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 거짓말
제목 [주간논평] 정면돌파의 승부사 노무현과 한미FTA의 진실
번호 21 분류   조회/추천 2701  /  403
글쓴이 범국본 정책기획    
작성일 2006년 05월 16일 16시 40분 19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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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돌파의 승부사' 노무현과 한미FTA의 진실


한미 FTA의 목표=세계최고의 서비스 경쟁력이라는 노무현의 진심
그간 한미FTA를 둘러싸고 다양한 쟁점이 형성되어 왔다. 한미FTA를 통해 오히려 대미무역의 적자가 초래될 것인가 아닌가, 쌀과 영화 개방 반대가 집단이기주의인가 아닌가, 준비없는 졸속 추진, 근거 없는 장밋빛 환상인가 아닌가, 공청회 무산에 따른 국민 공감대 형성 부족인가 아닌가, 쇠고기, 스크린쿼터, 약값, 자동차 배기가스 같은 4대 현안의 사전양보가 FTA의 굴욕적/일방적 성격을 보여주는 것인가 아닌가 등 다양한 쟁점들이 제기되어 왔다. 그런데 이처럼 다양한 쟁점이 형성되다 보면 사안의 본질이 흐려지기 쉽다. 특히 노무현 자신이 “외부 충격에 의한 구조조정”이라고 불렀고, 부시 역시 “경제와 정치와 군사 안보적 차원을 포함하는 최대의 포괄적 협정”이라고 부른 한미FTA는 우리 사회 전체의 구조변동을 일으킬 복잡한 사안이기에 복잡한 사안들이 나열되고 유사하게 반복되다 보면 전체 숲의 구조는 보이지 않고 나무들만이 나열되어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렵고 그 때문에 국민 다수가 관심을 갖지 않거나 판단 착오를 일으키기 쉽다.

이런 복잡성의 홍수에 휩쓸리지 않고 사태를 올바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한미FTA라는 카트리나급 외부충격을 도입하여 한국사회를 대대적으로 구조조정하는 데 올인하겠다고 주장하는 노무현의 발언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아랍에미레이트를 방문 중인 노무현은 5월 14일 두바이에서 가진 동포간담회에서 “FTA 가지고 물건 얼마 더 팔고 그러기보다 그것을 미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미국과 하려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역시 사인의 본질이 자꾸 무역수지의 흑자/적자 폭이나 GDP 증가나 고용 증대 기여율 같은 수치를 갖고 따지는 쪽으로 흐르면서 결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수치 조작 문제로 망신을 당하게 되는 꼴을 눈뜨고 보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조목조목 구체적으로 따지고 드니까 점점 불리해져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역시 ‘정면돌파의 승부사’답게 그는 자신의 심중을 전격적으로 드러내며 한 판 승부를 벌이려 하고 있다. 국민적 관심사를 사안의 본질로 집중시켜주겠다니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노무현이 자신이 밝히고 있는 이 사안의 본질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그는 미국 수준으로 기술과 제도를 끌어 올리고자 하는 분야로 “법률, 회계, 금융, 물류, 광고, 미디어 등이 해당된다”고 지목했다. 이미 지난 2월부터 서비스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 분야의 세계 최고인 미국과 한미FTA를 하겠다는 주장했던 만큼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러나 다음 대목에 이르면 최고의 경쟁력을 위해 서비스 분야를 개방하겠다는 그의 주장의 내용이 좀더 선명해진다. 이 분야에서는 “공부 많이 한 사람이 머리를 써 종사해야 한다”거나 “이런 부분이 성장하고 한국의 인력이 세계 최고 수준을 갖출 때 한국에도 허브라는 개념이 성립된다”는 것이다. 이런 허브가 형성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그는 “기업하는 사람이 모여들기 위해서는 우수 인력이 들어올 수 있을 만큼 편해야 한다”면서, “교육, 의료, 문화 수준이 높아져야 우수한 사람이 함께 와 살려고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그가 한미FTA의 핵심 목표로 구상하는 서비스 분야의 높은 경쟁력은 두 측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서비스 분야의 우수 기업과 우수 인력의 유치와 육성, (2)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이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높은 수준의 교육과 의료와 문화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도약을 위해서는 미국이 요구하는 농업과 쌀 개방, 약값인하조치 중단, 광우병 쇠고기 수입 재개 등의 ‘작은’ 고통은 감수하자는 것이다.

이 문제가 결코 ‘작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가 더 ‘큰 국익’이자 미래 경쟁력의 ‘교두보’라고 말하는 한미FTA의 핵심 목표가 구체적으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따져보자.

주무 부처의 거짓말을 깨부수는 대통령의 용기= 질을 높이려면 공공서비스도 개방하자!!

외교통상부가 5월 15일 1차 협상문 초안을 공개하면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서비스 분야의 개방과 기초적 서비스의 공공적 성격 유지”를 5대 협상 목표의 하나로 설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서비스 투자 분야의 예외조치 등은 이번 초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고 이 내용은 7월 10일 서울에서 개최될 2차 본협상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기초적 서비스의 공공적 성격 유지라는 목표의 구체적 내용과 범위를 아직은 알 수 없다. 또 교육부는 고등교육과 성인교육만 협상대상이 될 수 있고 초중등교육은 개방하지 않겠다고 발표해 왔고, 재정경제부는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서비스 분야는 최대한 공공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한다”, “의료기관 영리화 문제를 쟁점화한 적은 없다”고 강변해 왔다. 이번 1차 협정문 공개 결과와 그간의 정부 주장을 종합해 보면 정부는 아직까지 초중등 교육, 의료, 전기, 가스, 수도 등의 공공서비스 문제는 이제까지 한미FTA 협상과정에서 ‘쟁점화’ 된 적은 없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그렇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떨 것인가?

앞서 말한 노무현이 응답이 바로 그 내용이다. 외교통상부나 재정경제부, 교육부 같은 주무부서들이 아직 논의된 바 없다며 점점 더 궁즘증과 의혹을 증폭시키자 곧바로 정면돌파의 승부사 노무현이 두바이에서 정답을 내던진 것이다. “우수 기업과 우수 인력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높은 수준의 교육, 의료, 문화적 서비스”로의 도약이 바로 우리 사회의 서비스 분야가 나아갈 방향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한미FTA를 통해 노무현이 갈구하는 미국과 같은 수준의 교육, 의료, 문화적 서비스에 이르려면, 우리의 공공서비스를 미국식으로 민영화, 시장화 해야 한다. 이런 변화는 우리가 막연히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무역장벽보고서 등을 통해 누누이 강조하고 권고해 온 것이다. 실제로 “우수인력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교육, 의료, 문화적 서비스의 수준을 높이려면” 현재보다 막대한 국가재정을 투여하든가 아니면 미국식으로 시장화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만일 대대적 정부투자를 하려면 한미FTA를 체결할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한미FTA를 통해 공공서비스 분야의 질을 높이려면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시장화하는 방법밖에 없다. 더 이상 따질게 없는 명확한 논리적 귀결이다. 각료들의 거짓말을 더 이상 못 참고 국민들에게 사실을 고백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노무현이 가진 몇 가지 안 되는 최대의 장점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공공서비스의 시장 개방화는 약육강식의 사회로 가는 지름길

그런데 노무현은 이미 신년연설에서 교육과 의료는 서비스 산업이라며 과감하게 개방해서 경쟁력을 높이자고 주장했고, 교육부는 2월 8일 주요업무계획을 통해 경제자유구역 등에 외국교육기관을 적극 유치하고 고등교육과 성인교육 분야의 전략적 개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즉각 2006년 3월 송도국제학교가 한덕수 부총리 참석하에 착공했는데, 미국의 부동산업법인이 9월 학기제, 유치원(1년). 초(5년), 중(3년), 고(4년)으로 미국식으로 운영하며 수업료도 미국의 명문사립에 맞먹는 년 간 2천만원 수준으로 2008년 개교예정이라고 한다. 이미 2005년 외국교육기관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어 내국인 학생 입학을 초기 5년간은 30%, 이후에는 10%로 허용하는 조항이 만들어져 있고 교육과정 역시 자율에 맞기며, 각종 혜택(세제, 부지공여, 재정지원 등)이 부여되게 되어 있다. 한국에는 이미 44개의 외국인학교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거의 모든 분야를 사전 개방하고 있다는 얘기이므로, 사실 한미FTA에서 초중등교육의 개방을 더 논의할 필요가 없게 된다. 국내 특별법에 의해 개방의 길이 마련되어 있으므로 특별히 쟁점이 될 게 없기 때문이다. 물론 한미FTA에서 교육개방과 관련하여 실질적으로 남은 쟁점은 외국교육영리법인의 송금제한 규정의 해제 여부, 그리고 특별법 지구가 아닌 전국 차원에서 사립초중등학교의 개방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마지막 남은 문고리마저 풀어놓는 것을 의미할 따름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교육시장의 전면 개방이 가져올 효과는 어떤 것일까? 물론 초등학교 년간 2천만원, 중고등학교 년간 3~4천만원, 대학 년간 4~6천만원 대에 달하는 등록금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극소수의 ‘우수인력’들에게는 매우 편리하고 우수한 교육서비스가 제공될 것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나머지 대다수의 국민은 어떻게 될 것인가? 더 이상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의료 서비스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 가지이다. 미국식의 의료수준으로 높이려면 제도의 미국화, 즉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와 건강보험의 민영화가 불가피하다. 이는 곧 의료 서비스의 질이 높아짐과 동시에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교수들에 의하면 주마다 사정이 다르기는 하지만 캘리포니아의 버클리의 경우 하루 저녁 응급실 이용료가 1백만 원이고, 월 100만 원 이상 대의 민간보험에 들지 않을 경우 맹장수술 1회에 3천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가격이 높다고 서비스의 질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병원이 영리법인화되면 이윤추구를 위해 비용의 50~70%를 차지하는 인력부분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이는 마치 지하철의 경우 인력을 줄이면 사고율이 높아지듯, 의료사고율을 높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영리병원이 비영리병원보다 환자 사망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청각 미디어 같은 문화 부문은 물론, 전기, 가스, 수도와 같은 에너지 부문의 민영화 역시 유사한 형식으로 극소수에게는 큰 혜택을 다수에게는 재앙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정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여론조사 보도에 따르면, 농업 개방에 대해서는 반대가 70% 이상이며, 스크린쿼터 축소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비슷하나, 교육과 의료와 같은 공공서비스의 개방에 대해서는 60% 대 이상이 찬성하고 있다고 한다. 뭐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그 이유는 아마도 농민들과 영화인들이 가장 먼저 앞장서서 해당 분야의 폐해와 한미FTA의 문제점을 열심히 문제제기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과 의료부문이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한 것은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부가 구성된 3월 28일 이후인 4월부터이기에 홍보가 되지 못해 아직도 대다수 국민들이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정부가 특별예산(42억의 홍보비)를 투입하면서 앞장서고 보수언론이 뒤를 봐주는 식으로 여론 왜곡에 적극적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주무부처의 대국민 사기극과는 달리 ‘정면돌파의 승부사’가 공공연하게 공공서비스에 대한 개방 의사를 적극 공표하고 있는 만큼, 이 문제의 심각성을 재대로 알리는 집중적인 국민 홍보가 시급하다. 또 직접적인 피해당사자가 될 교육, 의료, 문화, 에너지교통, 정부조달(공무원과 공기업)들이 이제 본격적인 대정부 투쟁에 나설 때이다.


2006.5.16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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