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집회의 자유를 억압하고, 민중을 ‘폭도’로 낙인찍는 언론은 필요없다
지난 22일 전국 방방곳곳에서 20만명에 이르는 민중들이 거리로 나섰다. 노무현 정권의 독선과 무능속에서 실종됐던 생존의 권리를 되찾고자하는 민중의 분노가 임계점을 훌쩍 뛰어넘어 미래에 대한 전망을 요구하며 거리에서 폭발한 것이다. 민중총궐기라 이름 붙여진 22일 집회에는 민중 앞에 놓여진 절체절명의 위기를 민중 스스로 개척해야한다는 시대적 공감이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22일 집회를 ‘시대착오적 불법폭력시위’로 규정하고 집회의 원천 불허와 함께 ‘무관용(Zero Tolerance) 원칙’을 천명한 것은 현 상황을 구성하고 있는 본질적 요소들을 애써 외면한채 비본질적 요소에만 집착하는 것으로 그야말로 시대착오적이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적인 권리이자 민주주의 지배 원리를 실현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이다.
따라서 22일 집회 과정의 문제를 이유삼아 향후 집회 자체를 원천 불허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은 민주주의의 실현이 두려워 집회를 봉쇄했던 과거 독재정권의 논리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외치고 있는 ‘무관용(Zero Tolerance) 원칙’이란 거리의 민주주의를 원천 봉쇄하기 위한 독선의 원칙일 뿐이며, 생존권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선 국민들을 폭도로 만들어 배제하려는 파쇼의 원칙일 뿐이다. 민주주의를 운영해 나갈 정당성을 잃어버렸다는 초라한 고백을 가리기 위한 허장성세일 뿐이다.
정부가 범국민적 함성의 본질을 외면한채 민주주의의 근본을 부정하는 시대착오적 태도로 현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결정적 오판을 이른 것에는 언론의 책임이 막중하다. 언론은 22일 집회 이후 정의에 입각한 진실의 추구라는 공론의 사명을 망각하였다. 집회의 원인과 요구에 대한 심층적 분석보다는 결과와 현상을 선정적 선동하기에만 급급하고 있다. 정권의 부재한 생존권 대책을 나무라지 못한채 민주주의 본질을 오해하는 부실한 기사들을 입맛에 따라 지면으로 또 화면으로 겁 없이 옮겨대고 있다.
그 결과, 정부의 총체적 실정에 맞서는 생존권 투쟁의 진실은 뿌옇게 실종되고, ‘폭력/비폭력’, ‘불법/합법’‘의 이분법만이 뚜렷하게 메이리치기에 이른 것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폭도가 아니다. 농민이고 노동자이고 장애인이고 시민이다. 총궐기의 목적은 폭력 집회가 아니었다. 시민에게 불편을 끼치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것은 정권의 총체적 실정에 견디다 못해 터져나온 함성이자 울분이었다. 시대의 반민중성에 맞서는 대규모 불복종이었다.
언론은 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 정권의 총체적 실정을 견제하지 못하고 반민중적 모순으로 가득 찬 세상에 한 모금의 기갈도 던지지 못했던 언론의 실력이 오늘에 반영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언론이 자본의 하수인인 되어 한미 FTA의 거짓을 탐색하지 못하는 동안 민중들은 거리로 내몰렸고, 신성한 노동의 권리가 시장에서 헐값에 떨이되는 파괴적 상황에 언론이 침묵하는 동안 민중의 함성은 거대한 절규로 바뀌었다.
언론이 이에 대한 반성을 사양하고 또다시 민중의 대열에서 이탈하는 배반의 기획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언론의 역활은 담장이 무너지고 가로수가 불타는 화면을 잡는 것이 아니며 그 순간이 공포스러웠다는 가증스런 중계는 더더욱 아니다. 지금이라도 언론은 담장을 넘기고 가로수를 다 태울 수 밖에 없는 민중의 울분들을 추적해야 한다. 횡횡하는 ‘대항적 폭력’을 부른 ‘구조적 폭력’의 실체를 밝혀내야 한다.
단언하건데, 정권의 총체적 무능과 독선적 실정에 맞서 생존권을 요구하는 민중을 폭도로 낙인찍고, 구조적 폭력에 침묵한채 이를 참다못한 과정에서 터져나온 대항적 폭력만을 마녀사냥하는 허섭스레기같은 언론은 존재의 필요가 없다.
정권과 언론에게 엄중히 경고한다. 민중은 총궐기의 깃발을 올렸다. 반민중적인 정권과 언론 자체를 불신하는 실존적 절박함이 거리를 메우고 있다. 민중의 함성 앞에 겸허하라. 그리고 사죄하라, 그것만이 존재의 이유가 될 것이다.
2006년 11월 27일
문화연대/미디어기독연대/언론연대/인권단체연석회의/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한국프로듀서연합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