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환(이윤보다 인간을)
1. 1차 협상에서 3차 협상까지
한미 FTA 협상이 9월 6일부터 4일간 미국에서 3차 협상에 들어간다. 협상 개시(선언) 시점부터 졸속협상 비민주적 협상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그 내용면에서도 전혀 득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양국은 1차 협상에서는 통합협정문을 만드는 작업에 주력했고 2차 협상에서는 각 부문별 양허안에 대한 세부협상을 진행했다.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신속하고 원할 한 진행이었다. 다른 국가 간 사례에서는 대부분 협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예비협상에서 본 협상에 이르기까지 난항을 겪고 본 협상도 상호간의 이해관계로 협상이 실패하는 것으로 볼 때 한미 FTA는 타결을 전제로 하는 극히 이례적인 협상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런 논의 일정이 미국 행정부의 신속협상권한(TPA) 만료 시한인 2007년 7월 이전에 마무리 짓기 위한 일정에 따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1차 협상과 2차 협상이 통합협정문 작성과 양허안 교환이었다면 3차 협상 이후부터는 양허안에 대한 세부적인 작업 각 협상부문에서 세부 유예품목이나 유예기간 등을 정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각 협상 과정이 지나칠 정도로 빠르다는 점은 수없이 지적되었기에 굳이 더 언급하거나 세부적인 비판을 하지 않겠다. 어째든 지난 8월15일 관세 양허안을 교환하는 등 양국은 3차 협상이 시작되기 전 8월 안에 17개 부분의 양허안 및 개방요구 목록을 교환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3차 협상에서는 농산물 부분과 의약품부분, 섬유부문 그리고 개성공단 원산지 문제가 여전한 쟁점으로 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9월 14일 부터는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3차 협상이후 진행될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최근 커지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실험 및 핵문제, 작전통수권문제 등 대북 안보관련 사안과 함께 한미 FTA미타결 부분에 대한 막후조정 등이 예상되기도 한다. 2차 협상에서 미해결된 의약품 부분에 대한 작업반 회의가 지난 21일 싱가포르에서 열렸지만 구체적인 합의에는 실패했다.
2. 3차 협상에서 신자유주의가 원하는 것은?
정부의 주장과 언론의 보도대로 이번 3차 협상에서는 각 분과별 개방유예 항목이나 관세유예 기간 등 세부적인 양허안의 내용을 다룰 것이다. 정부는 ‘진검승부’라는 표현까지 쓰고 있지만 ‘강철검과 청동검’의 대결이라면 진검 승부도 결과는 분명하다.
2차 협상기간 중 있었던 의약품부분 협상에서 미국 측의 퇴장으로 인한 파행이 결국 사전 포지티브 시스템의 인정이 있었다는 사실 알려진 바 있다.(연합뉴스, 참세상 7월 27일 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1일-22일 있었던 싱가포르 작업반 회의에서 한국정부는 여전히 미국의 요구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대처를 하지 못하고 쩔쩔 맸다. 싱가포르 회의에서 미국이 내세운 요구사항은 16가지나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요구사항은 대부분 미국의 초국적 제약회사들의 이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였다. 즉 초국적 제약회사의 신약의 특허권이나 건강보험 의약품 등재에 관한 불이익 방지책이었다. 본격적으로 세부 양허안을 가지고 관세유예 및 유예항목을 다루는 3차 협상에서 이런 상황은 다른 분과에서도 더 구체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여전히 자신에 찬 목소리다. 농업부문에 대해서 유예항목과 유예기간을 이끌어내겠다는 주장을 하는 한편 개성공단 원산지 문제도 포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외치고 있다. 그러나 어느 하나 이렇다 할 대응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며 다른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정부를 신뢰할 수 없다.
실재 농업부문에서 쌀은 WTO와의 협상결과로 10년 안에 사실상 개방화될 것이고 광우병 소 수입재개를 4대 선결요건을 통해서 이뤄냈기에 미국의 입장에서는 급할 것이 없다. 개성공단의 문제는 남한 신자유주의자들에게 아주 획기적인 경제적 이익을 보장하지도 못할 뿐더러 미국 보수파에게도 목숨을 걸고 막을 문제는 아니다. 아직까지는 미국 시장에 대한 영향이 미미할 뿐이며 미국 내 정치질서에 관련된 문제로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조정가능하다는 것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가장 마음이 급한 것은 노무현 정부일 뿐이다.
또한 한미 FTA에서 주요한 항목 중 하나인 지적재산권 부분에서 미국은 지적재산권을 사후 50년에서 70년으로 연장하고자 하는 시도하고 있고 저작권(특허권) 보호를 위해 상대국가에서 직접조사를 할 수 있는(거의 사법권을 갖는다고 볼 수 있는)권한의 요구, 민중의 건강과 직결되는 의약품에서 특허권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한국정부가 3차 협상으로 내세우는 쟁점은 쟁점을 인지하는 수준이지 구체적인 협상의 전략이나 카드는 없어 보인다.
사실 이런 쟁점들은 그래도 윤곽이 들어나 있는 것들이다. 이런 쟁점 내지는 예상되는 점에 대해서 만족할 만하거나 제대로 된 대책을 내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점차 세부적인 내용으로 들어갈수록 집요해지고 치밀해지는 미국의 요구에 대응하는 것이다. 미국은 1차 협상에서는 한국 공교육시장은 관심 없다고 했다가 2차 협상에서는 SAT시장 개방을 요구했다. 의약품 부분에서도 특허권을 중심으로 한 세부적인 요구를 통해서 자신들의 이해를 손해 없이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이런 미국의 요구에 뒷북만 치고 있는 상황이며 심지어 정보를 왜곡하고 귀를 닫기도 한다. 지난 싱가포르 협상에서 미국의 예상되는 요구를 한국의 보건의료 사회단체들이 귀띔하기도 했지만 한국정부는 귀담아 듣지 않다가 협상기간 내내 쩔쩔 맸다는 것이 언론의 후문이다.
결국 3차 협상은 3차 협상과 한미정상회담, 4차 협상과 한미연례안보회의 등을 거치면서 경제와 안보(대북정책)정책을 병행해 가는 과정의 하나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이며 FTA자체로는 미국의 더 구체적인 개방요구안에 한국정부가 대응하기 버거운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3. 3차 협상 대응 전망 : 한미 양국의 쟁점을 넘는 민중적 쟁점을 찾아야
이런 한미 FTA는 여전히 협상의 쟁점이 국가 간의 쟁점으로 논의 되고 있다. 사실 이것이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자칫 ‘유리한 협상’, ‘국익이 되는 협상’이라는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 그럴 때는 의도와 무관하게 한미 FTA를 어떻게 잘 해결할 것인가로 끊임없이 귀결될 것이다. FTA와 신자유주의가 본질적으로 무엇인지 한국사회와 민중을 어떻게 병들게 하는 지 알려내는데 점차 소홀해 지는 우리를 발견하는 순간 우리의 미래는 암울하다.
그러므로 FTA협상이 그 횟수를 더해 가는 만큼 이를 저지하는 투쟁과 함께 신자유주의가 추진하려는 한국사회의 재편에 대한 문제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벌써 한국사회는 많은 신자유주의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또한 한미 FTA에서 논의되고 다뤄질 내용들의 다양한 축소판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 예로 미국이 굳이 공교육개방이 아니라 SAT제도를 언급한 것은 SAT제도가 가져올 파생효과는 기대이익이 크기도 하지만 한국이 신자유주의 재편과정에서 다양한 구조조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경제자유구역에 외국인학교 설립이나 개방형 자율학교(공영형 혁신학교) 설립을 추진하면서 사실상 교육시장 개방 및 영리를 추구할 수 있는 발판을 다양한 국내조치(법제정)를 통해서 만들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점은 의료영역에서도 의료법인의 영리법인화 추진이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미국은 결국 한국의 신자유주의 재편의 결과로 인해서 더 손쉽고 더 유효적절한 협상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 우리의 일상적인 투쟁과 장기적인 계획이 함께 하지 못한 다면 FTA저지 투쟁은 반쪽에 대한 투쟁에 그칠 것이다.
또한 금융․투자․서비스 부분은 초국적 금융자본의 이해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기에 중요한 문제임에도 쟁점으로 언급하는 것조차 회피하고 있다. 2차 협상까지는 절차, 비민주성 그리고 졸속성이라는 화두와 함께 외국의 선례로 보여 진 FTA의 처참하고 어두운 모습으로 대중을 조직했다. 여기에 이해 당사자도 많고 대중적인 접근이 쉬운 농업이나 기타 다른 산업문제를 중심으로 FTA의 문제를 제기 했다면 3차 협상을 경과하는 과정에서는 한미FTA가 가지는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본질을 파헤치는 것에도 힘을 더 보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가 FTA를 추진하면서 강조한 것을 아주 쉽게 표현 하면 ‘다른 것으로는 이제 먹고 사는데 한계에 봉착했으니 금융과 서비스를 강화해서 국가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었다. 한국을 금융허브로 만들겠다는 노무현 정권의 야심은 세계를 금융으로 지배하는 초국적 금융 자본들의 투기장으로 한국시장을 내주겠다는 것이며 그 선두에 서 있는 미국에게 금융과 투자 서비스 시장을 내주겠다는 것이다.
한편 여기에서 우리가 유념해야 하는 것은 이번 협상 자체에 대한 쟁점과 함께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빅딜’이 일어날 가능성이다. 현재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이나 안보 정책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과 수구보수파의 공격으로 인해 원활하지 못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FTA의 쟁점은 대북카드와 교환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으며 3차 협상과 4차 협상 사이에 한미 정상회담을 배치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일 것이다.
부속협상서와 세부 협상내용에 대해서 비공개하고 있는 한국정부가 어떤 내용을 어떤 거래에 이용할지 알 수 없기에 남북관계라는 상황이 아무리 정치적 변수로 등장해도 민중들이 대응하기가 막막하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우리는 단순하게 3차 협상에 대한 전망과 저지를 넘어서 신자유주의 반대, 민중생존권 투쟁을 어떻게 벌일 것인가를 중심으로 고민의 지점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비록 열심히 싸웠지만 다양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한미FTA협상이 다양한 이유로 연기되거나 유보, 합의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