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정부의 한미FTA 1차 협상 결과 국정 브리핑에 대한 전교조 입장
지난 6월 9일부터 14일까지 한미FTA 1차 협상을 끝낸 노무현 정부는 국정 브리핑을 통해 ‘미국에서는 교육․의료 서비스 개방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것을 근거로 ‘일부에서 문제 제기한 교육과 의료 서비스 개방 우려는 기우임이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보수 언론과 한미 FTA를 지지하는 신자유주의 개혁 세력은 일제히 ‘과도한 억측’, ‘헛다리짚기’ 등으로 한미FTA 반대 진영 공격에 나섰다.
그러나 우리는 노무현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규제 완화를 통한 자발적 개방 조치가 이후 한미FTA에 미칠 영향을 외면하고 협상에 자신감마저 보이는 태도에 의혹을 제기한다. 광우병 소고기 수입, 약값 재산정제도 폐지,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 완화, 스크린쿼터 축소에 이르기까지 협상 시작 전에 모든 성의를 다 보인 한국정부와 협상 결과에 흡족한다는 미국 태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교육부는 미국 측이 “한국의 기존 제도 변경을 요하는 개방을 요청하지 않는다”며 협상 결과에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미국이 개방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개방이 충분히 진행되었거나 끈질기게 진행 중인 자발적 교육개방 조치로 미국이 더 이상 개방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05년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 제정으로 경제자유구역인 인천 송도에는 외국 자본이 초․중․고를 설립하고 있으며, ‘제주특별자치도법’에 의해 제주도에는 자유롭게 외국교육기관을 설립․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최근 국무조정실에서 발표한 외국인학교 규제 개선(안)에는 (경제자유구역이 아닌 지역에서의) 외국인학교에 내국인 입학을 허용하고, 내국인도 외국인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국내 학력도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더욱이 공영형 혁신학교 추진 방안에는 민간 기관이 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초․중․고 운영을 민간기관에 위탁 운영하도록 개방하겠다는 것으로 외국 교육 자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초․중․고까지 개방하겠다는 교육부 의? 側?그대로 담겨있는 내용이다.
또한 교육부 한미FTA 관계자는 일부 고등학교에서 운영 중인 SAT(외국대학입학자격시험)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실토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교육부의 ‘방과후학교 운영 방침’ 역시 교육개방으로 인한 외국 사교육기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방과후학교 운영방침으로 사설 교육기관의 학교 유입이 가능하게 되었고, 외국 유학 수요를 국내 학교로 흡수한다는 명분으로 외국 유학 과정 ‘썸머 스쿨’도 학교 내 설치가 가능하게 되었다.
한편, 교육부는 국내 대학에 대한 비영리 학교법인 제도 변경 없이 외국대학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없기 때문에 ‘학교 영리법인화’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미국식 FTA 협상 방식에 대한 교육부의 무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뿐이다. 한미FTA 협상은 ‘네거티브 협상’ 방식으로 진행된다. 개방하지 않을 것만 제시하고 이를 중심으로 협상을 진행시키는 방식으로, 개방하지 않는 나머지는 모두 개방을 약속하는 방식이다. 만일 초․중등 교육만 협상에서 제외한다면 나머지는 모두 개방해야 한다. 또한 협상 결과에 따라 국내에 진출한 외국 자본은 ‘내국민 대우’ 조항에 의해 법․제도적으로 국내 사학 자본과 동등하게 대우되어야 한다. 만일, 국내에 설립된 외국대학이 ‘내국민 대우’를 근거로 사립대학과 동등한 대우를 요! 구할 경우 정부는 사립대학에 대한 지원을 없애거나 사립대학을 영리법인화 할 수밖에 없는 것이 미국식 FTA이다. 계속 논란이 되어온 교육부의 대학 영리법인화를 향한 국립대 법인화 의지와 한미FTA를 위해 사학재단을 영리법인화 하는 방향으로 사립학교법을 재개정해야 한다는 사학연합회 일부의 주장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결국, 한미FTA 1차 협상 결과는 노무현 정부가 발표한 것처럼 한미FTA 반대 진영의 ‘과도한 억측’, ‘헛다리짚기’가 증명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발적 규제완화․철폐를 통한 초․중등 교육의 완전 개방과 한미FTA 협상 진전을 위해 학교를 영리법인화 하겠다는 노무현 정부의 강한 의지를 다시 한 번 스스로 보여준 것에 다름 아니다. 기꺼이 초․중등 교육을 자발적으로 개방하여 외국 자본이 학교를 통해 이윤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학교를 시장화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교육부와 노무현정부의 개방 사기극을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폭로해 나갈 것이며, 한미FTA 저지 세력과 지속적으로 연대하여 투쟁할 것이다.
2006년 6월 1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