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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국적 자본, 문화-인권을 위협하는 지적재산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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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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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1 / 4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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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일(지적재산권 대책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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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5월 02일 20시 01분 02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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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무역기구(WTO) 주요 부속 협정의 하나로 ‘무역관련 지적재산권협정(TRIPS)’이 포함된 이래로, 지적재산권은 무역 관련 협정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영역이 되었다. 지난 4월 18일 한미간에 타결된 17개 세부 협상 분과 내에도 당연히 지적재산권이 포함되어 있다.
지적재산권은 그 내에 특허, 저작권, 상표, 의장, 지리적 표시, 반도체 집적회로 배치설계, 영업비밀 등 서로 다른 다양한 영역을 포함하고 있다. 공통적인 점은 무형의 지적 생산물로서 법률에 의해 권리자에게 배타적 독점권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특허와 저작권이다. 특허는 산업상 이용가능 한 발명에 대해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이며, 저작권은 문화・예술적인 창작물에 대해 복제, 배포, 전송 등을 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특허권은 한 사회의 산업 발전에, 저작권은 문화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허나 저작권과 같은 지적재산권 제도가 처음 등장한 것은 근대 이후부터이기는 하나, 지적재산권이 체제와 직결되는 중요성을 갖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제조업 영역에서 전 세계적인 경쟁이 격화하면서,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은 산업구조를 지식 기반 산업-예를 들어, 생명・제약 산업, 영화・음반 등의 문화산업, 소프트웨어 등의 정보산업과 같은-을 중심으로 재편하게 되는데, 이에 따라 지적재산권의 강화를 요구하게 된 것이다. 복제 및 전파가 쉬운 지식과 정보의 특성 상, 지적재산권에 대한 보호 없이는 이와 같은 산업이 존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제약・정보・문화 산업 등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던 선진국들이 해당 산업에서 전 세계적으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적인 지적재산권 보호가 필수적으로 요구되었다. 그 결과 만들어진 것이 WTO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인데, 이는 세계 각 국의 지적재산권 제도를 실질적으로 통일화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물론 그 이전에도 국제적인 지적재산권 조약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WTO TRIPS는 보호 수준을 강화하는 동시에 각 국에서 실질적으로 집행되도록 강제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지적재산권은 독점 배타적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기술의 발명이나 저작물의 창작을 활성화함으로써 산업과 문화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을 그 원리로 하고 있으나, 권리의 지나친 강화는 오히려 산업과 문화의 발전을 제약할 뿐만 아니라, 정보에 대한 접근권이나 건강권과 같은 다른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도 있다. 실제로 주요 지적재산 권리가 제약 자본, 문화 자본 등 자본의 소유와 통제 하에 있으며, 지적재산권의 강화는 자본의 독점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 세계적인 지적재산권 강화의 이면에는 초국적 자본의 로비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특허권의 대부분이 선진국에 기반한 소수 초국적 자본에 의해 장악되어 있다. 또한, 특허권의 전 세계적 통일화는 제3세계 시장에서 초국적 기업의 독점을 여전히 보장함으로써 제3세계의 경제적 종속을 심화시키고 있다. 제약자본은 특허를 통해 의약품에 대한 독점을 누리고 있으며, 가격이 상승된 의약품은 약이 있어도 복용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환자들을 내몰고 있다. 소프트웨어에 부여된 특허는 특정한 알고리즘의 이용을 금지함으로써 자유 소프트웨어의 개발까지 위협하고 있다.
저작권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 음반 등 거대 문화 자본의 이익을 위해 저작권 보호기간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역으로 (보호기간이 연장되지 않았더라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저작물의 영역이 축소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송권’이라는 이름으로 디지털 환경에서 저작권을 인정함으로써, 저작물에 대한 접근권 및 이용자들의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시 동호회에서 시에 대해 토론하거나 어떤 영화에 대해 비평하거나, 자신만의 비영리 인터넷 방송을 운영하거나, 독립 다큐를 제작하는 등의 행위들이 저작권에 의해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이용자 입장에서는 문화적 권리를 침해당하는 것인 동시에, 새로운 창작을 저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식과 문화란 향유되고 이용됨으로써 새로운 창작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지적재산권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다. 지적재산권은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한 사회의 산업이나 문화와 결부되어 있으며, 지적재산권 제도가 어떻게 규정되느냐는 그 사회의 산업과 문화, 또한 인권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이슈 자체의 전문성 때문에, 지적재산권이 미칠 파장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4월 18일 공식 출범한 ‘한미 FTA 저지 지적재산권 분야 대책위원회’는 한미 FTA에서 논의될 지적재산권 이슈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그 사회적 영향을 제대로 알려내는데 노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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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오병일 (정보공유연대 IPLeft 운영위원, 진보네트워크센터)님이 쓰신 글로, '농민과사회'에 기고한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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