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에서 한국의 소설을 가르치고 있는 시간강사다.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에 쓰는 사람이다. 강의하는 시간도 얼마 되지 않으니 공부하는 데는 참으로 안성마춤(?)인 직업인 셈이다. 욕망만 조금 줄이면 비정규직인 현재의 처지가 그렇게 고달프지도 않다. 그러나 이 말을 오해 마시라. 비정규직이 고달픈 인생이 아니라는 뜻이 아니라는 사실을.
난 혼자 산다. 내 직업에 가장 필요한 책도 대부분 도서관에서 빌려보거나 나보다 조금 더 부유한(?) 동료들에게서 빌려본다. 몸도 타고난 게 건강체질이다. 한때 술을 과도하게 좋아해서 술값이 많이 들었으나 이젠 술도 지겹고 해서 술값도 번 셈이다. 그러니 크게 돈 들어갈 데가 없다. 그렇다고 내가 하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없는 건 아니다. 내 수입에 맞춰 내 욕망이 적절히 오그라들어 준 것이다.
사실 그보다는 나의 능력 부족이 나의 욕망을 줄였다고 해야 하리라. 나도 남들처럼 좋은 책을 써서 인세로 먹고 살 수 있는 날을 꿈꾼다. 그쯤 되면 어느 정도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디 나 같은 능력에 그런 일이 가당키나 하랴. 대신 이런 저런 공부 마음껏 할 수 있다는 데 최대의 만족을 느끼며 살아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