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 묶인 한국 국회, 검증 나선 미국 의회.’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 협상 타결 이후 양국의 대응이 천양지차다. 미국은 이미 민간 전문가 700여명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가동, 검증에 착수했으나 한국은 5월로 예정된 정부의 협정문 공개만 기다리고 있다. 대통령이 주도하는 한국의 ‘통상독재’와 통상절차법이라는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는 미국과의 차이로, 이번 기회에 제도적 보완책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지난 2일
조지 부시 대통령이 협상 타결을 정식으로 의회에 통보함과 동시에 미 무역대표부(USTR) 협상단이 타결 내용 원안은 물론 부속문서까지 모두 산하 독립기구인 민간자문위원회에 넘겼다. 33개 분과의 방대한 조직인 민간자문위는 30일 안에 평가 보고서를 작성,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자문위에는 노동·산업·농업·중소기업·서비스업 등 부문별 대표와 정부·의회 관계자, 전문가 등이 참여하고 있다.
무역위원회(ITC)는 협정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여 보고서를 90일 이내에 대통령과 의회에 제출한다. 이 두 보고서는 협상 비준 동의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
한국 국회는 한·미 FTA체결대책특위가 ‘영어 협정문’ 열람 요구로 입씨름을 벌이는 등 실체에는 접근하지 못한 채 ‘의혹’ 제기나 ‘정보공개’ 논란 등 파열음만 커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국회는 정부가 협정문을 공개하겠다는 5월 중순까지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정보가 전혀 공개되지 않고, 심지어 의원이 언론을 통해 내용을 접하는 이런 상황에서 국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향후 대책 마련을 놓고도 정부의 일방통행은 마찬가지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3일 주재한 워크숍에서 “(피해보상에)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해주고, 경쟁력을 스스로 강화하게 대책을 세워달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노대통령이 피해를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미 의회는 “쇠고기와 자동차 조항이 미흡하면 의회가 수정할 수 있다”(찰스 랭글 미 하원 세출위원장)는 등 구체적 이해집단의 시각이 반영된 발언으로 중요하게 분석·평가해야 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현재 세부협정문을 작성 중임을 감안하면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압력으로도 풀이된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최근 한 기고에서 이 같은 상황을 “한국 군주제의 미국 의회에 대한 완벽한 패배”라고 말했다.
더욱 본질적인 문제는 통상절차법 미비다. 미국은 행정부와 의회가 협조와 견제를 하는 80년 역사의 통상절차법이 마련돼 있다. 이에 따라 미 의회는 협상 개시 이후 3개월간 심의하고 타결 이후에도 3개월간 심의하는 절차를 준수한다. 자연히 협상의 부실화를 막으면서 이해관계에 따른 ‘내부 갈등’도 최소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한·미 FTA를 계기로 통상절차법이 국회에 제출돼 있으나 심의마저 하지 못하고 있다.
〈김광호·김재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