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 거짓말
제목 [경향] ‘반덤핑 완화’ 실패…“수출활로 개척” 공염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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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범국민운동본부    
작성일 2007년 04월 12일 10시 32분 21초
[한·미FTA] ‘반덤핑 완화’ 실패…“수출활로 개척” 공염불
입력: 2007년 04월 12일 07:49:28
 
다이아몬드공구를 만드는 ㅎ사는 미국 다이아몬드공구협회 및 13개 업체로부터 2005년 5월 반덤핑 제소를 당했다. 국내 판매 가격보다 지나치게 싼 가격으로 다이아몬드공구를 미국에 수출, 판매했다는 이유였다. ㅎ사는 미 상무성에 회사의 정관 및 감사보고서, 세무조정계산서를 제출했고 이듬해 1월 국내 및 미국 판매부문의 판매에서 수금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사항을 기재한 자료를 내야 했다. 우리 회계방식으로 원가계산한 결과 단위당 이익이 산출돼 덤핑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같은 해 5월 미 상무성은 덤핑(6.43%) 판정을 내렸다. 다행히 그해 7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로부터 미국 산업에 큰 피해가 없었다는 판정을 받아 반덤핑 관세를 물지는 않게 됐지만 조사 기간 동안 ㅎ사가 입은 피해는 컸다.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수출기업을 지원한다”며 미국과 무역구제와 관련해 협상을 벌였으나 중요한 내용은 대부분 빠지고 ‘무역구제위원회’ 설치 정도에만 합의했다. 정부는 상시 협의기구 구성을 큰 성과로 내세우고 있으나, 수출업계는 반덤핑 규제완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국내 업계 발목잡는 미국의 ‘무리수’=반덤핑이란 상대 수입국인 미국의 산업에 우리 제품이 저가로 공급되기 때문에 자국 산업에 피해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 등으로 미국이 취하는 제재 조치다.

미국은 반덤핑 피해판정시 다른 수출국 제품과 한국산 제품 합산 평가, 덤핑마진 계산시 수출가격이 높을 때 마진을 마이너스(-)로 하지 않고 제로(0)로 처리해 덤핑 마진을 상향시키는 제로잉 등 까다로운 반덤핑 제재 요건을 구사하며 국내 수출기업들의 발목을 잡았다.

미국의 무리한 덤핑 판정으로 가격 경쟁력에 적신호가 켜진 국내 수출업체는 미국에 수출을 계속하기 위해 미 상무부의 결정을 반박하거나 아니면 사실상 미국 시장을 포기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문제는 대응시 소모되는 인력과 시간, 비용이 기업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정도로 상당하다는 점이다.

정부가 한·미 FTA 협상에서 우리측이 얻어낼 최대 공세 분야로 미국의 반덤핑 조치 완화를 다루는 무역구제 분과를 꼽은 것도 이처럼 까다로운 미국의 반덤핑 규제 조항들을 미국이 법개정을 통해 우리 업체에 유리하도록 바꿔야 한다는 국내 철강, 섬유, 석유화학업계 등의 요구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1월 무역협회가 주요 수출업체 501곳을 대상으로 대미 수출 애로사항을 설문조사한 결과, 반덤핑 등 무역구제조치의 불합리하고 과도한 적용이 30.7%로 1위를 차지했다. 까다로운 통관절차가 24.7%로 2위, 비자제도가 23.9% 순 등으로 조사됐다.

같은해 6월 무역협회가 조사한 ‘반덤핑 규제가 대미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25년간 대미 수출 차질액은 전체 대미수출의 6.8%, 373억달러 정도이며, 조치대응비용(회계사, 변호사 등 대리)도 건별 1개 기업당 평균 1억1000만원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요구 빠져 실효성은 두고 봐야=정부는 지난 2일 무역구제 협상 결과, “무역구제위원회를 설치해 양국 관련기관 간에 정기적인 대화채널을 마련키로 했고, 조사개시 전 사전통지 및 협의, 가격 또는 물량 합의에 의해 조사를 중단할 수 있는 제도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제로잉 금지, 비합산조치, 최소부과원칙 적용(반덤핑 관세 부과시 덤핑 마진율과 산업 피해 마진율 중 낮은 수치에 대해 관세부과) 등 요구는 모두 빠졌다.

비합산 요구는 정부 스스로 ‘우리 제품이 미국 산업에 피해를 끼쳤는지 여부에 대한 판정시 중국 등 다른 수출국 제품과 합산하지 않고 국내 제품을 따로 평가하면 반덤핑 관세 부과 가능성이 줄어든다’며 무역구제 관련 요구사항 중 핵심으로 지목했던 사항이었다.

제로잉 금지 요구는 미국의 제로잉 방식이 세계무역기구(WTO)로부터 ‘반덤핑 협약’ 위반 판정을 받아 미국이 국내법 개정을 추진중이라는 이유로 일찌감치 협상 의제에서 빠졌다. 미국이 ‘한국에만 제로잉 금지를 약속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WTO 결정에 승복한다고 발표했지만 시행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단서를 달아놓은 상태다.

당장 국내 대미 수출업계 내에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제기됐다.

정부는 무역구제위원회라는 양국간 상시 협의기구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것만으로도 미국의 반덤핑 제재 횟수는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란 입장이나, ‘논의하자’는 합의만으로 당초 우리가 기대했던 반덤핑 규제 완화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 현재로선 매우 회의적이다.

무역협회의 한 관계자는 “반덤핑 조사가 개시되더라도 중도에 양국간 가격 및 물량에 대한 합의를 통해 최종적인 반덤핑 관세 부과로 가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가격약속제도’는 사실상 ‘반덤핑 관세부과’ 효과에 맞먹는 제재수단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합산과 제로잉 금지, 최소 부과원칙 적용이 그나마 가장 우리 업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요구사항이었는데 확실한 답변을 받아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권재현기자〉

◇ 협정문 주요 내용

-반덤핑관세-

외국물품이 정상가격 이하로 덤핑수입돼 국내산업이 실질적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을 때, 덤핑 차액의 범위내에서 부과하는 관세.

-상계관세-

외국의 정부가 공공기관으로부터 부당하게 보조금을 받은 물품이 수입돼 국내 산업이 실질적 피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을 때, 보조금 범위 내에서 부과하는 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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