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테스코 기업 눈치를 보느라 SSM 규제법안 하나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투자자 국가제소까지 실행되면 이명박 정부가 우리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펼칠 수 있겠습니까? 한국 경제 주권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힘을 합쳐 우리 주권을 지킬 때입니다.“
24일 한미FTA 저지 결의대회에 참석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한미FTA가 실행되면 외국 기업이 어떤 통제도 받지 않고 경제 주권을 뒤흔들 수 있게 된다”며 “불공정한 한미FTA는 전면 재검토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24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열린 '한미FTA 추가양보, 밀실협상 규탄대회'에서 참가자들이 함성을 외치고 있다.ⓒ 김철수 기자
이 대표는 삼성 테스코 홈플러스의 지분을 94% 가지고 있는 영국 기업 테스코를 예로 들었다. 그는 “한EU FTA에서는 투자자 국가제소 조항이 없는데도 이명박 정부는 테스코의 눈치를 보느라 우리 상인들을 보호하지 않고 있다”며 “만약 한미FTA가 체결된 후 우리가 SSM 규제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할 때 미국 월마트가 소송을 걸면 어떻게 하겠는가. 정부는 외국에서 소송을 한다고 엄살을 부리며 어떤 통제도 하지 않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최근 미국 측에서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요구를 높이는 것도 우려했다. 지난 6월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까지 한미FTA에 대한 양국 간의 이견을 조정하겠다고 합의한 이후 미국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재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
지난 7월 미무역대표부(USTR) 론 커드 대표는 “한국과 일본은 정치적 이유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최근 정부가 캐나다와 '30개월 미만 뼈를 포함한 쇠고기를 수입한다'는 데 의견 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미국 측에게도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이나 캐나다에 준하는 개방을 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이 대표는 “미국이 자신들과 똑같은 광우병 통제국인 캐나다 쇠고기는 30개월 미만 뼈까지 수입하면서 왜 미국산 쇠고기는 수입을 하지 않느냐고 요구하는 것이 가시화됐다”며 “우리 국민들이 검역주권, 건강주권, 국민안전을 지키기 위해 다시 나설 때가 됐다”고 밝혔다.
24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열린 '한미FTA 추가양보, 밀실협상 규탄대회'에서 아이와 함께한 참가자가 FTA룰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김철수 기자
이날 집회에는 이정희 대표 말고도 시민사회·진보진영 300여명이 참여해 국민의견 수렴 없이 이명박 정부가 일방적으로 한미FTA 재협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투자자 국가제소 조항 외에도 한미FTA 협정의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일부 협정 재협상이 아니라 전면 재검토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박석운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동북아 군사 패권을 쥔 미국이 한미FTA를 계기로 동북아 경제 패권까지 공고화하려고 한다”며 “지금 국민은 한미FTA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지금이라도 한미FTA 문제에 공개하고 국민들의 검증을 받아야한다”고 지적했다.
정희성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한미FTA로 인해 자동차 수출 등 실제 이익이 없는 것을 우려했다. 정 부위원장은 “지금 국내 자동차 기업들이 미국 현지공장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한미FTA 체결로 자동차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은 거짓말”이라며 “개방을 하더라도 자국 사업을 보호한 다음 개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정 부위원장은 “설사 자동차 기업이 수출이 늘어난다고 해도 그 이익이 중소업체사장이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며 해외 자본과 일부 재벌을 위한 한미FTA에 대해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허영구 투기자본 감식센터소장은 한미FTA 체결로 인한 ‘금융 쓰나미’를 우려했다. 허 소장은 “SC제일은행은 우리 주식이 전혀 없는 해외 금융으로 지금 ‘제일은행’ 글자를 뺄 것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미FTA가 추진되면 해외금융자본이 잠식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허 소장은 “한미FTA 때문에 투기 자본을 규제하지 못하면서 지난 미국발 금융위기는 한국에서도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4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열린 '한미FTA 추가양보, 밀실협상 규탄대회'에서 참가자들이 FTA룰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김철수 기자
한편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한미FTA가 밀실에서 졸속으로 재협상되고 있다는 사실에 의견을 일치하고 국민들과 함께 한미FTA 저지 투쟁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이들은 28일 ‘한미FTA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국민 대토론회를 진행하여 다음달 3일에는 한미FTA를 반대하는 국회의원, 시민사회 인사들과 함께 시국선언을 진행한다. 이어 11일 G20국제행동의날에 맞쳐 한미FTA저지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집회에 참여한 대학생 박상호(25)씨는 “지금 국민들은 한미FTA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조차 모른다”며 “정부에서 한미FTA 내용과 무엇이 문제인지를 솔직하게 이야기해야한다. 이것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대학생들은 집회 참여 등을 통해 한미FTA 반대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고 밝혔다.
24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열린 '한미FTA 추가양보, 밀실협상 규탄대회'에서 참가자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철수 기자
24일 오후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열린 '한미FTA 추가양보, 밀실협상 규탄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철수 기자
<정혜규 기자 jhk@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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