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 거짓말
제목 FTA 금융협상보다 더 무서운 자발적 수용
번호 46 분류   조회/추천 3206  /  401
글쓴이 범국본    
작성일 2006년 10월 11일 11시 23분 39초
           

이한진(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금융정책국장)

“한미 FTA 금융협상에서 초국적투기자본이 추가적으로 국내시장을 초토화할 어떠한 규제완화 및 개방조치를 합의한 적이 없음...(중략)... 실제 협상에서 우리 측은 국내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했던 국경간 거래와 신금융서비스의 개방을 최소화함으로써 한미 FTA로 인해 추가로 개방되는 금융상품은 거의 없음....(중략)... 신금융서비스 개방도 국내법 체계를 변경하지 않는 범위(즉, 새로운 법률을 도입하거나 기존 법률을 변경할 필요가 없이 자국법 체계 내)에서 허용하되... (중략)... 국내법을 변경하지 않는다는 것은 열거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국내법제상 이를 변경하지 않는 한 추가적으로 개방할 금융상품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이하생략)”


위 문구는 한미 FTA 제3차 본협상 개시일인 지난 9월 6일 사무금융연맹이 진행한 도심순회선전전 대국민홍보물에 대하여 정부 측이 반론으로 범국본에 보내온 자료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반론문을 첫 장을 읽어 내려가는 동시에 황당함과 함께 쓴 웃음이 절로 나왔고, 이후 내용을 끝까지 읽어야 할 필요성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한미 FTA 개시 선언 며칠 후인 지난 2월 17일 제정경제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통합법)’제정방안을 발표하고, 6월 30일에는 이를 입법예고한 바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통합법은 금융상품의 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결국 개방할 금융상품이 거의 없다는 반론과는 달리 국내법을 정부가 자발적으로 변경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금융상품을 추가로 개방하게 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이처럼 자본시장통합법은 한미 FTA 금융부분 협상과 관련하여 미 무역대표부(USTR) 무역장벽보고서나 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한국 금융시장에 요구하고 있는 모든 내용을 전격적으로 수용한 것으로 겸업주의 금융시스템으로의 전환이나, 대폭적인 규제완화, 금융상품의 포괄주의 전환 등을 담고 있다. 결국 금융시장 개방에 있어서는 한․미간의 FTA 협상보다 참여정부의 자발적 수용을 통한 관련 금융법의 제․개정이 더 무서운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금융서비스 협상 경과와 내용을 놓고 국민을 우롱하는 정부의 태도는 이미 지난 2차 본협상 때부터 본격화되었다. 지난 7월 11일 김종훈 수석대표는 2차 본협상의 경과와 쟁점보고를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서비스 협상 경과를 밝혔는바, 신금융서비스(미국에는 있으나 우리나라에는 없는 금융서비스 및 상품) 개방 원칙은“①상업적 주재가 있어야 하고 ②상대국 법률의 제․개정을 요하지 않는 범위에서 하며 ③신금융서비스가 나오면 건별로 금융당국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원칙에 합의했다”는 것이고, 국경간 거래의 경우 소매금융을 제외하고 전문가간 거래로 제한하는 등 개방의 폭을 최소화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신금융서비스를 먼저 살펴보면 상업적 주재는 이미 모든 금융영역에서 완전 자유화되어 있기 때문에 걸림돌이 되지 못하고,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자본시장통합법(금융상품의 범위를 기존 열거주의 방식에서 포괄주의 방식으로 변경)으로 인해 ②,③의 원칙도 결국은 사문화된 조건에 불과하다.


미국의 금융기관이 우리나라에 지점이나 현지법인을 설립함이 없이 인터넷 등 통신수단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경간 공급의 경우도 제한된 업종에 한해서 전문가간 거래에 국한한다고 하나 자통법 제정으로 금융상품 및 서비스의 영역이 포괄됨으로서 금융업종간 영역이 모호해짐으로서 금융상품개발 개발능력이 경쟁력의 원천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나 국내 금융투자환경도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급속히 이동되고 있기 때문에 소매금융을 제외한다는 요건 또한 의미가 없다.


사실 한미 FTA 협상에서 금융서비스 부문은 미국에 있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중요한 시장이다. 금융산업은 타산업의 가치창출 과정에 직접 개입하여 거대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미국 금융자본의 입장에서는 금융산업만 장악하면 손쉽게 한국 내 산업 전반에 대한 지배의 통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내 금융시장 규모는 전체 자산규모나 상장․등록기업 시가총액으로 볼 때 약 2,130조원에 이르는데다가, 2006년 2월말 현재 16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 적립금도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고, 최근 시행되고 있는 퇴직연금 시장도 2050년에는 2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등 국내 금융시장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매력적인 시장이다.

[표1:국내 금융산업의 자산규모 및 상장․등록기업 시가총액]

구    분

은  행

증  권

보  험

투  신

시가총액

자산규모

총1000조원

총46조원

총200조원

펀드규모 총160조원

728조원

(등록기업포함)

     [출처 : 대외경제정책연구원/증권선물거래소]


미국은 80년대 중반이후 군수산업을 제외한 단순 제조업을 해외로 이전하며 지식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조정을 거치며 자본 스스로가 급속도로 금융자본화 되었고, 이후 투기적 이윤을 찾아 국경을 넘나들며 전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하에서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금융산업은 미국이 해외로부터 벌어들이는 총수익의 25% 이상, 민간서비스 부문 수출수익의 50%를 차지하는 등 미국에서 가장 전문화되고 특화되어 있는 산업으로 사실상 세계 최대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 한미 FTA와 관련하여 미․한 재계회의/주한미국상공회의소 <2005년 정책보고서> 및 미무역대표부(USTR) <무역장벽보고서>와 미국이 다른 나라와 체결한 FTA 투자조항을 살펴보면 미국 금융자본의 요구와 목표가 무엇인지 분명하게 들어난다.


첫째, 미국은 지속적으로 한국 금융시장에 겸업주의 금융시스템이나 네거티브(규제 및 금융상품의 포괄주의) 환경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한국 금융시장 내에서 미국 금융자본의 보다 자유로운 활동을 위한 것으로 미국의 금융제도나 금융환경을 한국 시장에 그대로 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미국 금융자본의 투기적 수익의 확대는 물론 이를 안전하게 회수하기 위한 안전판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IMF 이후 미국 금융자본의 이해와 요구가 전격 반영된 양자간투자협정(BIT)을 포괄하는 FTA를 체결하려 한다. 미국이 다른 나라와 체결한 FTA 투자조항을 보면 투자의 범위를 광범위하게 정의한다던지, 상대국의 투자자에게 이행의무를 강제하는 것을 금지한다던지, 투자자가 상대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사실상 상대국 정부의 경제주권을 위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셋째, 국영기업이나 정보통신, 방송사 등에 대한 외국인 투자제한을 철폐할 것을 요구하고, 국책은행이나 한국가스공사, 인천국제공항서비스의 민영화는 물론이고, 준 정부금융기관(우체국, 농․축․수협 등)에 대해서도 민간금융기관과 동일한 기준, 법규 및 세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등 사실상 민영화를 강요한다. 이는 미국 금융자본의 먹거리를 다양하게 해달라는 노골적인 협박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미국의 초국적금융자본은 한미 FTA 협상을 통하여 한국시장 내에 자본자유화와 금융세계화를 완결시키겠다는 구체적 요구와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럼에도 정부는 앵무새처럼 외부충격요법에 의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생뚱한 소리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정부 스스로가  금융주권을 포기하려 하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를 주도한 미국에서조차 대형투자은행 중심의 금융시스템이 구축되기까지 60년 이상의 오랜 시간이 소요됐는바, 미국과는 상이한 역사와 제도, 경제현실 속에서 자라온 한국의 금융시장을 1년 안에 확 바꾸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그 취지를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IMF 구제금융 이후 상장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 제한이 철폐되었는바, 금융산업별 외국인 지분 현황을 보면 미국 중심의 초국적 금융자본은 한국의 금융산업 중 자국의 시스템과 유사한 은행업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를 완성한 바 있다. 하지만 자국의 금융시스템과 현격한 차이가 나는 한국의 증권업과 보험업에 대하여는 아직까지는 실질적 지배의 매력을 느끼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자본시장통합법이나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초국적금융자본의 급속한 유입이 예상된다.

[표2:금융산업별 외국인 지분 현황]

구분

은행

증권

보험

평균지분율

62.96%

12.36%

17.97%

       *주1) 출처 : 증권거래소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06.5.16 기준)

       *주2) 은행의 경우 상장폐지된 SC제일은행과 한미은행 포함(2005년말 기준)


결국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외국자본의 국내진출에 수반되는 문제점(①시장잠식에 따른 국내 금융기관의 수익기반 위축 및 경쟁력 약화, ②고용 및 투자를 유발하지 않는 적대적 M&A 확대 및 심각한 국부유출, ③금산분리 원칙의 붕괴와 경제적․사회적 갈등 유발 등)에 대한 해결방안과 대책을 사전적으로 마련하지 못한 상황에서 미국의 입장을 전격 반영한 금융법 제․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겸업화 ․ 대형화를 근간으로 한 정부의 금융정책은 국내 모든 금융기관들의 자산, 자본, 노하우를 감안할 때 국내 금융기관을 초국적금융자본이나 일부 국내 재벌에게 통째로 바치자는 논리에 불과하다. 겸업화․대형화로 인해 독과점적 이익이 일부 대형금융회사로 집중될 것이며, 이는 결국 금융시장의 효율적 자본분배 기능을 약화시키는 등 금융의 공공성 훼손함으로서 국민경제를 위축시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로 유입되던 초국적금융자본은 외환위기 이후 기존의 대출자본에서 주주자본으로 그 본질적 형태를 전환하게 되는데, 이후 초국적금융자본의 투기적 속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사적기업은 물론 사회적 공공재까지 장악한 초국적금융자본은 장기적 관점의 기업가치극대화라기 보다는 단기적 관점에서의 주주이익극대화에 치중함으로서 계속기업(going concern)의 원칙을 위배하는 방식으로 회사의 이윤을 착취하고 노동자의 삶을 상시적 구조조정으로 내몲으로서 투기적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는 개인-기업간 실질소득 증가율 추이를 보면 명백해진다.


[표3:상장기업 외국인 투자비중 / 개인-기업간 실질소득 증가율 추이]

외국인 투자비중

92년말

96년말

2000년대

4.9%

13.0%

40.0%내외

실질소득증가율

80년대

90년대중반

2000년대

 

기업

6.1%

4.4%

62.6%

개인

9.9%

6.6%

0.3%

     출처 : 증권거래소 / 한국은행

기업의 실질소득 증가도 대개 외국인지분율이 높은 일부 수출 중심의 대기업에 편중된 현상으로 사회계층적 양극화뿐만이 아니라 대기업-중소기업, 수출-내수기업 간 양극화 또한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게다가 외환위기 이후 2001년 12월말까지 전체 금융기관수(97년말 기준, 2072개)의 28.8%에 해당하는 596개의 금융기관이 퇴출 또는 합병되었으며, 금융기관 종사자는 1997년말 31만 7623명에서 2001년말에는 21만 8726명으로 31.1% 감소되었고, 2005년 8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 및 보험업에 종사하는 비정규 노동자는 341,908명으로 정규직 349,530명과 비슷한 상황이다. 전체 노동시장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정규직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초금적금융자본이 추구하는 극단적 주주자본주의가 민중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결국 양극화 해소는 물론 국민경제 전반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자본보다는 노동에 유리한 방향으로. 금융산업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건강한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는 방향으로 내부적인 금융시장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국내 금융기관이 외국의 금융기관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 ․ 전략적 여건을 사전에 구축하고 초국적금융자본의 폐해를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마련될 때까지는 추가적 시장개방이나 현실성 없는 금융정책을 전면 중단시키는 것이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최선의 길이다. 한미 FTA는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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