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 거짓말
제목 [필진] 통상절차법 제정을 촉구하며
번호 56 분류   조회/추천 3419  /  390
글쓴이 범국본    
작성일 2006년 07월 06일 16시 38분 43초

지난 2월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을 비롯해 40여 명의 여야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통상협정 체결 절차 등에 관한 법률안'(통상절차법)이 한-미 FTA 2차 본협상을 목전에 둔 지금까지도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통상교섭에 대한 국회의 권한을 강화시키는, 국회에 유리한 법안인데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국회의원들은 법안 통과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정쟁을 하느라 바빠서인지, 지방선거에 '올인'해서인지 찬반론자 모두 그 중대성을 인정하는 한-미 FTA에 유독 국회의원들만 안이한 모습이다. 협상개시 이후 몇 달이 지나고나서 뒤늦게 '한미 FTA를 연구하는 국회의원 모임', '국회 FTA 포럼'이 결성되었지만 여전히 국회는 구경꾼 신세다. '한-미 FTA 특위'가 만들어졌다지만, 주요한 의제가 다루어질 2차 본협상 이후에나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뒷북'을 칠 가능성이 높다.


행정부를 감시하는 한편 사회적 갈등을 완화시켜야 할 국회가 이처럼 손을 놓고있는 동안, 한-미 FTA는 누구도 손대기 힘든 '뜨거운 감자'가 되고 말았다. 이제 와서 찬반을 논할 수 없다는 황당한 억지가 관철되고 있는 한편, 한-미 FTA를 둘러싼 우리 사회 내부의 분열은 갈수록 깊어만 가고 있는 것이다. 사실상 국회의 직무유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미 FTA 홍보에 여념이 없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서 발간한 '한-미 FTA 바로알기'도 "한-미 FTA 협상과정에서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나 이해관계집단들 모두의 진지하고도 성실한 자세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지 않았는가. 한-미 FTA에 대한 찬반을 떠나, 진지하지도 성실하지도 못한 국회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통상절차법안' 제정은 한-미 FTA에 대한 찬반과는 별개의 문제다. 그것은 국회가 국가의 운명을 가늠할 중차대한 통상교섭에 계속 들러리로 남아있느냐, 아니면 국민이 뽑아준 대표로서의 책임에 걸맞는 의무를 이행하느냐의 문제다.


따로 통상절차법을 제정할 것 없이 필요할 때 '특위'를 구성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는 이번처럼 '뒷북'을 피하기 힘들다. 특위구성은 선택사항이고 법안제정은 의무부여이기 때문이다. 이번처럼 정치권과 국회의원들이 선거와 같은 중요한 정치일정에 온통 정신이 팔려 '통상교섭은 내 소관이 아니다'고 하면 대체 어떻게 할 것인가? 통상절차법 제정으로 그같은 사태를 막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대처 아닌가?


행정부도 통상절차법 제정에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야 할 필요가 있다. 행정부의 경제관료들은 혹시라도 한-미 FTA에 반대하거나 신중론을 펴는 국회의원들 때문에 논란이 증폭될까봐 걱정하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인지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신속하게 협상을 진행시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현재 정부의 한-미 FTA 추진 혹은 추진방식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통상절차법 제정을 주장하니, 무리하게 한-미 FTA를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에 시달리는 관료들로서는 통상절차법이 눈엣가시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관료들이 그토록 중시하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적용시켜보면, 그러한 우려는 타당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당장 우리가 FTA를 추진하는 미국만 해도 통상교섭의 최종결정권이 의회에 있고, 교섭을 담당한 관료는 끊임없이 의회의 동의를 구하기 위해 애쓴다. EU 역시 입법기관인 각료이사회가 통상교섭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선진국들은 중대한 통상교섭에 있어서도 충실하게 대의민주주의 원칙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시장경제는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있다. 조금 더 피곤하고 번거롭더라도 국민이 선출한 대표들을 존중하는 것이 옳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겨레 게시판에서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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