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 거짓말
제목 ‘말빨’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번호 59 분류   조회/추천 3831  /  425
글쓴이 최준영    
작성일 2006년 08월 15일 17시 38분 13초
최준영 (문화연대 문화개혁센터)


“좌파 신자유주의 정권”, “자주국방과 평택미군기지확장” 등 모순되는 단어의 조합으로 자신의 정체성과 정책의 혼란스런 상황을 표현했던 노무현 정부가 드디어 그 ‘화려한 언변’의 자기모순에 빠진 듯하다. 말장난은 오락프로그램에서나 통하는 법. 속속 드러나는 거짓말 앞에 애초에 한미FTA를 추진하겠다며 말했던 많은 주장들이 노무현 정부 스스로의 발목을 잡게 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다시 한 번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로의 ‘입’을 원망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인 거짓말을 몇 가지 짚어보자. 먼저 “해석을 수용하겠다”는 대통령의 말빨로 대충 넘어가려 했던 ‘4대 선결조건’이 최근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의 대외경제위원회의 회의자료(2005년 9월 5차 회의) 공개로 그 진위가 드러났다. 대외경제위원회는 대통령과 관련 부처 장관이 참여하는 회의다. 자료에 따르면, 통상교섭본부가 주무부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4대 선결조건의 해결이 없는 경우 한미FTA 추진 공식화는 어려울 전망”, “(2005년) 10월 중순까지 4대 선결조건의 최대한 해결 또는 진전 필요” 등 한미FTA 체결을 위해 미국 측의 입장을 감안한 통상현안 해결을 추진했다는 정황이 확인된 것이다. 실제로 약값 재평가 제도개정 중단(2005년 10월), 배출가스 강화 기준 수입차 적용 유예안 발표(2005년 11월), 미국산 쇠고기 금수조치 해제(2006년 1월), 스크린쿼터 절반으로 축소(2006년 1월) 등의 조치가 대경위 회의 이후 차례대로 취해진 것을 보면, 결국 통상교섭본부의 계획대로 모든 일이 진행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4대 선결조건은 없다”던 노무현 정부의 거짓말이 최종적으로 확인되었다.

두 번째 정보공개의 문제. “문서공개는 곤란하지만 정보공개는 최대한 하겠다”는 노무현 정부. 하지만 3년 동안은 서로 초안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는 이유로 그 동안 한미FTA 협상과 관련한 대부분의 정보는 차단되었다. 그러던 것이 미국에서는 이미 한미FTA의 초안까지 관련 업계에 공개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수백개 기업이 포함된 한 협회가 한미FTA 협상 초안을 교환하기 9일 전인 5월 11일에 협상 초안의 구체적인 조항의 수정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미국에서는 이미 많은 이해관계 당사자들에게 협상의 내용은 물론이고 협상문 초안까지를 공개했다는 것이다. 협상전략 노출, 미국과의 약속 등을 근거로 협상문은 물론이고 주요 내용까지 철저히 비공개로 하고 있는 노무현 정부는, 결국 국민의 정당한 알 권리를 막고 있을 뿐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통계자료 조작, 파행으로 끝났다던 의약품 협상이 불과 한 달만인 8월 21일과 22일 ‘의약품 분야 작업반 회의’를 하겠다고 합의함으로써 ‘쇼’로 드러난 상황. 그리고 “한미FTA는 미국 일정에 맞춰 추진하지 않는다”더니 미국의 협상 기한에 맞춰 내년 3월 타결을 목표로 협상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국내 공청회를 협상 개시 선언 이후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한 사실까지도 확인되었다. 그야말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거짓말의 행렬이다.

제대로 된 준비는커녕 최소한의 정보마저도 차단된 채 밀실에서 진행되는 한미FTA 협상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거기에다 연일 밝혀지는 정부의 거짓말과 말장난에 이미 민심은 떠나버렸다. 그리고 떠나버린 민심은, 더 이상 말장난과 언변으로는 수습할 수 없다. 국정홍보처의 모든 예산을 쏟아부어 거짓기사를 만들고, TV광고를 만들어도 민심은 결코 돌아오지 않는다. 병원비와 공공요금이 오르고, 수입쌀․농약쌀과 광우병 쇠고기를 걱정하는 것의 의미를 ‘그들’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민심과 한미FTA는 이미 너무나 멀어져 버린 것이다.

이렇게 민심이 떠난 상황에서, 결국 남는 것은 국가와 자본에 의한 폭력뿐이다. 포항의 건설비정규직노동자 하중근 열사에게 가해진 죽음의 폭력, 직접 바다를 메워 만든 땅에서 평화롭게 농사짓고 살겠다는 평택의 주민들에게 행해지는 폭력과 철거위협 등. 에어컨 빵빵한 사무실에 앉아 일사병으로 쓰러지는 달동네 주민의 고통을 이해할 수 없듯이, 높은 연봉에 교육비․의료비․공공요금 걱정 없이 국민 위에 군림하고 있는 ‘그들’은 결코 한미FTA 체결로 인한 민중의 고통을 이해할 수 없다. 계속되는 거짓말로 사람들을 현혹하고, 여기에 넘어가지 않는 사람들에게 곤봉과 방패를 들이대는 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일 뿐이다.

‘말빨’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정치는 ‘입’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노무현 정부는 거짓말을 중단하고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나아가 한미FTA로 인한 민중의 생활과 삶의 문제로 단 한 번만이라도 생각하고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다면 한미FTA의 정당성과 필요성은 털끝하나 남기지 않은 채 날아가버릴 것이다. 제발, 사무실에 에어컨 끄고 하루만 생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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