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이 이번에는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1~2개월 내에 국내 절차를 마치고, 이르면 3월부터 협상을 개시하겠다는 것이다.
실질적 임기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현 정권이 최소 3~4년은 걸리는 한중FTA를, 그것도 한미FTA를 날치기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 동의 없이 강행하겠다는 그 후안무치에 어이가 없을 뿐이다.
FTA는 대세가 아니라 수많은 쟁점과 논란을 가진 사안이기 때문에, 임기말 정권이 마음대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 결코 아니다.
이명박 정권과 통상 관료들은 FTA가 무슨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양, 국민의 동의 없이 진행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는 주제넘은 오만이자 월권이며, 착각에 불과하다. 한미FTA를 보라. 그것이 대세였다면 왜 비준안이 범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고, 국제조약을 날치기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렸겠는가! 정권과 통상 관료들은 국민 앞에 겸손해져야 할 것이다.
자유 무역은 역사적으로 강자를 위한 제도이며, FTA는 당연히 국내 비교우위 산업인 주력 수출산업을 살찌우고, 국내 농, 축, 수산업과 서비스업 등 비교열위 분야를 희생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지난 50여년간 수출 재벌들은 다른 분야와 일반 국민들은 꿈도 못꾸는 각종 금리와 세제 지원을 받아왔고, 공권력의 비호를 통해 저임금 수탈을 지원받았으며, 역대 정권의 고환율 정책으로 국민의 부를 일방적으로 편취해왔다.
그렇게 국민의 돈을 수출 재벌에게 퍼주어 국민의 삶은 나아졌는가? 지난 세계 경제위기 기간동안 사상 최대 수익을 거둔 현대자동차는 법원이 ‘불법 파견’이라고 판결했음에도 파견 노동자들을 정규직화하지 않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들에 대한 산재 인정을 거부하고 있다. 그리고 저들이 골몰하고 있는 것은 그저 제 자식들에게 세금 안내고 기업을 부당 상속하는 것, 국민의 부를 자기 일가의 부로 영구화하려는 것 뿐이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은 그간 수출 재벌들에게 돌아갔던 일방적이고 과도한 지원을 국민에게 되돌려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명박 정권과 통상 관료들은 그저 “수출 만이 살길이다”라는 철지난 노래를 부르며 저들만을 위한 ‘묻지마 FTA’로 일관하고 있다.
일부 수출 재벌들만을 살찌우며 다른 분야를 희생시키는 FTA를, 국민의 동의를 제대로 받지도 않은 채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것은 또다른 재앙을 부를 수 있다. 이명박 정권은 무모한 한중FTA 추진을 중단하고, 임기말 제 식구들 관리에나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