주겠다는 포지티브 리스트, 무력화 시킬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저들이 들이밀고 있습니다. 포지티브 리스트 무력화되고, 약값 상승하고, 의료보험 재정 파탄하고, 결국 가난한 사람들의 건강권을 지켜주지 못하는 미국식의 의료제도가 우리나라에도 언젠가 정착될는지 모릅니다. 하루 이틀, 혹은 일년 이년 살고 죽을 목숨들 아니지 않습니까. 길게 보고, 멀리 봅시다. 아프고 서러운데, 돈이 없어서 저 앞에다가 치료제 놓고 보면서도 죽어가야 하는 세상 만들지 않기 위해 한미 FTA 반드시 저지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