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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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선별 등재 방식과 관련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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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05일 18시 45분 05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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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선별 등재 방식과 관련하여


한미 FTA 2차 협상의 결렬

지난 달 서울에서 진행된 한미 FTA 2차 협상은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결렬된 형태로 일단락되었다. 언론에서는 결렬 원인으로 한국의 의약품 선별 등재 방식 (이하, 포지티브 리스팅)에 대한 미국의 거부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투쟁의 성과라고 자찬하기도 했지만,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미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가 인정한 바와 같이 한미 FTA를 위한 4대 전제조건 중의 하나인 약값 재평가 정책이 작년 10월에 중단되었다.
2005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약제비는 7조 2289억 원으로, 전체 건강보험료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9.2%에 이른다. 이는 미국 (12.9%), 독일 (14.6%), 일본 (18.4%), 프랑스 (20.9%)와 같은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허약해서 그럴까? 결코 그렇지 않다. 의사들의 무분별한 처방과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폭리 및 무질서한 의약품 유통시장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특히, 미국계 다국적 회사들은 신약에 있어서 거의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요구대로 가격을 책정해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가 추진했거나 추진하려고 하는 정책이 두 가지로 판단된다. 그 하나가 바로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좌초된 약값 재평가 정책이고 다른 하나가 이번 2차 협상에서 논란이 된 포지티브 리스팅이다. 전자가 전체적인 약값을 인하하고 특히, 신약 가격을 A7이라고 지칭되는 선진국의 가격과 비교하여 합리적으로 책정하려는 노력이라면, 후자는 가격 대비 약효가 우수한 제품만을 보험 적용 대상 의약품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즉, 결론은 전체적인 약값을 낮춤으로써 건강보험의 재정적 안정화와 함께 국민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개략적으로 보면 이 두 가지 정책은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의 집요한 요구에 굴복한 참여정부가 작년 10월에 약값 재평가를 포기하고 나서 올해 5월에 새롭게 추진한 것이 바로 포지티브 리스팅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2차 협상에서 강력하게 반발한 것도 바로 이와 같은 이유이다. 이미 작년에 자신들의 요구에 따라서 포기한 정책을 포장만 바꾸어서 다시 들고 나왔으니 말이다.


협상 이후 움직임

2차 협상이 협상 일정도 채우지 못한 채 결렬되고 나서 미국이 취한 첫 번째 대응은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가 직접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을 찾아간 것이다. 버시바우 대사는 이 자리에서 포지티브 리스팅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달했고, 유장관은 “이 제도를 도입은 하되 최대한 미국의 입장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 제약회사가 국내 제약회사와 비교하여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한미 FTA 협상 대표도 아닌 자가 관련 정책 부서의 최고 수장을 찾아간 모양새도 이상한데, 실질적으로 협박에 가까운 요구를 통해서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킨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포지티브 리스팅이라는 정책도 실제로는 좌초되었음을 시사한다. 사실 미국의 요구에 한국이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은 2차 협상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7월 14일 기자들에게 “나도 성능이 좋은 약은 아무리 비싸도 먹겠다. 신약에 대해서는 정당한 대우를 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미국이 2차 협상을 결렬시키자 어지간히 놀라고 두려웠는가 보다.
우여곡절 끝에 7월 26일에 보건복지부에 의해서 포지티브 리스팅이 입법 예고되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와 의문점이 있었다. 첫째, 통상적인 입법 예고 기간이 20일인데 비해, 이 법안은 그 세 배인 60일로 길게 잡혀있다. 이는 9월 6일부터 진행되는 한미 FTA 3차 협상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즉, 일단 입법예고는 하되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서 미국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여 수정 입법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둘째, 이미 건강보험에 등재된 2만 2천 개의 의약품에 대해서는 2011년까지 단계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이 법안이 시행되더라도 기존에 이미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의약품들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2011년이라는 시점도 명확한 것이 아니라 추상적으로 대략 잡은 것이기에 실제로 법안의 효력이 어느 정도나 될 것인가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례로 폐암치료제인 이레사와 백혈병 치료제인 글리벡의 국내 가격은 미국의 두 배가 넘는다. 이는 미국의 일명 ‘레드북’이라고 불리는 즉,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제시한 ‘권장 소비자 가격’을 기준으로 국내 시판 가격이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레드북’을 기준으로 약품 가격을 정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결국 난치병 환자들은 앞으로도 계속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비싼 치료제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결국 이 법안은 한 해 동안에 새롭게 보험에 등재되기를 희망하는 2~30개의 신약에 대해서만 적용이 된다는 것인데, 이와 관련해서도 미국과의 협의를 통해서 미국 다국적 제약회사의 이익을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낳고 있다. 실제로 이런 의심은 7월 27일 연합뉴스의 보도에 의해서 사실로 판명되었다. 연합뉴스에 의하면, 이미 2차 협상 마지막 날인 7월 14일에 한미 양측은 포지티브 리스팅에 대해서 합의를 했고, 대신 미국은 약제급여 조정위원회에 미국 다국적 제약회사 이해 당사자가 참가하는 것과, 신약의 특허권 보장 기간을 기존의 20년에서 좀 더 늘릴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결국 한국은 생색만 냈을 뿐 이익을 본 것은 미국이며 참여정부는 또 다시 국민들을 기만하고 말았다.


성동격서(聲東擊西) 전술

참여정부는 마치 포지티브 리스팅 때문에 2차 협상이 결렬되었고, 이는 한국 정부가 협상에 있어서 무조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는 저자세로 임하는 것이 아니라는 반증인 것처럼 선전했다. 과연 그럴까? 이미 앞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이러한 정부의 선전은 보름도 되지 않아서 거짓임이 판명 났다. 그리고 지난 8월 11일, 보건복지부는 공식적으로 “미국이 포지티브 리스팅을 용인하기로 했고 구체적인 절차를 합의하기 위해서 21~22일 양일간 싱가포르에서 의약품 분야 작업반(working group) 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서 복지부는 “국민건강 보험제도의 근간은 지키되 미국의 요구 중, 제도 선진화의 투명화를 위한 부분은 합리적인 선에서 수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애당초 포지티브 리스팅 제도 자체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자국의 다국적 제약회사의 이익의 지속적인 보장에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즉, 기본적으로 신약에 대한 특허권의 강화 및 보호 기간 연장을 주요 관찰 사항으로 고려한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포지티브 리스팅이 자칫 기존의 신약에 대한 가격 인하로 이어지거나 새로운 신약의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에 대비, 기존 등재 약품의 경우 실질적으로 포지티브 리스팅 대상에서 제외시키고, 새로운 신약의 가격 결정에는 직접적으로 관련 기구에 참석하여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대비책을 마련한 것이다. 그밖에도 미국은 ‘특허 약품에 대한 자료 독점권 강화’와 ‘독립적인 이의 신청 기구 설치’등도 요구하고 있다. 결국 참여정부와 담당 부서인 복지부는 미국의 요구를 다 수용하면서 생색내기용 제도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것마저도 미국과의 협상 과정을 거치면서 얼마나 누더기가 될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 한 나라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부서가 법안 하나 만드는 데에도 남의 나라 눈치를 보고 허락 받아서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은 참으로 수치스러운 내정간섭이 아니고 무엇인가?
문제의 핵심은 교육과 의료는 애당초 협상의 의제가 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협상의 대상이 아닌 것을 가지고 협상에 임한다는 것은 시작부터 엄청난 위험을 안고 협상에 임할 수밖에 없고 결국 협상이 ‘주고 받기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 정부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결과도 그렇지 않은가? 한국이 받은 것은 포지티브 리스팅을 인정한다는 명분 뿐이요 준 것은 영속적인 미국 다국적 제약회사의 폭리 보장이 아닌가?


싱가포르 협상의 결렬

한국과 미국은 지난 2차 협상 시기에 다른 분과와 달리, 의약품 분야는 협상이 지연되었으므로 3차 협상을 앞두고 싱가포르에서 따로 실무 논의를 진행하자고 합의했고 예정대로 8월 21~22일 이틀 동안에 협상이 진행되었다. 이 협상에서 미국 측은 무려 16가지의 요구 사항을 들고 나왔는데, 현재까지 알려진 것은 ① 미국 다국적 제약회사의 신약의 선별등재 목록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할 것 ② 신약에 대한 한국 환자들의 접근성을 보장할 것 ③ 미국에서 인정된 혁신적 신약의 가치를 한국에서도 인정할 것 ④ 다국적 제약회사가 신약의 보험 가격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독립적인 이의신청기구’를 설치할 것 ⑤ 신약의 보험 가격 결정시에 미국 물가 인상률을 반영해 줄 것 등이다. 이와 관련해서 한국 협상단은 그 내용 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쩔쩔맸다는 후문이다. 전만복 보건복지부 한미 FTA 국장은 “정리하면 미국의 요구는 선별등재 제도를 시행하는 모든 단계에서 다국적 제약회사가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싱가포르 협상의 결렬은 미국의 요구에 대한 한국의 명확한 반대 때문이 아니라 미국의 요구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9월 6일부터 진행될 3차 협상이 불과 보름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과연 한국이 미국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스럽고 한심할 따름이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24일 논평을 통해서 “싱가포르 협상의 내용을 보면 단순히 포지티브 리스팅의 세부적·절차적 내용 수준의 협상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이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므로 정부의 지난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정부와 노무현은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거짓말로 국민들을 속여 왔다. 4대 선결조건과 관련하여 한미 FTA와 무관하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하다가 여러 정황과 실질적인 증거에 의해서 거짓임이 드러나자 7월 21일 대통령이 직접 “4대 선결조건 표현을 수용하겠다”고 했다. 이후 노무현은 “한미 FTA를 천천히 체결한다고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는 립서비스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노무현과 참여정부는 협상내용 공개 요구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국회에서 계류 중인 ‘통상절차법’에 대해서 3권 분립을 이야기하면서 거부하고 있다. 또한 한미 FTA를 추진함에 있어서 안보 등의 문제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을 했지만 지난 2월 여당 의원들에게 노무현이 직접 “북한 문제로 한미관계가 많이 벌어졌는데 이걸 매우려면 경제 분야 밖에 없기 때문에 한미 FTA를 추진하게 되었다”는 발언을 했다고 밝혀졌다. 이러한 보도에 심기가 불편해졌는지 노무현은 8월 9일 기자 간담회에서 “한미 FTA에 대한 피해 주장 중에 근거 있는 것은 1/10도 안 된다”는 발언과 덧붙여서 “YS·DJ 때 보다 내가 더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많이 했다”고 자신의 친미종속성을 자랑하기까지 했다. 노무현은 9월 3일부터 13일간 유럽과 미국을 순방한다고 한다. 국가와 국민의 미래가 달려있는 한미 FTA 3차 협상이 진행되는 시점에 자신은 이 땅을 떠나서 외유를 즐기겠다는 건가? 더구나 벌써 여섯 번째가 되는 한미정상회담을 통해서 또 무엇을 팔아먹으려고 하는가? 현실적으로 노무현과 참여정부에게 어떤 변화를 기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그의 임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릴 수도 없다. 지난 2차 협상 시기에 진행된 2차 범국민 대회 이후 한미 FTA와 관련해서는 관심도 줄어들고 움직임도 둔해진 상황이다. 다시 한 번 힘을 모아 한미 FTA를 저지하고 민중의 생존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 나서야하겠다. 노무현과 참여정부의 나라 팔아먹기 만행을 저지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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