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덤핑과 스크린쿼터를 맞바꾸려는 기도에 대한 규탄 성명
곧 드러날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하는 문화관광부 - 정부는 디지털 영화시장 개방 시도를 중단하고 한미FTA 협상을 중단하라 -
가관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디지털 전송을 통한 영화 상영을 전면 개방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정부는 반덤핑 및 상계관세 등 무역구제(trade remedy) 조처 남용을 제한하는 양보를 미국으로부터 얻어내기 위해 영화 분야에서 추가로 양보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이렇다. 정부는 알아서 기는 차원에서 스크린쿼터를 146일에서 73일로 반토막을 냈다. 그리고 스크린쿼터를 ‘미래유보’로 분류해 앞으로 언제든지 필요에 따라 국산영화 상영일수를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장담해 왔다.
하지만 3차 본 협상 결과에 대한 문화관광부 보고문건에는, 미국이 스크린쿼터를 73일에서 더 늘릴 수 없도록 ‘현행유보’로 분류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며 이럴 경우 대응이 매우 어렵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예상대로 미국은 지난 9월 말 열린 서비스분과 전화회의에서 스크린쿼터를 ‘미래유보’에서 ‘현행유보’로 바꾸도록 요구했다.
아울러, 미국은 디지털 전송을 통한 영화 상영은 ‘디지털 프로덕트’(digital product) 및 전자상거래로 분류해 아예 유보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으며 정부는 이를 적극 검토하기로 4차 본 협상 이전에 결론을 내렸다는 게 언론보도의 핵심이다. 취재원은 정부 고위관계자이다.
이에 대해 문화관광부는 즉각 부인을 하고 나섰다. 디지털 전송을 통한 영화 상영 분야의 개방을 미국이 요구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무역구제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영화 분야를 양보하는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 내용은 (문화관광부가) 전혀 고려한 적이 없는 “근거없는 허구적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는 이런 문화관광부의 해명을 믿지 않는다. 첫째, 스크린쿼터를 지키겠다는 말로 일관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반토막을 내버린 ‘더러운’ 전력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서다. 그때의 ‘표변’에 대해 문화관광부 관료들은 ‘우리가 그때 끝까지 반대했다는 사실을 알아 달라’고 하소연한다. 그런 일이 이번에도 없으리라는 법이 어디에 있는가. 협상을 주도하는 재정경제부와 외교통상부 관료들은 능히 그러고도 남을 만큼 뻔뻔함을 갖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믿지 않는 두 번째 이유다. 무역구제 분야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영화 분야와 연계하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 “허구적 주장”이라면 그 해명은 문화관광부가 아니라 김현종 통상본부장이나 김종훈 한국협상단 수석대표가 하는 게 맞다. 실제로 외교통상부는 스크린쿼터를 ‘현행유보’로 바꾸는 데 찬성하고 있었다.
셋째, 언론 보도대로 정부는 무역구제 분야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의약품과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하려고 했다.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무역구제 분야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가 의회와 해당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기에 충분한 강력한 양보를 해야 한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그만큼 미국에게 무역구제는 세계적 통상전략과 연결돼 있는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나 마찬가지의 사안이라는 얘기다. 미국이 무역구제 분야를 양보할 정도로 군침을 흘릴 수 있는 국내 분야는 의약품, 영화, 쌀 등 손꼽을 정도로 적다. 정부가 스크린쿼터를 ‘현행유보’로 바꾸는 추가 양보를 통해 무역구제 분야에서 양보를 얻어낸다는 식의 머리를 굴리라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넷째, 문화관광부는 스크린쿼터를 ‘현행유보’로 바꾸라고 미국이 요구할 경우 이에 대한 별다른 대책을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고작 미국영화협회(MPAA)와 비공식 접촉을 통해 설득한다거나 미국영화협회의 입장을 확인하고 문화관광부 관계자가 직접 설득한다는 게 전부였다. 공식 협상을 통해 스크린쿼터의 미래유보를 관철하는 방안은 “실효성이 없고 협상력 저하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게 문화관광부의 공식 입장이었다. 어디에도 스크린쿼터의 미래유보를 지킨다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미국이 디지털 전송을 통한 영화 상영 분야의 개방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부인도 믿을 수 없다. 미국은 ‘디지털 프로덕트’와 ‘전자상거래’ 분야에 어떤 무역장벽도 두어서는 안 된다며 이 분야를 포괄적으로 ‘미래유보’로 묶어둔 한국 정부의 유보안을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여 왔다. 이 연장선에서 디지털 전송을 통한 영화 상영 분야의 개방을 요구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스크린쿼터의 미래유보는 문화산업 정책의 주권을 지키는 차원에서 어떠한 양보도 있어서는 안 된다. 디지털 전송을 통한 전자상거래 역시 어떠한 개방도 허용돼선 안 된다. 디지털 전송을 통해 영화 분야가 뚫리면 스크린쿼터가 사문화하는 것은 물론, 국산 프로그램의 방송 쿼터제도 무력화 등 줄줄이 사탕으로 개방되는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한다. 한국협상단을 보면 실탄이 든 권총을 만지작거리며 노는 어린 아이를 떠올리게 되는 이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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