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비록 사회 구성원 중 어느 일방의 이익을 옹호하고 타방의 이익을 배제하는 것이라도, 법조문이 강자의 이해관계를 적나라한 방식으로 표현하지 않고 사회 전체의 보편적 이익을 추구하는 듯한 외관을 갖추도록 조치함으로써 법의 원만한 집행을 도모한다(이상수, 민주법학 제15호).”
법의 이데올로기적 측면을 강조한 매우 적절한 표현이다. 그런데, 최원목 교수가 “한미FTA를 흔드는 무모한 가정들”이란 제목의 칼럼을 보면서 왜 이 표현이 생각날까? 한미FTA로 인해 약가가 폭등하고 투자자 보호 조항이 공공정책을 파괴할 것이라는 시민사회 단체의 우려가 ‘무모’하다는 최 교수의 주장은 FTA 협정문에 숨어 있는 미국의 의도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작 무모한 쪽은 FTA 반대론자가 아니라, 미국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한 채 협정만 체결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식으로 밀어붙이는 정부다. ‘무모’란 말은 “계략이나 분별이 없다”는 것을 뜻하지 않은가? 납득할만한 계략도 제시하지 못하고, 한국 사회 전체를 뒤흔드는 한미FTA를 분별없이 추진하는 정부를 보노라면, ‘무모’란 이런 경우에 쓰라고 만들었다는 생각까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