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조창현 방송위원장 퇴진을 촉구한다
지난 1월 19일 조창현 방송위원장이 한미FTA 관련 문건 유출자 색출을 위해 내부 조사를 지시했다. 지난 11일에 발표된 전국언론노조의 기자회견문의 근거 자료가 되는 문건이 방송위원회 내부에서 유출되었다는 것이다.
조사 대상자에는 상임 방송위원이 포함되어 있다. 합의제 기구로서 호선에 의해 결정된 방송위원장이 상임 위원을 다른 상임위원으로 하여금 조사하도록 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방송위원의 직무상 독립은 방송법으로 보장되어 있다. 우리는 조창현 방송위원장 스스로 방송법의 정신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판단한다. 조 위원장이 먼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스스로 책임져야 마땅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문제의 기자회견문은 방송분야 협상과 관련해, 외교통상부와 재정경제부가 방송 관련 규제를 포괄적으로 ‘미래유보’한다는 지금까지의 입장을 바꾸어 방송위원회에 개방목록을 만들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세 가지 의혹을 제기했다.
CNN과 같은 미국 방송의 재송신 때 우리말 더빙 허용, 편성 쿼터와 PP 소유 지분 규제 완화, VOD 등 인터넷 관련 시장의 개방이 그것이다. 막강한 자본의 뒷받침을 받는 미국 컨텐츠가 미국 자본이 지배하는 채널을 통해 거의 아무런 규제없이 유통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줄곧, 헐리우드식 컨텐츠가 아무런 여과없이 우리 국민들에게 전달됨으로써 우리 문화의 고유성과 전통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첨예한 문제에 있어 미국 논리가 무차별적으로 유포함으로써 국민 여론을 미국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 요컨대, 문화적, 정신적, 나아가 정치적 식민 상태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방송을 지키는 것은 바로 우리의 혼을 지키는 일이자 우리의 주권을 지키는 일이다. 한미 FTA협상과 관련해 항간에‘정해오적’이야기가 떠도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위원회는 당연히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의 수호기관답게 강력한 입장과 의지를 표명하고 방송 시장을 통째로 내주려는 시도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이 방송 현업인들과 시민 사회의 일관된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마디 입장 표명도 없다가 문건 유출자 색출을 지시한다는 것은 어떠한 설명으로도 이해될 수 없다.
더군다나 기자회견문에서 제기한 의혹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미국측 요구사항이라는 분석이 광범위하게 공유된 것들이다. 외교통상부와 재정경제부가 방송위원회에 개방목록을 만들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1월 16일 언론단체들이 조창현 위원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확인된 내용이다. 한 방송위원이, 방송위원회는 방송 분야의 미래유보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나 “외통부와 재경부의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고위급 협상에서 지켜질 수 있을 지 솔직히 의구심이 간다”고 말한 것이다. 그런데 사흘 후, 돌연 문건 유출자 색출을 지시했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꼭 해야 한다면 그 자리에 있었던 조 위원장 역시 조사 대상에 포함되어야 논리에 맞다. 더군다나 그 방송위원에게 발언하라고 지명한 사람은 다름아닌 조 위원장 자신이다. 그런데도 조 위원장이 자신은 제외한 채 다른 사람을 조사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부끄러운 책임회피이다.
조 위원장은 면담을 마치며 “(언론 단체들의) 방송에 대한 생각이 자신과 똑같다”고 했다.
이번 일은 그가 사용한 수사가 외형상 같을지 모르지만 그 내용과 철학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또 방송 수호의 의지나 철학이 없는 사람이 방송 수호 기구의 수장이라는 엄중한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었다. 이제 그가 할 일은 조용히 물러나는 것이다. 그것만이‘정해오적’의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지 않는 방법이다.
2007년 1월 22일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