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8일 우리 미디어․언론․문화분야 시민사회운동단체 및 학술단체들은 <한미FTA 저지를 위한 시청각미디어 분야 공동대책위원회>를 공식 출범시켰다. 우리는 한미FTA의 일방적이고 졸속적인, 그리고 비밀스러운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회적 토론과 합의 과정,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 없이 진행되는 한미FTA를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방송 및 시청각미디어 분야 개방에 대해서도 우리는 문화 주권 및 언론의 공공성 보호를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우리는 미국이 방송을 분명 협상대상에 포함시킬 것임을 전제한 상태에서, 이에 대한 효과적 대응 전략의 마련을 위해 방송위원회에 <한미FTA 특별대책위원회>의 구성을 긴급히 제안하였다. 시민사회운동단체뿐만 아니라 학계, 정부 당국자, 방송위원회를 포괄하는 공개적이고 민주적 의견 수렴의 장을 제안한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도 이러한 제안이 매우 타당했으며, 만약 우리의 제안대로 구성되었더라면 이를 통해 보다 생산적인 논의 및 사회적 합의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고 본다.
이에 대해 방송위원회는 지금까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정도의 입장을 견지해 왔다. 첫 번째로, 방송이 공식적으로 개방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마치 협상에서 ‘제외’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는 대목이었으며, 그래서 우리는 괜히 존재하지도 않은 문제를 긁어 만든 셈이 되었다. 두 번째로, 지금까지의 FTA협상에서 방송개방의 전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조사한 바와 차이나는 대목이다. 우리가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한 이유도 정확한 사실 확인의 작업을 통해 제대로 된 대응방안을 함께 찾아보자는 데 있었다. ‘방송’의 개념, ‘공영방송’의 정의, 방송과 통신의 연관성, ‘시청각 서비스 분야’의 폭넓은 의미 등을 고려할 때, 그리고 한미FTA가 지닌 ‘포괄적 협상’의 성격을 따져볼 때, 호주-미국FTA를 포함한 외국의 사례, 그리고 미국의 새로운 FTA협상전략 등에 대한 연구 및 정보의 공유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세 번째로, 방송위위원회는 방송의 중대성을 고려해 방송을 개방하지 않겠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런 의지를 믿어주고 지지해 달라고 했다.
우선 우리는 방송을 개방하지 않겠다는 방송위원회의 입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반드시 협상 과정에서 관철시켜 내기를 기대하며, 우리는 방송위원회가 그 약속에 대해 반드시 책임질 것을 밝히는 바 이다. 통신 분야의 개방 움직임에 따라, 교차소유 및 복합 미디어 기업으로의 탄생을 꿈꾸는 국내 수구매체 및 매체자본의 동향에 따라, 이들이 조작하는 ‘여론’의 향배에 따라 혹 약속을 바꾸거나 어긴다면 그 책임을 결코 면피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우리는 방송은 ‘제외’되는 것이 아니라 한미FTA 서비스 분야 협상의 중대 쟁점 중 하나라고 밝힌 방송위원회의 최근 입장 변화에 대해 정확하고 공개적으로 설명해 줄 것을 요구한다. 방송이 협상대상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게 언제인지, 지금까지 어느 정도의 협상논의가 있었는지, 그런데도 왜 마치 방송은 제외되는 것 같은 이야기를 흘렸는지, 이에 대해 분명하게 답해야 할 것이다.
방송위원회는 우리가 제안한 <특별대책위원회>의 합리적 제안을 최종적으로 거부했다. 방송 분야 협상 당사자로서 구성의 어려움을 밝혔다. 그렇다면 방송위원회는 방송을 포함한 시청각미디어 분야의 개방과 관련해 대체 어떻게 사회와 소통할 것인가? 지금까지와 같이 철저하게 비공개적 입장을 고수할 것인가? 결국 이는 다중의 참여, 시민의 판단 없이 한미FTA를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반민주적 태도와 무엇이 다른가? ‘우리’가 알아서 잘 할 테니 그냥 믿고 따라와 달라는 폐쇄적, 권위적 태도와 어떻게 구분되는가? 방송위원회는 지금까지 정말로 믿고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 사회의 신뢰도를 획득했는가? 방송위원회 내부의 시장경쟁주의, 탈규제주의의 흐름을 빼놓고, 어찌 자신의 선의에 대한 의심없는 신뢰만을 기대하는가? 일부 단체에 참여를 제안한 소위 ‘내부 자문단’이라는 것은 얼마나 실효성 있는 기구인가? 우리는 비민주적이며 폐쇄적 형태의 내부자문단에 반대하며 또한 오늘부터 진행되는 한미FTA 1차 본협상에서 과연 내부 자문단의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방송을 포함한 시청각 미디어 분야가 한미FTA 협상 및 개방의 대상이라고 한 판단이 정확하게 옳았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런 판단에 기초한 지금까지의 노력이 방송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행동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분명한 선택이 남는다. 방송개방은 단순한 시장개방, 즉 경제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정치적 문제이고, 사회적 문제이며, 언론․문화적 문제이다. 우리 삶의 미래, 미래의 세대를 좌우할 총체적 사안이다. 민주주의의 결정적 사건이다.
6월 5일, 오늘 한미FTA 1차 본협상이 시작되었다. 방송개방협상 역시 이미 시작된 것과 다름 아니다. 이에 우리는 방송위원회가 방송개방의 현실 가능성에 주목하고, 그것이 가져올 엄청난 효과들을 지적하며, 그 파행을 예방하기 위한 주체적이고 구체적인 역능으로 일어나서야함을 강력히 요구한다. 더불어 방송위원회는 실효성 없고, 소극적인 내부자문단 구성으로 ‘방송개방을 하지 않겠다’며 생색내는 것이 아니라, <한미FTA 저지를 위한 시청각미디어 분야 공동대책위원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한미FTA를 막아내기 위해 공청회를 비롯한 다양한 공식적 통로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2006년 6월 5일
한미FTA저지 시청각․미디어분야 공동대책위원회
(노동네트워크, 매체비평우리스스로, 문화연대, 미디어세상열린사람들, 미디어연대,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언론개혁기독교연대,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정보학회, 인터넷언론네트워크, 전국미디어운동네트워크, 전국언론노동조합, 지역방송협의회,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광고공사 노동조합,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인터넷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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