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균 (의사,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한미 FTA가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
1) 민영의료보험 규제 불가능
한미 FTA 협정은 금융서비스 협정을 통해 민간보험상품에 대한 허용을 포괄적 허용(네거티브 리스트)방식으로 규정한다. 민영의료보험상품에 대한 규제가 애초에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긴보험상품에 대해서는 기존의 신고제조차 운영하지 않게 됨으로서 새로운 상품의 출시에 대해 어떠한 규제도 할 수 없다.(협정문 13.9)
한미 FTA 협정이 체결되면 현재 무규제상태에 놓여있는 한국의 민영의료보험에 대한 규제가 사실상 어려워 질 것이며 이는 한국 건강보험제도의 발전에 재앙적 요소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2)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도의 영리병원 허용 고착화
한미 FTA 협정이 서명된 후 경제자유구역은 3곳이 늘어 전국적으로 6곳이 되어있고 대구, 부산 및 인천, 경기도 화성 및 평택 등의 수도권을 포함하여 사실상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또한 경제자유구역의 영리병원 설립은 그 설립의 제한이 크게 완화되어 국내영리병원화가 진행 중이며 제주도에서는 제주도 특별자치법에 의해 현재 국내영리병원 허용 내용이 포함된 법률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황이다.
한미 FTA 협정이 통과되면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의 영리병원과 약국 등에 대한 규제조처는 되돌릴 수가 없다. 한국의 보건의료제도가 한미 FTA에서 예외라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지만 실제로 한국의 보건의료제도의 가장 중요한 제도 중 하나인 영리법인 병원의 규제가 한미 FTA로 되돌릴 수 없게 되며 추후 경제자유구역이 추가로 지정되거나 경제자유구역이나 제주도에서 규제가 완화되면 이로 인한 영리병원 허용은 자동적으로 다시 되돌릴 수 없는 내용이 된다.
3)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또는 ‘복지국가’가 가능할까?
한미 FTA 협정이 통과되었을 경우 건강보험보장성 강화가 과연 가능할까?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는 민영의료보험시장을 축소시키는 것이다. 암에 대한 보장성을 대폭강화하면 암 보험 시장이, 중대상병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하면 이른바 중대상병 보험(CI 보험)의 시장이 대폭 축소된다. 이 경우 한미 FTA 협정에 따르면 보험회사들은 이러한 시장 축소를 정부의 간접수용으로 간주하여 투자자-정부제소 제도에 호소하여 보장성 강화를 막고 손해배상 청구를 요구할 수 있다.
한국정부는 보건이나 환경관련 내용은 미래유보 조항으로 제외되어 있으므로 이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이 맺은 다른 모든 FTA에서도 이러한 규정은 존재하지만 미국이 FTA를 맺은 다른 나라에서 보건이나 사회보장, 환경에 대한 사회정책에서의 문제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투자자-정부 제소제에 의한 소송의 위협만으로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계획은 위축효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한미 FTA 협정이 체결되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계획은 심각한 위협을 받게 된다. 이는 동일한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모든 사회보험과 사회정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4) 의약품 및 의료기기 규제 불가능
한미 FTA는 한국의 지금까지의 의약품 정책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조치이다.
첫째 한미 FTA 협정이 통과되면 특허의약품의 가격을 높이는 정책이 중심이 된다.
둘째 한미 FTA 협정은 투명성을 명목으로 제약회사에 대한 규제조처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정부가 내세운 경제성 평가나 포지티브 리스트 등 약값을 절감하기 위한 여러 정책은 백지화 될 것이다.
셋째 한미 FTA는 의약품 특허 및 자료독점권을 크게 강화하고 있어 의약품 가격을 크게 상승시킬 것이다.
한미 FTA 협정은 한국의 비영리법인병원 제도 등의 의료공급체계, 건강보험제도와 민영의료보험규제, 의약품 및 의료기기 관련 제도 등 전반에 걸친 계산하기 힘든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미 FTA가 체결된 이후 미국의 다국적 제약회사협회와 미국보험협회는 한미 FTA 협정에 전적인 환영과 지지를 보낸 바 있다. 빠짐없이 보험회사를 가지고 있는 한국의 대기업들도 한미 FTA 협정에 찬성을 하고 있다. 한미 FTA 협정이 누구를 위한 협정인가를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