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재협상과 미국산 쇠고기 추가 개방 압력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완전 수입개방 문제는 FTA와는 별개의 이슈”라고 주장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한 술 더 떠서 “기존 협정문에서 점 하나라도 빼거나 넣는 것은 개정”이라며 재협상은 없다고 강변했다. 지난 11월 8일에도 김종훈 본부장은 한미통상장관 회담 후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현재까지 쇠고기 문제는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이러한 주장은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현재 한미 양국정부는 한미FTA 재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FTA 재협상 테이블에서 광우병 쇠고기 검역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김종훈 본부장이 “쇠고기 문제는 논의되고 있지 않다”며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던 바로 지난 11월 8일 밤 9시 청와대에서는 임태희 대통령실장 주재로 한미 FTA 긴급 관계장관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엔 농림수산식품부·기획재정부·지식경제부·환경부 장관·통상교섭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쇠고기 검역을 책임지고 있는 유정복 농식품부장관이 이 회의에 참석한 이유는 나흘 후에야 밝혀졌다. G20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차 방한한 토머스 도나휴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이 조찬간담회에서 천기를 누설해버리고 만 것이다. 그는 론 커크 미국 통상장관과 만나서 “이번 협상에서 쇠고기 문제는 부차적인 논의사항으로 3/4정도 협상이 진행됐고 소소한 조정만 남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다시 말해 이명박 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을 하면서 비밀리에 쇠고기 협상을 벌여온 사실이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의 입을 통해서 폭로된 것이다.
1. 한미FTA 재협상 관련 미국 측 쇠고기 요구사항
미 축산업계, 미 농무부, 미 의회에서 한미FTA 재협상을 통해 관철시키려고 하는 쇠고기 관련 요구사항은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적인 수입 허용
둘째, 30개월 미만에서 곱창의 검역방법을 완화하여 내장을 전면적으로 수입하고, 수입금지 부위는 아니지만 상업적 관행에 의해 실질적으로 수입이 되지 않고 있는 뇌, 두개골, 안구, 척수 등 전면적인 수입할 것
셋째,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40% 관세를 빠른 시일 내에 철폐할 것
2. 미국 측 요구 분석
(1)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
2008년 4월 18일 이명박 정부의 졸속협상의 결과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까지 수입하기로 했으나, 촛불시위로 민간자율 방식으로 잠정적으로 30개월 미만만을 수입하기로 합의된 불안전한 상황이다. 미국 상원은 2010년 5월 27일 재무위원장인 맥스 보커스 의원(민주.몬태나주)이 주도하여 민주, 공화당 소속 9명 의원이 초당적으로 공동발의한 '미국 쇠고기 및 부산물 수출을 위한 시장접근 확대지지 결의안(Resolution Supporting Increased Market Access for Exports of United States Beef and Beef Products-S.RES:544)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2010년 8월 4일 상원 농림식량위 청문회에서 막스 보커스 재무위원장은 한미FTA와 관련해 "한국은 월령과 부위에 상관없이 쇠고기 시장을 전면 개방해야 한다"고 발언했으며, 청문회에 출석한 론 커크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검역 기준에 부합하는 쇠고기가 제한 없이 수출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는 한미 FTA의 2가지 핵심쟁점 중 하나"라고 답변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한미FTA 재협상에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할 경우, 촛불시위의 성과를 무참히 짓밟아 버리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2) 30개월 이하 내장 등 검역조건 완화
현재 한미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엔 회장원위부(회장-맹장 접합부에서 소장쪽으로 2m 제거)를 제외한 나머지 내장 부위는 수입이 허용되어 있다. 하지만 내장의 검역방법을 둘러싼 한미 정부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곱창(소장)이 수입실적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08년 촛불시위가 일어나자 이명박 정부는 5월 29일 다급하게 “축산물위생·안전관리 및 축산물발전대책” 을 발표하였는데, 그 내용 중 하나로 혀와 내장은 해동 및 조직검사를 실시하여 검역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산 소의 소장은 냉동상태에서 수입되는데 눈으로 확인하는 관능검사로는 회장원위부가 제거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고, 그것을 녹여서 눈으로 확인하는 검사로도 회장원위부가 섞여 있는지 구분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가 제시한 내장의 검역방법은 소장 안쪽에서 영양분을 흡수하는 융모라는 돌기에 있는 면역조직(림프소절)인 파이어스 패치(Peyer's patch)를 현미경으로 조직검사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5군데에서 샘플을 채취하여 현미경 조직검사를 실시하여 3군데 이상에서 파이어스 패치가 확인되면 광우병 위험물질(SRM) 부위인 회장원위부가 섞여있는 것으로 간주하여 검역불합격 처리를 하겠다는 검역방안을 미국 쪽에 제시하였다. 한국정부는 이 방법이 통계적으로 유의성이 있는 검사법으로 인정된다며 미국 측에 조직검사 결과를 알리고 이러한 검사방안에 대해 서로 협의하자고 요청하였으나 2년이 지난 현재까지 미국 측에서는 답변조차 해주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6.9~6.19, 미국 워싱턴)” 에서 소의 소장조직 검사에 대하여는 향후 양국간 기술협의를 개최키로 합의하였지만, 미국 쪽에서 일방적인 '무시하기 전술'을 사용하여 한국 측이 제시한 조직검사 방법에 대해 아예 대꾸를 하지 않으면서 그냥 그 방법을 포기하라고 한미FTA 재협상에서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30개월 미만의 미국 소에서 뇌, 눈, 척수, 척주(등뼈) 등은 모두 SRM도 아니고, 수입금지물질도 아니다. 다만 민간자율적인 상업관행에 따라 한국 측의 수입요구가 없으면 수출하지 않는 것으로 잠정적으로 합의된 상태다.
타이슨 푸드, 카길 등으로 대표되는 미국 축산업계와 미국 정부는 한미FTA 재협상을 통해 한국정부가 검역방법을 완화하면 그때 가서야 내장, 뇌, 눈, 등뼈 등을 대량으로 수출하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미국 내 도축장의 안전상태에 자신이 없다는 얘기인 셈이며, 도축장에서 광우병 위험물질 부위로 지정된 회장원위부를 제대로 제거하고 있지 못하다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3)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40% 관세 철폐
한미FTA 협정문에서 미국산 쇠고기 관세 40%는 15년에 걸쳐 일정한 비율대로 철페하기로 합의된 상태인데, 미국정부는 관세의 철폐시기를 최대한 단축시키라고 요구할 것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그러나 미국정부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한미FTA 협정문 제2장 상품에 대한 내국민 대우 및 시장접근 챕터의 부석서 2-나 관세철폐의 ‘대한민국 양허표’ 자체를 변경해야 가능하다. 왜냐하면 한미FTA 협정문에서 HSK 020110000, 020120000, 020130000, 020210000, 020220000 등으로 분류된 쇠고기 품목의 기준세율은 40%, 양허유형은 H, 긴급수입제한조치 등으로 합의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미FTA 협정문에서 “점 하나도 바꾸지 않겠다”며 “한미FTA 재협상은 없다”고 허풍을 떨던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주장이 거짓임을 증명하는 사례가 될 것이다.
미국 축산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산 쇠고기 관세 40%가 철폐되면 미국 축산업계는 10억달러(1조 2천억원)의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 일본, 대만 등 주변국 상황
1) 일본
일본 정부는 현재까지도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조건을 20개월 미만으로 고수하고 있다. 2010년 9월 14일 미-일 광우병 검역 실무회담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는데, 일본측에서는 농림수산성 및후생 노동성의 담당과·실장, 미국측에서는 농무성의 동물검사국및 식품안전검사국의 간부들이 참석했다. 이 실무회담에서 “20개월령 이하”라는 현행 수입조건 완화에 대해 진전된 논의가 전혀 없었으며, 양국의 입장차이만 확인했다.
2010년 9월 23일에는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일본 외무상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사이에 미일 외무장관 회담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일본 외무상은 일본의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제한 문제에 대해 "월령 제한 완화를 하나의 가능성으로서 검토해서 가능한 한 빨리 방향성을 도출하고 싶다"는 의향을 표명했다. 그러나 가노 미치히코(鹿野道彦) 농림수산상은 바로 다음 날인 24일 기자회견에서 "(수입조건 완화는) 정부 안에서 논의된 적이 없다"며 "방향성은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2) 대만
대만은 마잉주 정부의 졸속협상으로 ‘대만판 촛불시위’가 일어난 끝에 2010년 1월 5일 여야 합의로 식품법 11조 개정하여 “미국산 소 내장, 간 쇠고기(ground beef), 뇌, 척수, 눈, 머리뼈(頭骨)” 등 6개 위험 부위의 수입을 금지시켰다. 개정된 식품법은 대만과 미국 정부가 협상 끝에 2009년 10월 서명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 의정서에 위배되지만, 현재까지 대만정부는 WTO에 제소당하지 않았다.
또한 대만정부는 2010년 4월 20일 미국산 소의 혀(牛舌), 횡격막(橫隔膜), 고환(睾丸) 등 3개 부위의 수입금지를 발표했다. 대만정부의 보건부장관격인 양지량 위생서장은 “소혀는 내장기관으로 볼 수 없지만, 국민 여론을 반영하여 잠시 수입을 중단하기로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3) 멕시코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한 멕시코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은 한국보다도 훨씬 더 엄격하다. 2008년 3월 미국 측의 요구로 기존 24개월 이하의 미국산 쇠고기만을 수입하던 규정을 개정하여 현재는 30개월 이하의 미국산 쇠고기만을 수입하고 있다. 또한 뼈는 수입금지 품목이며, 간과 염통(가루) 이외의 내장성분은 수입이 금지되어 있다.
4) 중국 및 호주
중국 정부는 광우병이 발생한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호주정부도 2010년 4월 광우병이 발생한 국가의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를 2년간 더 연장하기로 결정하였다. 중국과 호주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하여 현재까지 미국으로부터 WTO 제소를 당한 적이 없다.
4. 한미FTA 재협상 - 국민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벌이는 위험한 도박판!
제2의 촛불시위를 두려워한 이명박 정부는 “한미FTA 재협상과 광우병 쇠고기 검역문제는 별개”라고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고 있다. 지난 11월 22일 이명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의원들만 참석했던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의원들과 만찬에서 한미FTA 재협상 논란과 관련, "협상이 오래 걸릴 것은 아니고, 국익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쇠고기와 관련된 재협상은 없을 것"고 장담하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러한 장담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은 한미FTA 협상 개시의 4대 선결조건이었음이 밝혀졌다. 또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확대는 한미FTA 미국 의회 비준의 선결조건이며, 현재 한미 간 밀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미FTA 재협상의 2대 주요의제 중의 하나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게다가 한국 측 FTA 협상단의 면면을 볼 때 제대로 된 협상을 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한미FTA 협상 대표 최석영은 2008년 5월 촛불시위 당시 주미공사로 근무하고 있었는데, 웬디 커틀러 미무역대표부 대표보와 접촉하여 “한국 내의 비판여론을 감안하여 미국 측이 일본과 대만 등 주요 미 쇠고기 수입국들이 우리와 같은 기준을 수용토록 조속히 협상하여 줄 것을 요청”했던 굴욕외교의 당사자이다. 그 후 최석영은 외교통상부 FTA교섭대표가 되어 2010년 11월 미국측 FTA대표 웬디 커틀러와 극비리에 한미 FTA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쇠고기 협상은 미국이 준 선물”이라는 발언으로 촛불시위에 기름을 부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졸속협상의 당사자인 민동석은 2010년 7월 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PD수첩> 명예 훼손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참여정부 집권 말기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노무현 대통령 지시를 어기고 미국측과 계속 협상을 벌인 사실을 증언한 바 있다. 검사는 민동석에게 "(노무현) 대통령이 사실상 협상 중단을 지시하였다는 취지인데 그 뒤 한미 간 협상은 중단되었는가요?"라고 질문하자, 민동석은 "중단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은 30개월 이상의 것은 더 이상 하지 말라고 하였는데 1월 3일경에 한덕수 총리가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를 집무실로 불러서 다시 우리 입장을 제시하였습니다. (…) 대통령이 12월 24일에 그런 말을 하였어도 1월 3일에 총리는 30개월 이상을 분명하게 우리 조건으로 상대방에 제시하였던 것입니다."고 답변했다. 검사가 "증인은 2008년 1월 16일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가 우리나라 통상교섭본부장(김종훈)에게 미국 측의 절충안을 내 놓은 사실을 알고 있는가요?"라고 질문하자, 민동석은 "예. 조금 전에도 1월 3일에 총리가 제시를 하였다고 증언하였는데 미국 측 입장을 내서 절충안을 내세웠습니다"라고 답변했다.
한덕수 총리는 이명박 정부에서 주미 대사로 임명되어 한미FTA 미의회 비준을 위해 미국민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다니고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친구 딸의 외교부 특채 의혹에도 불구하고 경질 인사에 포함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여야가 어렵게 합의한 재래 시장 및 영세 상인 보호를 위해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골목 상권 입점을 제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의 국회 처리를 아직 비준도 하지 않은 한EU FTA에 위배된다고 하여 무산시키는 ‘통상독재’의 위력(?)을 발휘한 바 있다. 민동석 전 농림수산식품부 통상정책관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외교통상부 차관으로 임명되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에서조차 경질을 요구하고 있는 통상관료들을 교체해야 마땅하다. 11월 23일 정태근(한나라당) 의원은 국회 지식경제위 예산심사에서 "김종훈 본부장이 '한미FTA 재협상은 없다'고 수차례 이야기하다 한방에 갔다"며 최근 한미FTA 협상과 관련한 김종훈 통상본부장의 행태는 지경위 전체, 특히 한나라당이 반성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광우병 쇠고기 검역문제는 결코 밀실거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08년 촛불시위의 수습책으로 여야가 합의한 바와 같이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조건 재협상을 통해 일본, 대만 등 주변국보다 나쁜 조건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을 개정하는 협상에 돌입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한미FTA 재협상을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재협상을 통해 30개월 미만에서 뇌, 눈, 척수, 척주 등을 다시 광우병 위험물질(SRM)로 규정하고, 현재 수입이 허용된 내장, 선진회수육(AMR), 분쇄육(ground beef) 등의 수입을 전면적으로 금지시키고, 미국에서 광우병 발생 시 수입중단 또는 검역중단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검역주권을 회복하는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책임과 의무를 다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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