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과 한미FTA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김성혁 연구원
한 나라의 수도 한복판(용산)에 외국 군사기지가 있고, 자국 군대의 작전지휘권을 외국군이 가지고 있다면 그 나라를 온전한 독립국으로 보기 힘들다.
과거 냉전시기 불가피한 상황에서 그렇게 되었다고 해도, 수십 년이 흐른 지금, UN 사무총장을 배출하고 경제대국 10위 오른 나라 정도가 되면 종속적인 관계를 재편해서 대등하고 자주적인 정치군사 관계를 복원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하에서 한국의 정치 경제적 대미 의존도는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연평도 포격이후 정부는 미국과의 공조를 바탕으로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조지 워싱톤호를 불러들여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했다.
이대통령은 천암한 사건후에는 보수 여론을 등에 업고 미국에 요청해 2012년 반환하기로 되어있는 전시작전통제권 회수 시기를 기존보다 3년 7개월 뒤인 2015년 12월로 늦추었다.
지난 6월 토론토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시작전권 반환 연기와 한미FTA 재논의를 합의했을 때 ‘맞바꾸기’라는 지적이 일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전시작전권 전환 연기를) 오바마 대통령이 수락해주신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FTA 재협상이 진행되어 4일만에 합의했는데, 군사력과 정보력, 국제공조 등에서 미국 의존도가 높은 상황 속에서 협상력 약화 우려가 제기된 상황이었다.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번 협상은 연평도 포격 사태 등과 관계없이 철저히 경제적 관점에서 진행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미FTA 재협상은 금융위기이후 아시아 대미무역 역조를 전환시키기 위한 미국의 주도하에 진행되었다. 실업률 9.8%에 있는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이후 계속 중국 위안화 절상압력과 한국 자동차 규제완화를 요구하였다.
또한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금융과 농업, 지적재산권에서 무역 상대국의 시장을 개방하라고 압박하였다.
이러한 조건에서 일본, 유럽도 미국과 FTA 협상을 체결하지 않고 있는데, 이들보다 더 뒤떨어지는 한국이 미국과 FTA를 체결한다는 것은 금융, 농업, 서비스(지적재산권)에서 국내시장을 내어주고 일부 제조업 수출을 확대한다는 것인데 잃을 부분에 비해 얻을 부분은 너무도 왜소하다.
더구나 제조업 부문조차도 FTA 재협상에서 미국 자동차 관세철폐를 4년 유보하는 등 2년전 합의보다 훨씬 한국에 불리하게 타결되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올해 신년연설에서 세계 경제 영토를 넓히기 위해 FTA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밝히면서 미국과의 FTA는 세계 통상 중심국가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협상 과정은 의회와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밀실에서 진행되었으며 이해당사자들의 요구도 반영되지 않았다.
종속적인 한미동맹의 틀에 묶인 한국의 외교통상 정책은 한 번도 미국의 방침에 어긋나 본 적이 없다. 한국은 미국의 요구에 의해 우리의 국익과 상관없는 베트남에 파병하였고, 최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하였고, 석유공급과 수출확대로 우리 경제에 큰 이득을 주는 이란에 대해서도 미국의 요구에 따라 경제제재를 가했다.
만델라 전대통령 등을 수십년간 투옥하고 흑인을 억압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을 비판하여 1970년대 이후 세계 모든 나라가 외교를 단절하였는데 미국, 이스라엘, 한국만이 남아공을 인정하였다.
미국과의 FTA 협상이 이러한 전철을 되풀이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통상정책은 오직 거시경제와 국민 후생 증대의 관점에서 자주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우리는 국회의 비준처리 과정을 냉철하게 주시하고 있으며 그 평가는 10년 뒤에라도 다시 이루어질 것이고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