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팔아먹는 위생검역협상 즉각 중단하라
광우병 쇠고기, GMO 강요하는 한미 FTA 위생검역분과 5차 협상
오는 12월 19일~20일 미국 워싱턴디씨에서 한미 FTA 위생검역분과 5차 협상이 진행될 예정이다. 우리는 한미 정부가 미국의 몬태나 주에서 진행되었던 5차 협상과 별도로 위생검역분과 협상을 워싱턴에서 개최하는 것은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위생조건을 완화하려는 밀실 야합 시도의 앞자락깔기라고 보고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위생검역조치는 동식물의 해충과 질병, 식품․음료․사료의 첨가제, 독소, 질병원인체 등에 의한 위험으로부터 인간과 동식물의 생명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실시되고 있다. 그러므로 광우병, 조류독감, 브루셀라, 농약잔류, 유전자조작식품 등을 막아내는 위생검역조치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식품안전을 지키기 위한 고유한 주권행사임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노무현 정부는 고위급 밀실 협상 및 별도의 위생검역분과 협상을 통해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위생조건 완화 등을 양보하여, 한미 FTA 협상을 조기에 타결하려는 범죄적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한미 FTA 협상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팔아먹는 죽음의 협상이라는 몇 가지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는 개별 위생검역 사안에 대한 협의체로 접촉점을 두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우리 측 주장과 상설위원회를 설치하자는 미국 측 주장 외에 한미 사이의 이견이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 측은 수입통관절차 간소화, 쇠고기 수입재개, GMO 표시제 요건 완화 등 한국의 식품안전을 하향 평준화시킬 구체적 요구들을 제기하고 있다. 웬디 커틀러 미국측 수석대표는 9월 5일 인터뷰에서 “미국 입장에서는 의약품, 자동차, 농산물, 위생·검역(SPS) 등 분야가 주요한 도전 과제”라며 미국 측의 관심분야를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또한 4차 협상 마지막 날인 10월 27일에도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는 기자들과 일문일답에서 “위생검역(SPS) 분야 협상은 어떤가?”라는 질문에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쇠고기에 대해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으며 미국산 쇠고기가 한국에 배달되길 바라고 있다.”고 답변했다. 그렇다면 위생검역분과에 이견이 없다는 정부의 발표는 미국의 요구대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팔아먹겠다는 포기각서를 쓰겠다는 말과 다름 없는 것이 아닌가.
둘째, 한국 정부는 이미 한미 FTA 협상 타결을 전제로 미국 측의 요구에 의해 한미 위생검역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동물검역 한미 전문가 협의’를 진행했으며, 또 11월 1일부터 3일까지는 ‘한미 식물검역 전문가 기술 협의’를 진행했다. 이어서 ‘한미 생명공학분야 전문가 기술 협의’를 개최했다. 정부는 위생검역 분야의 별도 협의체가 한미 FTA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으나, 정부의 이러한 변명을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은 없다. 노무현 정부는 FTA 체결 후 운영될 위생검역협의체를 미리 가동시킴으로써 이미 위생검역에 관한 우리의 주권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으며, 이미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는 작업에 착수한 것이나 다름없다.
셋째, 미국은 지역화조건을 수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역화 조건이란 미국의 텍사스 주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했을 때, 미국산 닭고기 전체에 대해 수입중단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텍사스 주의 닭고기만 수입을 중단하고, 나머지 주는 계속 수입하라는 말이다. 이것은 광우병과 조류인플루엔자 등으로 타이슨 푸드, 카길 등 거대 기업들의 수출길이 막히자 새롭게 만들어낸 논리다. 정부는 내년에 WTO에서 지역화조건을 변경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항의조차 못 하고 있다.
넷째, 미국은 유전자 조작식품 표시제 요건을 완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국내의 ‘비의도적 혼입치’를 현행 3%에서 5%로 완화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GMO(유전자조작식품)가 유기농으로 둔갑할 수 있는 미국식 유기농 인증제도를 수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최대의 GMO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며, 미국 정부는 “GMO농산물의 위험성이 어디에서도 밝혀진 바가 없다”며 GMO를 노골적이고 적극적으로 옹호해왔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미국의 이러한 부당한 요구에 대해, 국민들에게 공개적으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다섯째, 한미 FTA가 체결되면 국민을 광우병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위생검역조치가 투자자-국가 제소 대상이 되어 미국 기업에 막대한 보상을 해줘야 할 위험에 빠지게 된다. 만일 한미 FTA가 체결된 상황이라면, 미국산 수입 쇠고기에서 뼛조각이 발견되어 반송 조치를 취할 경우에도 오히려 불량 쇠고기를 수출한 미국 기업이 자신들의 투자 이익에 손실을 가져왔다며 우리 정부를 제소할 수 있다. 실제로 NAFTA 협정에 의해 미국과 캐나다 사이에 광우병 관련 수입금지 조치가 투자자-국가 제소 대상이 되기도 했다.
투자자-국가 제소제도는 환경, 건강, 공공이익 등에 대한 고려를 전혀 하지 않고, 기업의 이익만을 보장해주는 괴물 같은 제도이다. 이 괴물같은 제도에 의하면, 국가가 자국민의 생명이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과학적 근거가 있는 정당한 위생검역 조치를 취할 경우에도 기업의 투자에 손실을 끼쳤다면 제소를 당할 수 있다. 심지어 투자자-국가 제소제도라는 괴물은 국제기준이나 법규를 위반하지 않아도 제소를 당할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한미 FTA는 초국적 농식품 독점기업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현재보다 훨씬 더 수준이 낮은 식품안전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광우병 쇠고기와 유전자조작 식품이 우리의 식탁을 점령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에 워싱턴디씨에서 따로 개최되는 위생검역분과 5차 협상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팔아먹는 죽음의 협상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는 이 죽음의 협상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나아가 망국적인 한미 FTA 협상을 당장 중단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더 이상 한미 FTA를 구걸하기 위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팔아먹지 말 것을 강력하게 경고한다.
2006년 12월 18일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