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국제부장 정명희
▣ 들어가는 말
최근 한국사회에서 가장 열띤 이슈는 단연 사회의 양극화 해소이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또는 국민이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한결같은 목소리를 낸다. 이와 같은 현상은 IMF 금융위기 이후에 한국사회에 나타난 현상이다.
그 런데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된 이유와 처방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양극화의 이유에 대해서는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서로가 책임전가 하기에 급급하고, 처방에 관해서도 주장은 다양하지만 모두 해결에 대한 자신감은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개인이든 기업이든 가진 자와 못가진자간의 자금의 흐름이 막혔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막힌 흐름을 뚫을 수 있는 방법은 신자유주의 정책 속에서는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담당자들은 애써 이것을 인정하지 않고 또 다른 이유를 애써 찾으려고만 한다.
신 자유주의의 결정판인 FTA는 그 정책의 핵심을 담고 있다. 즉, 상품 및 서비스를 포함한 포괄적 전면개방, 공기업의 사기업화, 모든 규제의 완화, 여기에 덧붙여서 노동의 수량적 유연화 정책이다. 한마디로, 초국적 자본의 방해가 되는 것은 무엇이든 제거하려는 칼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제거작업의 선봉은 금융자본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IMF 금융위기 이후에 은행산업의 구조조정을 통하여 똑똑히 보아왔다. IMF로부터 금융지원을 받으면서 금융시장의 전면 개방, 모든 규제의 완화, 은행노동자의 1/3이 해고되었고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에는 저임금의 계약 및 파트타임의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다. 이와 반면 외국의 초국적 자본은 막대한 이익을 챙겨 나갔거나 지금도 챙기고 있다. 그리고 제일은행, 한미은행, 외환은행은 외국의 자본에게 팔렸고, 국민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은 85%, 신한지주 64%, 하나지주 80%이다. 공적자금이 들어간 우리금융지주와 국책은행을 제외하면 대부분 은행들의 외국인 지분율은 60%~100%이다. 그런데도, 미국은 우리금융지주를 하루빨리 민영화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남은 한 개마저 먹어치우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다.
▣ 한미FTA 협상에서 금융부문은 왜 논외의 대상인가?
협상에서 금융부문의 핵심논쟁은 두 가지였다. 신금융서비스를 개방할 것인가와 국경 간 거래의 범위를 어느 정도까지 할 것 인가였다. 제2차 협상 때까지 이것의 내용이 논란되다가 3차부터는 아예 의제에서 빠지고 있다. 다만 금융부문의 협상은 잘 되어가고 있고 통합협정문을 만들었다는 발표뿐이었다. 과연 금융부문은 미국의 이익창출의 핵심분야이면서도 협상에서 논외의 대상일까!
1. 정부의 정책실패를 감추자?
정 부는 금융부문의 정책실패를 동북아금융허브란 이름하에 정책실패를 만회하려는 시도로 이용하고 있다. 국내의 금융관련법 제∙개정을 철두철미하게 진행시켜오고 있었는데, 갑자기 한미FTA가 튀어나오자 시기적으로 ㅤㅉㅗㅈ기면서 법률정비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정부는 FTA 협상에서 금융부문을 대두시킴으로서 자신의 정책실패와 준비부족을 가능한 국민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 실례로 외환은행의 론스타에게의 불법매각을 마무리도 하지 않은 채, 금융제도의 준비부족마저 국민들에게 노출된다면, FTA의 체결은 아마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2. 이미 금융시장은 충분히 개방되었고 내성이 붙었다?
한 국의 금융시장은 이미 85% 개방되었기에 상대적으로 충격이 적고, IMF 이후 이미 내성이 붙었다고 정부는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진실은 이와 다르다. 일반적인 금융개방과 특히 금융대국인 미국과의 FTA를 통한 개방은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WTO를 통한 개방 즉 다자간의 협정일 경우에는 우리의 개방진행속도를 조절하고 여기에 따른 내부시스템의 준비를 적절하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투자협정의 독소조항들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즉, 포괄적인 투자의 정의, 국경간 금융거래일 경우의 내국민대우, 투자자의 이행의무부과금지 조항, 후퇴금지조항 등은 실질적으로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조항인 것이다.
3. 미국은 한국의 금융관련법을 좌지우지하는 세력으로 등장
이 미 ‘자본시장통합법’(가칭) 제정과 보험업법 개정의 내용을 미국은 한미재계회의와 주한미국상공회의소를 통해 자세한 조항까지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FTA에서 다른 부문을 양보하면서까지 논쟁을 할 필요가 없다. 더구나 ‘동북아금융허브’의 추진위원회의 일원으로 시티은행을 비롯한 여러 초국적 은행들이 이미 개입하고 있고 이들은 금융관련법 제∙개정의 주요세력으로 활동하고 있다.
4. 미국은 한국정부와 이미 암암리의 약속은 이미 완료
미 국의 3대 투자은행은 이미 상업은행의 인가신청을 마친 상태이다. 한미FTA의 시기에 맞추어 투자은행이면서도 상업은행으로 인가신청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의 법률정비 내용을 이미 모두 파악하고 어떻게 보험, 은행, 금융투자업간의 업무영역조정이 이루어질 것인지 서로간의 겸업화에 대한 내용을 알고 있다는 증거이다.
▣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및 보험업법 개정의 내용은 무엇인가.
사 실, 자통법은 자본시장에서의 금융빅뱅을 유도하는 기폭제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서, 이 법이 정비되고 나면 자연스럽게 보험업법 개정과 금융통합법 제정을 통하여 은행, 보험, 금융투자업이 삼각동맹체제를 만들어서 금융시장의 발전을 키워보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도이다.
1. 금융투자상품의 포괄주의 도입: 금융투자상품의 개념을 추상적으로 정의하여 향후 출현할 모든 금융투자상품을 법률의 규율대상으로 포괄하여 확대
2. 기능별 규율체제로의 전환: 금융투자업, 금융투자상품, 투자자를 경제적 실질에 따라 각각 재분류하여 취급 금융기관을 불문하고 경제적 실질이 동일한 금융기능은 동일하게 규율함.
3. 업무범위의 확대:
① 6개의 모든 금융투자업(투자매매업, 투자중개업, 신탁업, 투지일임업, 투자자문업, 집합투자업) 상호간 겸영허용
② 모든 부수업무의 영위허용(지급결제 업무의 허용)
③ 투자권유대행자 제도의 도입
④ 금융투자업 관련 모든 외국환업무 허용
4. 투자자 보호제도의 제고: 투자자 보호장치의 제도화, 이해상충 방지체제의 마련, 발행공시의 적용범위의 확대 등
여 기에서 눈에 띄는 것은 한미FTA에서 요구하는 내용과 똑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개념의 범위확대, 네거티브 규제, 업무영역간의 장벽제거, 철저히 투자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보호장치를 마련해주는 것이다. 자통법이 통과되면, 은행법과 보험업법도 같은 조건의 네거티브 포괄주의로 개정하여 하나의 금융통합법이 탄생할 날이 머지않다. 따라서 이러한 법들이 통과되면 한미FTA협상의 제한조치를 비록 부속서에 넣어 유보나 불합치조항으로 인정받는다고 하더라도 법이 통과되면 이러한 조항들은 사장되기 때문에 사실 별 의미가 없다.
또 한 법률제정과 개정에서 중요한 것은 영역간 업무확대를 통한 겸업이 허용되면서, 실질적으로 지금까지 유지하여 온 금산분리의 원칙(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할 수 없도록 한 법률)이 깨질 수 있다. 금융투자업자로서 지급결제업무를 할 수 있는데 굳이 여수신업무를 하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자본을 투자하면서까지 은행에 진출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더구나 한국정부는 직접금융시장의 비중을 늘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마당에 말이다.
▣ 마무리 하면서
협 상 중 금융부문의 논쟁이었던 신금융서비스와 국경간 거래의 조항도 자통법의 자발적 수용으로 인하여 의미를 찾을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정부는 미국을 상대로 무엇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인가. 짐작컨대 미국의 금융부문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고, 금융허브의 추진을 위한 미국금융기관의 몇 개 한국유치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유치라는 측면에서 볼 때, 금융투자업에 속한 금융기업들을 무자비하게 매입함으로서 한국금융시장에서의 확고한 지위와 수익을 탈취한 후 동북아 특히 중국의 금융시장의 발판으로 삼을 가능성이 짙다.
한 국금융시장에 남겨진 것은 금융부문간 경쟁심화와 업종간 방화벽미비 등의 미성숙으로 금융시장의 혼란은 가중되고, 기업정보의 해외유출, 부당이득 취득 등 불법이 난무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그 과정에서 초국적자본만이 거대한 이익을 삼키고 금융노동자들과 소비자들은 막대한 희생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FTA로 인한 금융부문의 영향은 거의 없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도 신빙성도 없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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