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모든 온라인 서비스 분야 개방 합의하고도 거짓말!
- 지난 9월6일 3차 본협상에서 온라인 서비스 개방 동의한 것으로 드러나 -
어 떻게 저럴 수 있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말이다. 이미 미국이 규정하는 ‘디지털 프로덕트’(디지털 제품)이라는 데 동의해 놓고서도 마치 아닌 것처럼 사기를 치는 게 한국협상단의 모습이다. 특히 정보통신부는 희대의 사기극을 펼치고 있다.
결 론부터 말한다. 한국협상단은 지난 9월6일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3차 본 협상 전자상거래 분과회의에서 이미 ‘디지털 제품의 정의’에 대해 합의하고 통합협정문 시안에도 의견 일치를 봤다. 디지털 제품의 정의는 미국이 규정하는 개념이고, 그 범위에는 게임뿐 아니라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방송, 영화, 교육, 의료, 법률 등 주요한 모든 서비스 산업이 포함된다.
미 국은 다른 나라와 체결한 FTA에서 “전송매체(carrier medium)에 고정되거나 전자적으로 전송되는지에 관계없이 디지털로 인코드된 형태의 컴퓨터 프로그램, 텍스트, 비디오, 이미지, 음향 기록, 기타 생산물”(the digitally encoded form of computer programs, text, video, images, sound recordings, and other products, regardless of whether they are fixed on a carrier medium or transmitted electronically)로 디지털 제품을 정의하고 있다.
디 지털 제품의 정의에 대한 이런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은 김태환 의원(한나라당)이 지난 10월23일 정보통신부 국정감사를 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가 김태환 의원실에 확인한 결과, 한국협상단은 3차 본 협상에서 미국이 말하는 디지털 제품의 정의에 대해 동의했다. 하지만 미국이 말하는 디지털 제품의 정의가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모든 서비스까지 포괄해 국내시장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음을 확인한 뒤, 한국협상단은 여러 차례에 걸쳐 미국을 방문해 조정을 시도했으나 지금까지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김 의원실은 밝혔다.
이에 대해 정보통신부는 ‘동의한 것은 사실이지만 4차, 5차 본 협상이 있는 만큼 영화, 의료, 법률 등의 온라인 서비스 분야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고 김 의원실에 답변했다고 한다.
하 지만 이는 김 의원실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미국은 처음부터 디지털 콘텐츠와 온라인상의 거래를 디지털 제품으로 규정하고 있고, 다른 나라들과도 똑같은 문구로 협상을 끝냈다. 한국을 예외로 인정해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다. 당연히 미국이 이미 합의한 통합협정문 시안을 변경할 가능성 역시 희박하다.
김 의원실을 통해 공개된 이런 내용은, 문화관광부의 강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온라인을 통한 영화 상영 분야의 개방을 요구했다는 일부 언론보도가 분명한 사실임을 확인해 주는 것이다. 방송과 영화를 포함한 미국의 온라인 서비스 개방 요구는 디지털 제품의 개념에 대한 이런 합의에 기초해 이뤄지고 있는 것이지, 미국이 난데없이 뚱딴지처럼 요구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우 리는 미국이 말하는 디지털 제품의 정의에 동의한 한국 협상단의 정신 나간 태도에 분노를 감출 수 없다. 그 원흉으로 정보통신부와 재정경제부, 외교통상부를 지목한다. 특히, 정보통신부가 그동안 강조해온 이른바 융합서비스가 바로 미국의 ‘디지털 제품’의 정의를 그대로 빼박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정통부는 ‘융합서비스’(BCS; Broadband Convergence Service)를 ‘광대역 통신망을 이용해 제공되는 VOD(주문형 동영상)을 포함한 시청각, 금융, 유통 등의 서비스’로 정의해, 이런 융합서비스를 ‘미래유보’로 관철시킬 것을 주장해 왔다. 융합서비스와 디지털 제품 정의의 유일한 사소한 차이는 하나밖에 없다. 융합 서비스는 콘텐츠의 영역(시청각, 금융 등)별로 정의하는 반면, 디지털 제품은 콘텐츠의 형태(텍스트, 비디오, 이미지, 음향 기록 등)별로 정의한다는 것이다.
디 지털 제품의 정의에 동의하는 과정을 보면, 정보통신부가 어떤 장난을 쳤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한미 두 나라가 서비스․투자 분야 ‘유보 리스트’(개방 예외 목록)를 교환한 때가 지난 7월12일이다. 그 뒤 40여일이 흐른 8월23일 두 나라는 상대방의 서비스․투자 유보 리스트 가운데 개방을 요구하는 목록(리퀘스트 리스트)을 교환했다. 미국의 서비스․투자 리퀘스트 리스트에는 통신망에 기반한 시청각 및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강한 개방 요구가 포함돼 있었다. 닷새 뒤인 지난 8월28일 한국협상단은 외교통상부․재정경제부․산업자원부․문화관광부․방송위원회․정보통신부 등 정부 부처 및 관계기관의 전자상거래 분야 담당 실무진들이 모여 미국의 리퀘스트 리스트에 대한 대책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9월6일 3차 본 협상에서 미국의 디지털 제품 정의에 동의했다.
미 국의 디지털 제품 정의에 동의했음에도, 정부는 국내에서는 거짓말과 기만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내 언론들은 정부 부처 사이에 ‘VOD 서비스 등 융합서비스에 대한 개념 정의조차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을 뿐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한국은 이미 미국의 디지털 제품 정의와 이에 따른 통합협정문 시안에도 동의했다. 이미 미국에게 모든 온라인 서비스 시장에 대한 개방 공세를 하도록 문을 활짝 열어줬다는 얘기다.
방 송과 영화 등 온라인 서비스 시장의 개방은 재앙이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적어도 소프트웨어를 포함해 21조원에 이르는 국내 온라인 시장에서 4조~5조원이 미국에 잠식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크린쿼터는 무력화하고 국내 방송 콘텐츠 기반도 한없이 취약해진다. 문화 서비스 시장 전반이 초토화한다는 얘기다.
정 부는 한미FTA 체결에 따라 노동시간이 30% 이상 감소돼 피해를 입는 산업 종사자들에게 전직 수당 등을 지급하는 이른바 ‘제조업 등의 무역조정 지원에 관한 법’ 시행령을 최근 입법 예고했다. 여기에는 제조업뿐 아니라 51개 서비스업이 무역조정 지원 대상으로 명시돼 있다. 이 중에는 일반영화 및 비디오 제작, 광고영화 및 비디오 제작, 방송 프로그램 제작, 영화 및 비디오 제작 관련 서비스, 티브이 방송, 유선 및 위성방송 등 방송 관련 업종 등이 망라돼 있다.
우리는 이것이 미국의 디지털 제품 정의에 정부가 동의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한다. 그대로 둘 것인가 저지할 것인가. 선택은 자명하다. 협상 자체를 중단시켜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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