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 거짓말
제목 세계금융위기와 한미 FTA
번호 2087 분류   조회/추천 863  /  257
글쓴이 범국민운동본부    
작성일 2010년 12월 08일 12시 22분 57초

 

정태인(경제평론가)

 

한미 FTA가 찬성론자들의 뜻대로 2006년 말에 비준까지 완료됐다면 2007년에 월스트리트산 파생상품이 물밀듯 들어왔을 것이고 미국발 경제위기의 쓰나미는 우리나라를 완전히 삼켜버렸을 것이다. 미국에서 생긴 신상품은 네거티브 리스트 원칙에 의해 한국 시장에도 직수입된다. 물론 우리의 금융위원회가 시스템 위기를 고려하여 규제를 할 수 있지만 미국 금융당국이 하지 않은 규제를 우리가 스스로 알아서 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그럴 의지도, 능력도 없기 때문이다.

 

단지 금융만 그런 게 아니다. 지난 4년간 되뇌고 또 목이 터져라 외친 것처럼 한미 FTA의 본질은 미국식 법과 제도를 한국에 이식하는 것이다. 미국의 FTA 전략을 성안한 로버트 졸릭(현 세계은행 부총재)의 말대로 미국의 FTA는 단순한 관세 협상이 아니라 상대 국가의 규제완화, 민영화를 되돌릴 수 없는 대세로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김현종 당시 통상교섭본부장도 한미 FTA 청와대 브리핑(1호)에서 “한미 FTA는 미국의 선진적인 법과 제도를 받아 들이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미국의 그 선진적 법과 제도가 붕괴한 것이 세계금융위기이다. 즉 한미 FTA의 목표인 미국식 법과 제도의 수용, 특히 금융 산업의 미국식 자유화가 파국적 위기를 불러온 것이다. 한미 FTA 금융분야에는 이런 모든 재규제, 또는 규제강화를 가로막는 조항들로 가득 차 있다. 우선 한미 FTA 금융 분야의 각 조항은 양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금융거래에 적용된다.

 

네가티브(예외목록) 방식 개방, 외환보유요건 추가 자유화, 예외(금융건정성 등을 목표로 한)의 제한 등이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다. 예컨대 현재 G20에서 광범하게 논의되고 있는 건전성 사유 규제의 경우 "건전성 사유로 조치를 채택하거나 유지하는 것이 금지되지 아니한다. 그러한 조치가 이 항에서 언급된 이 협정상의 규정과 합치되지 아니 하는 경우, 이러한 조치는 그러한 규정상 당사국의 약속 또는 의무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는 대표적인 “예외의 제한”으로 투자자 국가제소권이 발동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특히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외환시장이 협소한 한국의 경우 긴급한 자본통제를 할 수 있어야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2002년 자본통제 조치가 무려 40건의 소송에 휘말린 것처럼 분쟁의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다.

 

정부는 금융분야의 일시적 세이프가드조치를 유보 받은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자랑하지만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이 세이프가드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언세이프가드(unsafeguard, 불안한 보호)라고 할 만하다. 예컨대 이 조항에 의거하여 위기 시의 자본통제를 실시할 경우 “미합중국의 상업적. 경제적 또는 재정상의 이익에 대한 불필요한 손해를 피할 것”(부속서 11-사 송금 마항), 또 “모든 제한된 자산에 관하여 대한민국에서 시장수익율을 획득할 수 있는 투자자의 능력을 달리 방해하지 아니할 것”(부속서 11-사, 송금 라항)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1) 경상거래를 위한 지급 또는 송금 2) 외국인 직접투자와 연계된 지급 또는 송금”은 “일시적 세이프가드의 예외사항”이다. 이에 대해 미국의 산업무역자문위원회 보고서(ITAC 10)는 세이프가드와 ‘수용’ 상의 “미미한 제약”은 이러한 조항을 이용하여 투자자국가제소권(ISD)에 의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금융분야에도 비합치조치 조항이 있다(제13.9조). 다항은 비합치조치의 개정이 그 직전에 존재했던 합치성을 감소시킬 수 없다는 규정이다. 즉 현재 한미 FTA에서 유보된 사항이라고 할지라도 그 이전보다 규제를 강화하는 경우 한미 FTA 위반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G20에서 논의되고 있는 규제강화는 현재 유보 사항이라고 할지라도 한미 FTA를 위반하게 된다.

 

이명박 정부는 참여정부에서부터 추진됐던 자본시장통합법과 보험업법 개정을 완수했다. 자본통합법은 현재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1999년의 그램-리치-브릴리 법(Gramm-Leach-Bliley Act)의 한국판이며 보험업법 개정은 미국식 의료제도를 확산하기 위한 것이다. 세계금융위기와 미국 의료법 개정의 실패를 보면서도 이러한 시대착오적 정책을 추진한 것이다. 이런 ‘자발적 민영화’와 한미 FTA가 만나게 되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복지에 대한 열망은 헛된 꿈이 되고 만다.

 

현재 세계는 대전환을 맞고 있다. 아무리 협소하게 해석한다 해도 지난 30년간의 신자유주의 정책기조가 수정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한미 FTA는 미국의 신자유주의 정책, 특히 금융자유화가 파탄을 맞기 일보직전에 체결됐다. WTO+, 황금의 FTA로 불릴 만큼 가장 지독한 금융자유화, 민영화를 담고 있다. 한미 FTA는 역사의 큰 흐름을 거스르는 초헌법적 정책일 뿐 아니라 미중 대립이라는 구도 속에서 남북관계를 최악으로 내몰 것이 틀림없다. 백보, 천보 양보해도 G20의 결과와 WTO체제의 수정이 이뤄질 때까지 만이라도 한미 FTA 비준을 보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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