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상 사흘째, 원정단은 변함없이 쉐라톤 호텔 앞 기자회견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낙농협회, 양돈협회, 민주노총에서 참가한 참가자들이 조목조목 한-EU FTA의 문제를 지적하였고, 한국 협상단의 철수를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유럽의 각 사회단체 회원 4명이 함께 했습니다. 유럽의 동지들은 기자회견장 앞을 지나다니는 브뤼셀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었다.
12시, 슈만의 라운드 포인트에 모인 원정투쟁단은 도시락으로 식사를 마친 후, 미리 준비해온 합판과 각목으로 상여를 만들고 한EU FTA 장례식을 시작했다. 상복을 입고 종을 울리며 1시 40분쯤부터 장례행진을 시작했다.
그러나 채 100m도 가기 전에 벨기에 경찰이 가로막고 나섰다.
한-EU FTA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한 평화적 퍼포먼스임에도 불구하고, 벨기에 경찰은 처음에는 무조건 못나가게 하더니, 원정단이 30분 넘게 농성을 하며 완강히 버티자 처음에는 “상복을 벗으면 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하였다.
일단 장례식을 무사히 마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원정단이 이 요구를 수용하자, 그들은 이번에는 원정단이 두른 손수건, 머리띠, 조끼 뒤의 FTA반대 표식을 걸고 넘어지며 장례식을 가로막았다.
원정단이 또다시 이 요구를 수용하자, 벨기에 경찰은 참가자를 한 명 한 명 지나가게 한 다음, “상여를 두고 가라”며 본색을 드러냈다. 결국 경찰은 원정단을 속이고 말을 바꾸면서 원정단을 해산시키려 한 것이었다.
경찰이 이렇게까지 비열하게 나올 것이라 예상치 못했던 원정단은 다시 상여 주위로 모이려 하였다. 그러나 벨기에 경찰은 원정단과 상여 사이를 가로막으면서 폭력적으로 장례식 진행을 가로막았다. 가만히 서 있는 원정단원을 세게 밀치고, 영어로 대화하던 중 갑자기 프랑스어로 말하며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는 등 몰상식하고 인종차별적 태도를 보이더니, 원정단이 길을 막는 이유를 묻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주먹으로 마구 밀치고, 곤봉으로 참가자들을 찌르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이 과정에서 고령의 농민 한 분이 경찰에 밀려 넘어져 부상을 당했다.
결국 원정투쟁단은 총 2시간여의 지난한 다툼 끝에 슈만 라운드포인트에서 협상장인 쉐라톤 호텔까지 걸어와서 정리집회를 하고, 중단된 한-EU FTA 장례식을 내일 계속하기로 결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