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영(한신대교수)
한미FTA 재협상의 결과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정부측은 ‘이익의 균형’, ‘윈-윈’ 또는 ‘잘된 협상’이라고 보고 싶은 모양이다. 굳이 그런 희망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사실이 그런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본다. 그렇다면 과연 이번 재협상을 통해 양측은 각각 얼마를 얻었는지 한번 따져 보자.
먼저 자동차의 경우 2.5% 관세 즉시철폐의 경제효과를 2007년 산업연구원은 8.1억달러, 약 1조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그렇게 보면 이번 즉시철폐가 4년 연장됨에 따라 기대이익이 4조원 감소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 기간 동안 우리측의 수입관세 8%가 4%로 감축되어 4%의 이익이 있지만 미국차의 수입량이 미미하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다.
2007년 한미FTA 자동차협상은 미국의 수입관세 3천cc이하 2.5% 즉시철폐, 3천cc이상 3년 뒤 철폐와 우리 측 수입관세 8% 즉시철폐에다 비관세 곧 세제, 환경, 안전, 신속분쟁해결절차(스냅백 포함) 등이 교환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2010년 재협상을 통해 미국은 2.5% 관세철폐를 5년차로 연기하고 비관세 부문에서 덤으로 다수의 요구를 제기했다. 이중 안전, 연비/배기가스 기준과 관련해서는 특혜 범위를 안전기준의 경우 기존 6,500대에서 25,000대까지 4배로 확대해 주었다. 향후 수입량이 한도에 접근시 추가수용 여부를 검토하기로 하였다. 연비/배기가스의 경우 4,500대 이하 제작사에 대해 2012년-2015년까지는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되, 2016년 이후에 대해서는 그 구체 문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이렇게 보자면 2007년 협정문에 따른 자동차세, 특소세 개편으로 인한 연 4,000억원 세수 감소, 기존의 환경 및 안전기준을 대폭 확장해준 2010년 재협상을 통한 미 자동차업계의 추가적 경비절감 효과, 특별 세이프가드 등 제도변경을 통한 경제효과등도 미국이 FTA 자동차협상을 통해 거둔 실익에 포함되는 것이 맞다. 예컨대 환경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07년 협정문상의 배기가스 기준 유예를 통해 미국측이 연 104억원 정도의 이익을 가져갈 것이라고 한다. 이 모든 것을 정확히 계산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단순히 관세철폐 연기만이 아니라 한국의 비관세장벽의 해체를 통해 막대한 실익을 거둘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재협상 결과로 정부측은 2007년 협정문상으로 협정발효와 무관하게 2014.1.1자로 관세 철폐하도록 되어있던 돼지고기 품목 냉동 기타(목살, 갈비살 등) 1개 품목(관세 25%)에 대해 일정을 2년 연장했음을 내세운다. 정부측 자료에 따르면 2년 연장에 따른 실익은 2,550만달러, 현 기준환율로 약 293억원이다.
그리고 정부측은 한미FTA 의약품/지적재산권 부문에서 허가특허연계 조항 적용 유예를 협상의 실익으로 들고 있다. 2007년 한미FTA 타결직후 발표된 11개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는 허가특허연계 조항에 따른 약가 인상 등 우리의 경제적 피해를 연 367~794억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그래서 이 조항의 3년 유예에 따른 경제적 이익은 그 평균값인 연 580억원의 3년치를 더한 1,740억원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위에 기초해 이번 재협상의 경제적 대차대조를 작성해보면 한국은 -4조원+293억원+1,740억원으로 약 -3조8천억원이 된다. 자동차 비관세부문 철폐에 따른 경제효과를 전혀 산입하지 않고, 또 순전히 정부측이 지금까지 발표한 여러 통계수치에 근거해서 그 결과를 계산해 본 것이다. 우리측이 약 3조8천억원의 기대이익상 손실을 본 것이다.
[2010년 한미 FTA 재협상 대차대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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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협상 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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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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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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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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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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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동차 관세 2.5% 즉시철폐 4년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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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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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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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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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관세철폐 2년 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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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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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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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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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허가특허 연계 3년 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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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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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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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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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7,967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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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7,967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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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대차대조표는 쇠고기 관련 경제효과를 전혀 포함하고 있지 않다. 2003년 광우병으로 수입금지 되기 직전 미국의 대한 쇠고기 수출량은 약 20만톤, 8.5억불 수준이었다. 미 축산업계는 이번에 만일 한미쇠고기 협상이 이루어진다면 그 기대이익을 30개월이상, 곱창(소장), 가공품 수출 등으로 10억달러, 현행 쇠고기 40% 수입 관세 축소로 10억달러 등 대략 총 20억달러 (약 2조3천억원)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그 최종 결과는 향후 쇠고기 협상이 어떻게 될 지 지켜봐야 알 수 있다.
정부측은 이 번 재협상결과를 놓고 “관세 철폐시기가 일부 늦춰졌으나, 금번 추가 협상 시 그동안 우리 자동차 산업 경쟁력 강화 및 부품수출 증대(‘06년 25.9억달러→’10년 40.8억달러 전망) 등으로 동수준의 수출 증대가 기대”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2.5% 관세철폐를 5년 뒤로 연기한 것을 놓고도 ‘현지생산’ 증가를 들어 그 영향이 미미하다고 말한다.
내가 3년 전부터 한국 자동차 기업의 미국내 현지생산비율을 들어 2.5%의 경제효과가 미미하다고 수도 없이 지적했을 때, 이들은 장밋빛 전망만을 들이대었다. 이제 2.5% 철폐 연기의 효과가 미미하다면, 이를 위해 협상당시 교환된 모든 것은 되돌려 받아야 한다. 그리고 자신들의 판단착오와 무개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이제는 스스로 면목이 없었든지 슬그머니 ‘부품’수출을 운운한다. 미국의 부품관세는 0~2.5%, 평균 1.5%에 불과하다. 2.5% 관세철폐 연기도 그 영향이 미미하다고 말하면서, 그 보다 훨씬 적은 1.5%만으로 ‘동수준의 수출 증대’를 기대하는 저 후안무치는 또 무언가.
수출과 현지생산은 대체성이 강하므로 향후 대미 수출은 줄어들 것이다. 최근 대미 자동차수출이 급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럼에도 한미FTA를 통해 수출이 늘어난다고 말하는 것은 그저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또 하나의 거짓말 퍼레이드일 뿐이다. 이 번 재협상은 닭 한 마리하고 소 한 마리를 바꾸고 ‘빅딜’이라고 우기는 꼴이다. 나는 우리 대다수가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