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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여러 분야별로 살펴보았듯이 FTA 체결을 통한 경제적 불이익은 자명해.
그 큰 나라랑 룰도 없이 헤드기어도 안 쓰고 싸우면 어떻게 되겠어. 뻔하잖아.
근데 FTA를 시작하기도 전에 네 가지 요구사항을 다 내주면서 무리하게 체결하려는 도대체 뭐야. 그게 궁금해.

지금 정부와 보수세력들은 한미 FTA 체결을 통한 한미동맹 강화를 통한 안보상의 이익을 그 근거로 주장하고 있어.
먼저 그들의 주장을 살펴보자고.

한미 FTA가 체결되면 한미동맹이 강화되며 대북긴장이 완화되며, 대북 경제 협력이 활성화되는 등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수 있다. FTA를 통해 한국과 미국 간의 경제관계가 긴밀해지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가 미국의 경제적 이해와 직결되기 때문에 미국은 한반도의 안정에 더 큰 관심을 갖는다. 뭐 이런 거지.

FTA를 체결하면 한국의 안보불안이 해소되고, 선진제도가 정착되니까 한국이 동북아시아에서 경제중심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한 번 팍 봐도 뭔가 디게 단순한 발상이야.

우선 북핵문제 등을 비롯한 안보문제는 한국과 미국 양국의 국내변수, 양국과 제3국(북한, 중국, 일본 등)의 개별적인 관계, 각국 고유의 외교 노선 등 다양한 변수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어.
미국에게 붙었다고 한 번에 해결되지 않지.

더구나 군사적 안보가 경제적 이익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전망 역시 너무 낙관적이야. 오히려 FTA를 체결하면 한국의 힘으로는 통제할 수 없는 경제적 변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경제적 불안은 안보불안으로 이어질거야.

무엇보다도 심각한 문제는 한미 FTA 체결이 성공적으로 한미동맹 혹은 한미안보관계의 공고화로 이어질수록, 중국 소외현상과 북한의 반발을 촉진할 것이라는 사실이야. 현재 강력한 미일동맹에 한국이 가담하여 한미일 3국 공조 체제로 나아간다면, 중국은 이를 자신에 대한 견제 및 포위전략으로 받아들일 것이고 동아시아에서 독자적인 행보를 걷게 되겠지.

한 때 노무현 정부에서 내걸었던 동아시아 지역주의는 더욱 요원할 일이 될 거며, 특히 북핵문제 등에서 중국이 한국을 견제하는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국의 외교전략도 흔들릴 거야.

지난 2월 22일 공개된 「한미군 지역적 역할 관련 논란점검」이라는 제목의 청와대 문서가 있어. 거기에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 핵무기 배치 등에 대한 포괄 승인 여부 및 대비책 검토 필요”라는 문구가 있어. 한반도의 MD, 핵무기 배치, 너무 끔직해.

동아시아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 불 보듯 뻔한 일 아닌가. 결국 한미 FTA 협상을 통한 군사안보거래를 통해서는 경제적 실익도 있을 수 없으며, 한반도를 강대국들의 군사적 대치의 현장으로 몰아넣는 계기가 될 뿐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가 FTA 체결을 서두르는 이유는 대체 뭐야. 그냥 매국노야? 그렇더라도 논리가 있어야 꿈뻑 할 거 아냐.

손익계산서를 따지면 미국은 분명해. 미국으로서야 한미 FTA를 통해 한미일 공조체제를 형성하면 중국을 견제하고 동북아 패권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지.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 대체 뭐야.

노무현 정권은 한미 FTA 체결을 통해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기대하고 있어. 일종의 거래 형식으로서 FTA 체결과 제2차 남북정상회담 조기 개최 및 남북경험의 확대를 주고받는 것이지. 여기에 북한을 테러국가로부터 해제시키고 대북 경제체제를 철회하는 결과까지 기대하겠지. 더한다면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도 미국으로부터 얻어낼 수 있을지도 몰라.

이건 다 좋아.
하지만 지금까지도 노무현 정권은 전략적 유연성의 문제와 FTA의 체결을 연관지어 전략적으로 활용하지 못했어.
만약 FTA를 내주고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구체적인 목표로 설정한다 해도 미국이 북한에 대한 경계를 풀어줄 지는 미지수야.
우리는 확실한 거 내주고 불확실한 거 기대하는 거지.
오히려 지금은 위폐 문제뿐만 아니라 밀수, 교역금지물품 수출입 등을 거들먹거리며 북한을 더욱 죄어들어가는 형국이야.

무엇보다도 한미일 공조체제가 강화될수록 동북아시아는 한미일 - 북중러의 대치상황이 짙어질 거며, 한국과 북한과의 관계 개선도 요원해진다는 사실이 우려돼.

이렇듯 동북아시아에서 긴장이 고조되면 한국은 더욱 미국과 일본에 의존해야 할 거고, 그러면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외교적 마찰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겠지. 더구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제고를 통해 중국을 바로 턱 밑에서 위협하는 군사기지 역할을 한국이 떠맡아봐. 한국은 강대국 사이에서 가장 전쟁 발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 되고 말 거야.

에뿌키라는 절대 전쟁의 위협 속에서 살 수 없어!! 그건 절대 안 돼!!
(FTA 때문에) 굶어 죽는 것도 싫지만, (전략적 유연성으로) 포탄 맞아 죽을 수도 없어.
그럼 우린 어떻게 해? 이 지역의 다자 협력관계를 이끄는 허브가 되어야지.
미국에게 쏠려서 이용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